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3.06.03 06:30

올해 월간 최대 550억달러 그쳐…"감산 따른 반도체 단가 회복된다면 하반기 무역수지 흑자 전환 기대"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상반기의 마지막 달인 6월이다. 한 해의 절반이 지나는 가운데 정부가 목표로 내세운 올해 수출 실적 6850억달러 달성은 불가능한 미션으로 자리잡는 형국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월 23일 수출전략회의를 주재해 "전문가들이 글로벌 경기 둔화와 반도체 가격 하락 등의 이유로 수출 감소를 전망하고 있지만 우리는 작년보다 목표치를 높이고 이를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올해 수출목표를 6850억달러로 설정했다. 이는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역대 최대 수출실적을 기록했던 지난해(6838억달러)보다도 0.2% 많은 수준이다.

목표 설정 당시에도 수출 감소세는 이어지고 있었다. 올해 월간 기준 수출은 한 번도 증가한 적이 없다. 이에 1~5월 수출액은 전년동기 대비 13.5% 줄어든 2531억7300만달러에 불과하다. 

남은 7개월간 4318억달러를 채워야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 매월 617억달러 가량의 수출이 이뤄져야 하는데 우리나라 수출은 지난해 7월(602억달러) 이후 600억달러를 넘은 적이 없다. 올해 최대 실적은 3월에 기록한 550억달러다.

당장 6월부터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호황'이 시작되지 않는 한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 하반기 수출 반등 수준은 당초 기대보다 약할 것으로 우려된다. 지난달 25일 수정 경제전망을 내놓은 한국은행도 "수출은 중국 리오프닝 영향, IT경기 부진 완화 등으로 점차 나아지겠으나 회복 속도는 당초 예상보다 더딜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지표를 살펴봐도 6월부터의 급격한 증가 전환은 기대하기 어렵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5월 수출은 522억4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15.2% 감소했다. 월간 수출은 지난해 10월부터 8개월째 줄고 있다.

수출 감소로 무역수지 적자도 지속적으로 발생 중이다. 5월 무역수지는 21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1월(-125억달러)을 정점으로 축소되고 있으나 1~5월 무역수지 적자규모는 273억달러로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478억달러)의 절반(57.1%)을 훌쩍 넘었다. 

5월 수출을 품목별로 보면 자동차(49.4%), 일반기계(1.6%), 양극재(17.3%)에서 늘었으나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36.2%)와 석유제품(-33.2%), 석유화학(-26.3%)은 단가 하락 등의 영향으로 줄었다.

삼성전자 반도체 제조 라인에서 작업자가 이동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 반도체 제조 라인에서 작업자가 이동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무엇보다 반도체 부진이 뼈 아프다. 올해 월간 반도체 수출 감소율은 30~40%에 달한다. 5월 반도체 수출액은 73억7000만달러로 집계됐다.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 영향으로 지난해 5월(115억4000만달러) 대비 41억7000만달러(-36.2%) 감소했다. 5월 총 수출이 1년 전에 비해 93억5000만달러 줄어든 것을 고려하면 수출 감소폭의 절반을 반도체가 차지하는 셈이다.  

정여경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에서 기대하는 반도체 감산에 따른 재고 소진은 아직 포착되지 않았다"며 "웨이퍼 투입-생산간 시차를 고려하면 감산효과는 통상 3개월 이상 소요된다. 반도체 업황이 단기간 내 반전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판단했다.

한편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하반기 수출 반등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5월 수출에서도 일부 긍정적인 요인이 관찰됐기 때문이다. 

우선 그간 주요 수출 부진요인으로 작용하던 대중 수출은 5월에도 20.8% 감소했으나 수출액은 106억2000만달러로 100억달러대를 회복했다. 올해 최대 대중 수출 실적을 달성했다. 대중 일평균 수출액도 4억9000만달러로 지난해 10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도체 수출(73억7000만달러, -36.2%)의 경우에도 가격이 하락했지만 물량이 확대되면서 4월(63억8000만달러, -41.0%)보다는 수출액과 증감률 모두 개선됐다. 이외 자동차(49%), 양극재를 포함한 이차전지(7%) 등의 수출 증가세도 지속됐다.

이에 5월 일평균 수출액은 24억3000만달러를 기록해 수출이 줄기 시작한 2022년 10월(24억4000만달러) 이후 처음으로 24억달러를 상회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5월 수출도 뚜렷한 회복 조짐은 나타나지 않은 가운데 무역수지 적자는 15개월째 이어졌다"며 "그나마 위안 삼을 수 있는 것은 수출 감소폭이 더 이상 확대되지 않고 무역수지 적자 규모 역시 지난 1월을 정점으로 축소되고 있는 점"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무엇보다 5월 수출에서 긍정적인 현상은 일평균 수출액 회복"이라며 "주력 수출제품인 반도체의 본격적 감산을 통한 수출단가가 회복된다면 하반기 국내 수출경기 개선 및 무역수지의 흑자 전환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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