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3.06.11 15:24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서울 성북구 중국대사관저를 방문해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서울 성북구 중국대사관저를 방문해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스1)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우리 정부가 최근 ‘베팅’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를 초치해 항의하자, 중국 당국도 정재호 주중 한국대사를 불러 항의했다. 

중국 외교부는 11일 “눙룽 외교부 차관보가 지난 10일 정재호 주중대사를 만나 이재명 대표의 면담에 대한 우리 측의 부적절한 반응에 대해 심각한 우려와 불만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는 이와 관련해 ‘웨젠(約見)’이라 표현했다. 웨젠은 중국 외교부가 중국 주재 외교관을 불러 항의하는 것을 의미하는 외교 용어다. 우리나라의 ‘초치’에 해당한다. 중국 당국의 이러한 반응은 우리 외교부가 싱 대사를 불러 항의한 것에 대한 맞불 성격으로 풀이된다.

중국 외교부는 “싱 대사는 한국의 각계각층 인사들과 광범위하게 접촉하고 교류할 책임이 있다”고 비호하며, “한국은 중한관계의 문제점을 깊이 반성하고 진지하게 임하며, 중한수교공동선언의 정신을 성실히 준수하고, 중국과 함께 양국관계의 건전하고 안정적인 발전을 위해 노력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앞서 싱 대사는 지난 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나 약 15분 동안 A4 용지 5장 분량의 원고를 읽으며 현 정부의 외교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싱 대사는 “중한 관계의 어려움은 중국에 있지 않다”, “한국의 대중국 무역적자 확대는 탈중국화가 주된 원인”, “미중 경쟁에서 중국이 패배할 것이라 베팅하지만. 중국의 패배에 베팅하는 이들은 나중에 반드시 후회할 것”, “시진핑 주석 지도하에 중국몽(中國夢)이란 위대한 꿈을 이루려는 확고한 의지를 모르면 그저 탁상공론일 뿐”이라고 밝혔다.

이에 장호진 외교부 제1차관은 9일 싱 대사를 불러들여 “주한대사가 다수 언론 앞에서 우리 정부 정책을 비판한 것은 우리 국내 정치에 개입하는 내정간섭에 해당한다”며 “외교사절의 우호 관계 증진 임무를 규정한 '비엔나 협약'과 외교 관례에 어긋난다”고 항의했다.

이날 국민의힘은 싱 대사와 회동한 이 대표를 향해 “모욕당하고도 항의조차 못 했다”며 “역대급 외교 참사”라며 비판을 쏟아냈다.

김기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이 대표가 이번 회동을 국익을 위한 협조라고 언급한 것에 “‘황은이 망극하옵니다’라던 중국 사대주의가 국익 외교라는 말인가”라며 “고압적이고 고의적인 하대에 입도 벙긋하지 못한 채 저자세로 일관한 것이 국익에 무슨 도움이 됐다는 뜻인가”라고 비꼬았다.

이어 “국익이나 외교는 찾아볼 수 없고 오로지 윤석열 정부에 흠집 내는 일이라면 우리 국격이 손상되고 국익이 침해당하더라도 괜찮다는 이 대표와 민주당의 수준 낮은 인식만 고스란히 노출됐다”며 “중국몽에 사로잡혀 있던 문재인 전 대통령의 굴욕적인 사대주의 DNA를 고스란히 물려받은 이 대표의 예고된 참사”라고 쏘아붙였다.

한편, 싱 대사는 과거에도 한복과 김치에 관한 기원 논란이 일부 언론의 책임이라 밝혀 논란이 일었다. 사드 배치와 관련해서는 중국의 안보 이익을 심각하게 훼손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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