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3.06.02 16:26

이정미 "한국 의료 평균의 함정 빠져…동결된 의사 수 늘리고 지역공공의대 신설해야"
남은경 "공공의대 졸업후 10년간 공공보건의료업무 복무 의무…어기면 의사면허 취소"

정의당 주요 당직자 및 외부초청 패널들이 지난 1일 국회에서 열린 '의사 수 부족 현장 사례발표 및 공공의대 설치법 공청회'에서 진지하게 토론에 임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정의당 주요 당직자 및 외부초청 패널들이 지난 1일 국회에서 열린 '의사 수 부족 현장 사례발표 및 공공의대 설치법 공청회'에서 진지하게 토론에 임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지난 1일 국회에서 열린 '의사 수 부족 현장 사례발표 및 공공의대 설치법 공청회' 인사말에서 "의료 강국이라는 대한민국에서, 제때 치료받지 못한 환자가 목숨을 잃는 사태가 연일 언론 헤드라인에 오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2020년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시절, 17살 정유엽군이 제대로 된 치료 한번 받지 못한 채 병원을 전전하다 안타까운 운명을 맞이했다"고 개탄했다. 

특히 "지난 3월에는 건물에서 떨어진 10대 청소년이, 어린이날 연휴에는 5살 아동이, 바로 이틀 전에는 70대 노인이 병실이 없다는 이유로, 의사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병원을 찾아다니다 유명을 달리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의료가 평균의 함정 속에 빠졌다. 높은 의료수준과 낮은 의료비용이라는 겉모습 뒤로, 극단적인 수도권 쏠림과 지역 의료 불평등, 저임금, 비공식 노동으로 유지되고 있는 수가 등의 문제가 곪아 터져가고 있다"고 질타했다.

아울러 "모두 의사 인력의 부족으로 발생한 문제들"이라며 "지난 17년간 의대 정원은 전혀 늘어나지 않았다. 역대 정부가 의사 정원을 확대하려 해도 일부 의료 단체들은 국민의 건강권을 볼모삼은 채 반대로 일관했다. 그 대가로 시민들의 생명이 위협받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 대표는 "차일피일 미루고 있을 수만은 없다. 해답은 의사 수 확대와 지역 공공의대 추진 뿐"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 세미나는 정의당 '의사수 확대와 지역 공공의대 추진 사업단'을 비롯해 정의당 정책위원회, 정의정책연구소 및 강은미 정의당 의원이 주최해 개최됐다.  이 세미나에선 의사 수 부족 현장사례를 토대로 이를 해결할 방안으로서 공공의대 추진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 조목조목 짚었다. 

제1부는 고(故) 정유엽군의 아버지인 정성재씨의 사례발표가 있었고 박유정 정의당 목포시의원의 추가발언이 이어졌다. 제2부는 법안 공청회로 임준 서울시립대 교수의 발표와 전진한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국장,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회정책국장, 김원일 대한간호협회 정책자문위원, 오선영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 정책국장 및 김주경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연구관의 토론이 열렸다. 

지난 1일 국회에서 열린 '의사 수 부족 현장 사례발표 및 공공의대 설치법 공청회'에서 이정미(왼쪽 첫 번째) 정의당 대표와 강은미(왼쪽 두 번째) 정의당 의원 및 정성재씨가 토론회 자료를 보면서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지난 1일 국회에서 열린 '의사 수 부족 현장 사례발표 및 공공의대 설치법 공청회'에서 이정미(왼쪽 첫 번째) 정의당 대표와 강은미(왼쪽 두 번째) 정의당 의원 및 정성재씨가 토론회 자료를 보면서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전진한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국장은 이날 토론자로 참석해 시장기능에 맡겨둔 의료의 붕괴 실태를 조목조목 비판했다. 전 국장은 "의사들은 보상이 적어서 문제라고 하지만 대형병원들은 수가가 높아지고 수익을 많이 거둬도 응급, 외상, 중증환자 같은 필수과 전문의를 고용하지 않는다"며 "손쉽게 행위량을 늘리고 비급여 진료를 할 수 있는 수익성 높은 부문에 투자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2021년 서울아산병원의 순이익이 1183억원이고 길병원은 942억원이었는데도 각각 뇌수술전문의,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를 고용하지 않았다"며 "많은 이들이 '기피과' 전공의 지원율이 낮아 문제라고 하지만 실상 병원들은 배출되는 전문의를 다 고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흉부외과, 외과 의사의 절반은 개원하거나 요양병원에서 일한다. 병원에서 전공을 살릴 일자리가 적고 앞날이 불투명하니 의사들은 더욱 필수과에 지원하지 않는다"며 ▲45개 상급종합병원에 필수과 전문의 최소 수준 이상 고용 의무화 ▲국가가 의사의 양성과 배치 책임지는 정책 추진 ▲비급여 의료 통제 ▲간호사 1인당 환자수 법제화 등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회정책국장은 이날 "보건사회연구원이 현행 인력양성체계로는 2035년에는 의사가 2만7000명 부족하다고 경고했다"며 "2020년 우리나라 활동의사 수는 2명,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3.7명의 거의 절반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부족한 의사를 대신한 PA간호사의 불법진료와 대리처방이 만연하고, 고액연봉에도 불구하고 의사 구인난에 허덕이는 지방의료원과 필수진료과의 폐과 현상이 있다"며 "농어촌 등 취약지를 책임지는 공중보건의사 수 지속적 감소로 보건소가 통폐합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지역간 의료격차 실태와 의료취약지'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지역간 치료가능사망률과 의사, 공공병원 등에서 의료자원의 격차가 크다"며 "의사와 책임공공병원이 부족하고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 응급실 등 필수진료과가 취약한 지역은 공통적으로 국립의과대학이 없어 상급의료서비스 제공에서 소외돼 있다"고 꼬집었다. 

이 같은 의료현실을 타파할 대안도 내놨다. 그는 "공공의대 신설과 의대정원 확대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기존 의대 양성체계에서는 의사를 아무리 늘려도 필요한 곳에 복무하도록 의무화할 수 없어 지역과 진료과목 간 불균형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새로운 의사 양성체계 마련을 위해 조속한 입법 마련이 필요하고, 공공의대 신설을 포함한 의대정원 확대규모가 결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 국장은 '여러가지 특혜 제공에도 불구하고 지방에서 오랫동안 의사로 복무하지 않고 서울·수도권으로 이전하고 싶어하는 문제'에 대한 엄연한 현실에 대한 대책도 제시했다. 

그는 "지정된 의무복무 기관에서 10년간 공공보건의료업무에 복무하도록 배치하자"고 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이럴 경우 '의무복무 이행하지 않을 경우 장학금 등의 지원금을 포함한 투입된 비용의 2배에 해당하는 배상금을 청구하는 방안'은 공중보건장학제도의 실패를 반복할 우려가 크다"고 경고했다. 

그는 "2022년 기준 국립대인 1년 기준의 서울대 등록금이 약 990만원 가량이고 6년 동안의 총 등록금은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인상된다고 가정해도 7000만원을 넘지 않을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의무복무 미이행에 따라 2배 배상금을 반환하더라도 최대 1억5000만원을 넘지 않으므로, 이것이 지난해 의사 평균 연봉인 2억3000만원의 65% 수준밖에 되지 않아 이것을 부담하고도 의무복무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그래서 의무복무 불이행 시 의사면허를 취소하는 강력한 조치를 마련해 공공의대 과정이 의사면허 취득을 위한 편법적 루트가 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그는 "중앙집권적 보건의료정책에서 탈피해 의료자치 실현 등 지방자치단체의 책임 강화가 필요하고 지역완결적 의료체계 구축을 위해 지방정부도 공공의대 설립 주체로 참여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고 지역보건의료계획 수립과 연계하고 재정지원 등을 명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의사의 절대적 부족과 지역필수의료 의사양성을 위해서는 권역별 공공의대 신설이 필요하고 의대 유치를 원하는 지역이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연대해 필요한 지역에 설치할 수 있도록 여론을 형성해야 한다"고 말을 맺었다. 

지난 1일 국회에서 열린 '의사 수 부족 현장 사례발표 및 공공의대 설치법 공청회'에서 주요 토론자들이 진지하게 토론에 임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지난 1일 국회에서 열린 '의사 수 부족 현장 사례발표 및 공공의대 설치법 공청회'에서 주요 토론자들이 진지하게 토론에 임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고(故) 정유엽군의 아버지인 정성재씨는 자신의 아들 정유엽군의 사망 경위를 설명하면서 "선별진료소 운영과 국민안심병원에 대한 적절한 홍보의 부재, 일반 응급환자에 대한 메뉴얼의 부재, 비상식적인 선별진료소 운영, 일방적으로 행해진 응급실 이용 지침, 시도 병원간 전원에서의 문제점, 구급차이용 거부, 유명무실한 컨트롤 타워 기능 등 거의 엉망이 된 의료시스템의 상태를 실감했다"고 개탄했다. 

이어 "유엽이의 사건은 의료공백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의료구조의 취약성과 공공의료 강화 확대의 당위성을 부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민간병원 의존도가 극심한 상황에서 올바른 대책은 요원할 수밖에 없지만 공공의료를 확대시키기 위한 최선책이 공공의대의 설립과 확대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2020년 3월 당시 정유엽군은 코로나19 초창기에 오후 6시면 진료를 마감하는 선별진료소의 운영시간 및 18시간 이상 걸리는 코로나19 검사결과를 비롯해 신속한 검사와 치료는커녕 다른 병원으로 가보라는 책임 떠넘기기식 의료시스템의 부재로 인해 결국 고열에 시달리다가 사망했다. 

정씨는 "경북은 인천 전남과 더불어 최근 경실련이 뽑은 최악의 의료 취약지"라며 "이런 지역에 공공병원의 존재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공공의료기관에서의 운영을 수익률의 구조로 보는 편협된 정책에서 벗어나 필수 공공재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박유정 정의당 목포시의원은 지역의료의 실상에 대해 좀더 구체적인 진술을 했다. 박 의원은 "300병상 이하 종합병원인 목포시의료원은 내과 외과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중 3개 진료과목과 총 7개 이상의 진료과목을 갖추고 전문의가 있어야 하지만, 필수진료과 중 소아청소년과가 개설되지 않았으며, 순천의료원은 산부인과, 강진의료원은 비뇨기과를 개설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목포시의료원은 올 2월 정형외과, 마취통증의학과, 가정의학과 전문의를 재공모해서 최근 채용했으나 안과는 재공모에도 응시자가 없다"고 덧붙였다. 

또한 "순천의료원은 작년 11월 정신건강의학과, 신경외과, 정형외과 등 5개과를 공모했으나 응모자가 없어 올1월 재공모했다"며 "강진의료원의 경우 소화기내과와 안과에 대한 재공모 후 현재 소화기내과만 채용되고 안과는 구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목포시의료원의 경우 공중보건의가 수년간 안과 진료를 담당했는데 올해 배정받지 못해 안과 전문의를 채용하려 애쓰고 있지만 재공고에도 응시자가 없는 상태로 환자분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고 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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