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3.06.09 14:16

김기현 "싱하이밍 대사의 한국정부 비판에도 이재명은 짝짜꿍하고 백댄서 자처"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이 9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서울에서 열린 4개 국책연구기관 공동학술회의 '윤석열 정부 출범 1주년 외교·안보·통일 분야 평가와 과제'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이 9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서울에서 열린 4개 국책연구기관 공동학술회의 '윤석열 정부 출범 1주년 외교·안보·통일 분야 평가와 과제'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은 9일 한중 관계와 관련해 "대한민국의 신장된 국력에 걸맞게, 국민 눈높이에 맞는 당당한 외교를 통해 건강한 관계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전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한국의 대중 외교정책에 대한 불만을 피력한 것에 대한 대응 발언으로 읽혀진다. 

조 실장은 이날 국가안보전략연구원과 국립외교원, 통일연구원, 한국국방연구원이 서울 종로구 한 호텔에서 '윤석열 정부 출범 1주년 외교·안보·통일 분야 평가와 과제'를 주제로 개최한 공동학술회의 기조연설에서 "국가 간 관계는 상호존중이 기본이 돼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 "윤석열 정부는 국익을 중심에 두고 원칙과 상호주의를 바탕으로 국제사회와 협력하는 글로벌 중추국가를 지향한다"며 "중국과 관계도 다를 바가 없다"고 피력했다. 

조 실장은 '당당한 외교, 상호존중' 등의 표현을 통해 '중국에 마냥 양보하는 외교는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싱 대사 발언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엔 "기조연설에 중국 이야기가 있다. 말씀드린 대로 받아들여 달라"고 말을 아꼈다.

'상호존중을 언급한 의도'에 대한 물음엔 "외교부가 잘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 경로를 통한 대응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관측된다.

싱 대사는 지난 8일 서울 성북구 중국대사관저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만나 "중·한 관계가 어려움에 부딪혔다"며 "솔직히 그 책임은 중국에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만 문제는 중국의 핵심 중 핵심이고 중·한 관계 기초"라며 "수교할 때 한국도 이에 대해 중국과 엄중히 약속했다. 약속을 제대로 지키라"고 요구했다. 이 같은 발언은 대만 문제에 한국이 과도하게 간섭하지 말라는 의미로 해석됐다. 

싱 대사는 또 "미국이 전력으로 중국을 압박하는 상황 속에 (한국) 일각에선 미국이 승리하고 중국이 패배할 것이라는 데 베팅을 하는 것 같은데, 분명히 잘못된 판단이고 역사의 흐름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라며 "아마 앞으로 반드시 후회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미중 간의 승패를 언급한 싱 대사 발언은 결국 '중국은 미국에 지지 않는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나아가 '중국이 미국을 이긴다'는 의미로 확장 해석도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중국의 패배에 베팅하면 나중에 반드시 후회한다'는 언급은 외교 관례상 상당히 이례적인 공격적 발언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이는 미중 관계를 경쟁·갈등으로 규정하는 것과 '신냉전'에 반대한다고 누차 천명해 온 중국 정부 공식 입장과도 배치되는 발언이다. 이에 따라 당분간 이와 관련한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9일 국회에서 열린 제7차 전국위원회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어제 공개 회동을 했는데, 쌍으로 우리 대한민국 정부를 비난했다"며 "싱하이밍 중국대사에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명백한 내정간섭일뿐더러 외교적으로 심각한 결례"라며 "싱하이밍 대사가 준비한 원고를 꺼내 들고 작심한 듯 대한민국 정부를 비판하는 데도 이재명 대표는 짝짜꿍하고 백댄서를 자처했다"고 질타했다. 

또한 "이 대표는 싱하이밍 대사의 무례한 발언을 제지하고 항의하긴커녕 도리어 교지를 받들 듯 15분간 고분고분 듣고만 있었다"며 "민주당 참모들은 싱하이밍 대사의 도 넘는 오만한 발언을 받아적는 모습까지 보였다. 민주당이 대한민국의 국익을 지키는 정당인지, 아니면 중국의 꼭두각시인지 의심케 하는 장면"이라고 성토했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어제 이재명 대표와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회동 장면은 마치 청나라 앞에 굴복했던 삼전도의 굴욕마저 떠올리게 할 정도"라며 "대한민국의 제1야당 대표가 한중 관계 악화 우려의 책임을 일방적으로 한국에 돌리는 싱하이밍 대사 발언에 침묵하는 것은 물론, 일장 훈시만 듣고 있었던 것을 과연 국민께서 어떻게 보았을까 의문"이라고 힐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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