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3.06.05 15:11

15년 내 운영 가능 '건설 예정' 원전 100기 중 중국 45기 차지

원전 이미지. (사진=한국수력원자력 홈페이지 캡처)
원전 이미지. (사진=한국수력원자력 홈페이지 캡처)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중국이 원자력 발전을 점차 확대해 조만간 원전 가동 규모에서 프랑스를 제치고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에 오를 전망이다.   

아울러 중국이 가동 중이거나 새로 짓는 원전 대부분이 우리나라와 가까운 중국 동부 연안(우리나라 서해)에 집중돼 있다. 

'투명한 정보 공개 등 원전 운영·안전과 관련해 양국 정부의 협력이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4일 세계원자력협회(WNA)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전 세계에서 가동 중인 원전은 436기다. 미국이 93기로 가장 많다. 이어 프랑스 56기·중국 55기·러시아 37기 순이다. 우리나라는 25기를 운영 중이다.

원자력 발전 상위국 중 특히 중국의 확대 속도는 가장 빠르다. 중국은 지금도 원전 23기를 건설 중인데 이는 전 세계에서 건설 중인 원전 총수(59기)의 40%에 육박하는 수치다. 현재 가동 원전 수 기준으로 1~2위인 미국과 프랑스는 각각 1기를 건설 중이다. 결국, 중국은 가동 원전수가 55기이고 23기를 신규로 건설중이니 조만간 총 78기의 원전이 가동되게 돼 프랑스를 제치고 원전 가동 규모에서 세계 2위로 올라서게 된다. 

이와 별도로 전 세계에서 정부 건설 승인이 났거나 자금 확보가 확정돼 15년 내 운영이 가능한 '건설 예정' 원전이 100기인데 이 중 중국이 45기다. 십수 년 뒤면 중국은 미국까지 제치고 원전을 가장 많이 가동하는 나라가 될 전망이다.

중국의 원전 확대는 전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과도한 석탄 에너지 의존을 낮추는 것은 물론 장기적으로 에너지 안보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중국은 경제 성장과 함께 전기 수요가 급증하면서 만성적인 전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원전을 크게 늘렸지만, 전체 전력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5% 정도에 불과해 여전히 약 70%(2019년 기준) 전기를 석탄에 의존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21년 3월 '제14차 5개년 계획'에서 2020년 말 51GW(기가와트)인 원전 설비 용량을 2025년 말까지 70GW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새로 짓는 원전의 설비 규모가 1.4GW인 점을 감안하면 13~14기를 더 짓겠다는 얘기다.

중국의 원전 확대는 한국 원전 산업과 수출에 상당한 위협이 된다. 자국 내에서 원전 건설 경험을 바탕으로 중국은 파격적인 자금 지원을 통해 원전 수출에 나서고 있다. 현재 파키스탄·루마니아·아르헨티나·남아프리카·이란·이집트·수단 등에서 원전을 건설 중이거나 수출을 추진 중이다. WNA(세계원자력협회)는 "중국이 원전을 확장하며 원전 부품을 포함한 원자력 기술 수출 확대까지 노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중국이 가동 중인 원전 대부분은 광둥성(14기)·저장성(11기)·장쑤성(6기)·랴오닝성(6기) 등 중국의 동부 연안에 몰려 있다. 건설 중인 원전 23기도 마찬가지다. 한국과 가장 가까운 산둥성에도 4기가 신규로 들어설 예정이다. 중국 경제가 동부 연안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면서 전력 수요가 커졌기 때문이다. 중국은 또 동부 연안에 해상 원전도 지을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중국의 원전 안전 이슈가 한국에서 중요한 문제로 떠오를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일본보다 많은 원전을 한국과 가까운 지역에서 가동하는 데다가 삼중수소 배출량 등 원전 운전과 관련한 정보를 정확히 밝히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의 원자력 발전소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삼중수소 배출량도 한국의 두 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따르면 삼중수소 배출량이 마지막으로 공개된 2022년 기준 한국에서는 27개 원전에서 액체 삼중수소가 연간 214TBq(테라베크렐) 배출됐다. 원전 한 기당 7.9TBq 수준이다. 반면 중국은 원전 가동으로 2018년 배출된 삼중수소가 425TBq에 달했다. 당시 중국 원전 수는 46기로 한국보다 훨씬 많고, 한 기당 배출량도 한국의 1.2배 수준이다. 현재는 55기가 상용 가동하는 상황이어서, 배출량도 그만큼 늘어난 상황이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배출로 논란을 빚고 있는 일본은 2018년 9기의 원전을 가동하면서 삼중수소 배출량이 110TBq이었다. 지난 2010년까지 54기의 원전을 운영했지만,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대부분의 원전 가동을 중단한 시점이었다. 현재 일본에서 가동 가능한 원전은 33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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