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3.06.09 09:54

한은 "적자 불구 '선방'…경상수지 개선 흐름 이어질 것"

지난 4월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 카운터가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다. 해외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여행수지 등 서비스수지가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정민서 기자)
지난 4월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 카운터가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다. 해외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여행수지 등 서비스수지가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정민서 기자)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석 달 만에 흑자 전환했던 경상수지가 4월에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상품수지가 7개월 만에 흑자를 기록했지만 여행수지 등 서비스수지가 적자를 이어갔고, 특히 그간 경상수지를 떠받들던 본원소득수지가 국내기업의 외국인 배당 집중 등 계절적 영향으로 소폭의 적자를 보이면서 전체 경상수지가 적자 전환했다.

한국은행이 9일 발표한 '2023년 4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올해 4월 경상수지는 7억9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1월(-42억1000만달러), 2월(-5억2000만달러) 연속된 적자 이후 3월(1억6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한 뒤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이에 올해 1~4월 중 경상수지는 53억7000만달러 적자를 기록 중이다. 1년 전(150억1000만달러 흑자)과 비교하면 200억달러 넘게 쪼그라든 셈이다.

최근의 경상수지 부진은 상품수지 적자에 주로 기인한다. 1~4월 상품수지 적자폭은 92억7000만달러로 전체 경상수지 적자규모를 39억달러 웃돈다.

다만 상품수지는 4월 들어 5억8000만달러 흑자를 시현했다. 상품수지 흑자는 지난해 9월(7억6000만달러) 이후 처음이다. 올해 상품수지는 1월(-73억2000만달러) 대폭의 적자 이후 2월(-13억달러), 3월(-12억3000만달러)까지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4월 수출은 491억10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15.8%, 수입은 485억3000만달러로 13.2% 각각 줄었다. 수출과 수입이 동반 감소했으나 상품수지는 흑자로 돌아섰다.

상품수지가 7개월 만에 흑자 전환함에 따라 향후 개선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무역수지 적자가 계속되고 있지만, 적자폭은 축소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역수지는 상품수지의 기초자료로 사용된다. 무역수지는 국내에서 생산해 국경을 통과하는 제품을 수출로 집계하지만, 상품수지는 국내 기업의 해외법인이 제3국에 판매한 중계무역도 포함한다.

통관기준 수출은 5월에도 감소했다. 5월 수출액은 522억달러로 글로벌 경기회복 지연, 반도체 업황 부진, 1.5일 줄어든 조업일수, 616억달러에 달했던 작년 5월 수출 실적에 따른 기저효과 등으로 1년 전보다 15.2% 감소했다. 일평균으로는 9.3% 줄었다.

수입은 543억달러로 14.0% 감소했다. 이에 무역수지는 21억달러 적자가 발생했다. 4월보다 무역적자 규모가 5억달러 줄어든 만큼 상품수지 흑자폭도 소폭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은은 지난달 25일 발표한 경제전망에서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240억달러로 전망했다. 상반기에 16억달러 적자를 예상했는데 올해 4월까지 54억달러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만큼 5~6월 중 38억달러 흑자를 내야 전망치에 부합할 수 있다.

(자료제공=한국은행)
(자료제공=한국은행)

4월 중 서비스수지는 12억1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전달(-19억달러)보다는 축소됐으나 12개월째 적자가 계속됐다. 1~4월 서비스수지 적자 규모는 84억1000만달러로 1년 전(-1억9000만달러)보다 82억2000만달러 확대됐다.

서비스수지 가운데 운송수지는 3000만달러 흑자를 보였다. 항공 및 해상화물 운송수입 증가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131억2000달러 흑자를 기록하면서 경상수지 개선에 크게 기여했던 운송수지는 올해 2월(-2억2000만달러)과 3월(-2000만달러) 적자를 시현했으나, 4월에는 소폭이나마 흑자를 기록했다.

또 여행수지는 5억달러, 가공서비스 수지는 5억4000만달러, 기타사업서비스 수지는 5억5000만달러, 지식재산권사용료는 1억9000만달러 적자를 각각 기록했다. 반면 건설수지는 3억3000만달러 흑자를 보였다.

경상수지 개선의 선봉장 역할을 하던 본원소득수지는 4월 중 9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국내기업의 외국인 배당이 집중되는 시기적 요인에 따른 것이다. 실제 3월 31억5000만달러 흑자를 보였던 배당소득이 4월에는 5억5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참고로 올해 1~4월 본원소득수지는 132억2000만달러 흑자를 시현 중이다.

이외에도 이전소득수지는 4월 중 8000만달러 적자를 보였다. 1~4월 기준 9억1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동원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4월 경상수지 적자에 대해 "계절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는 4월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통상 4월은 외국인 배당지급 때문에 큰 폭의 적자를 보이는데 선방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올해 4월 본원소득수지 적자규모(-9000만달러)는 직전 8개년도 4월 평균치인 36억9000만달러에 비해서는 큰 폭으로 축소된 수준"이라며 "배당지급이 기업실적 부진 등으로 소폭 줄었고 최근 배당수입 증가세가 지속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경상수지의 기조적 흐름을 볼 수 있는 상품·서비스수지도 1월 이후 점진적인 개선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상품수지는 1월(-73억2000만달러) 이례적으로 적자가 확대됐다가 2월과 3월에는 10억달러 초반대 적자를 냈고 3월에는 흑자를 보였다. 서비스수지 적자규모는 3개월 연속 축소됐다"고 덧붙였다.

향후 경상수지에 대해서는 "개선 흐름이 지속될 전망"이라며 "무역수지 적자 규모가 5월에 더 축소됐고 배당금 지급 이슈가 사라지면서 본원소득수지도 흑자로 전환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4월 금융계정 순자산은 48억2000만달러 감소했다. 직접투자의 경우 내국인 해외투자는 9억9000만달러 늘었으나 외국인 국내투자는 7억4000만달러 줄었다.

증권투자를 살펴보면 내국인 해외투자는 17억5000만달러, 외국인 국내투자는 53억8000만달러 각각 증가했다. 파생금융상품은 3억9000만달러 늘었다. 기타투자의 경우 자산은 76억8000만달러 줄었고 부채는 43억6000만달러 감소했다. 준비자산은 1000만달러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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