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3.06.18 07:30

한은, 8월 금통위서 대응 가능…"3.75% 인상 여부 경제성장·물가에 달려 있어"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기준금리 인상이 15개월 만에 멈췄다. 2020년 3월 0.0~0.25%로 낮아진 뒤 2년간 유지되다 2022년 3월부터 올해 5월까지 열 차례에 걸친 연속 인상을 통해 5.0~5.25%가 된 연준 금리는 지난 14일(현지시간) 위원 18인의 만장일치로 동결이 결정됐다.

오랜만의 동결에도 불구하고 연준이 인상 '종료'가 아닌 '정지'를 강력 시사하면서 추가 인상 불씨가 여전히 살아있는 모습이다. 이에 지난 2월부터 3.50%로 동결 중인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3.75%로 올라갈 가능성도 마냥 불가능하지 않게 됐다.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 위원들은 연내 0.50%포인트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올해 기준금리 전망치 중간값을 3월보다 0.50%포인트 올린 5.6%로 제시했다. 즉 현재 5.0~5.25%에서 5.50~5.75%까지 올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 셈이다.

올해 남은 FOMC 정례회의는 7월과 9월, 11월, 12월로 총 4번이다. 점도표상으로는 4번 중 2번의 회의에서 0.25%포인트씩 인상이 가능하다.

그간 연준은 인플레이션 대응 등을 위해 금리를 가파르게 올렸다. 지난해 3월부터 올해 5월까지 10회 연속으로 금리를 올렸다. 특히 지난해 6월과 7월, 9월, 11월에는 0.75%포인트 인상, 즉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했다. 올해도 2월과 3월, 5월 금리 인상이 이어졌지만 인상폭이 0.25%포인트에 그치면서 6월 인상 종료 및 하반기 인하까지 기대됐다.

다만 지난 3월 선진국 중앙은행 중 처음으로 동결 신호탄을 쐈던 캐나다 중앙은행이 6월에 기준금리를 다시 인상했고 호주 중앙은행도 이같은 '건너뛰기 인상'에 동참하면서 연준을 비롯한 각국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현재로선 연준의 7월 인상 가능성도 높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위치에 따르면 16일 기준 연준이 7월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은 30.6%에 불과하다.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이 69.4%에 달한다.

한은의 움직임이 없다고 가정한다면 연준이 7월 0.25%포인트 인상할 시 한미간 금리 역전폭은 2.0%포인트로 확대된다. 현재 격차인 1.75%포인트도 역대 최대 수준이다. 만약 점도표대로 0.50%포인트 인상할 경우 2.25%까지 벌어질 수 있다. 지난해와 달리 한은이 올해 통화정책 결정에 있어 연준보다는 국내경기에 초점을 모으고 있지만 한미간 금리 격차 확대는 언제나 부담이다. 

이처럼 연준이 연내 2차례 추가 금리 인상 여지를 보여주면서 한은의 추가 긴축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승헌 한은 부총재도 FOMC 직후인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해 "연말 정책금리 전망 점도표 상향,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 발언 등을 통해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하고 연내 금리인하 가능성을 부인한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5월 25일 통화정책방향 관련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유튜브 캡처)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5월 25일 통화정책방향 관련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유튜브 캡처)

현재 한은은 시장의 섣부른 기대감에 경고를 보내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호주중앙은행도 동결하고 지켜보겠다고 해서 사람들이 다 안 올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올렸다. 한국은 그렇게 못할 것 같나. 절대로 못할 거라고 생각하지 말아달라"고 언급했다. 

특히 5월 금통위에서는 금통위원 6인 전원이 3.75% 가능성을 열어두기를 선택했다. 4월 금통위에서는 5명이었다. 금통위원들은 "물가가 예상대로 둔화되고 있지만 근원물가 둔화 속도가 더디고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금리 인상을 중단할지, 아닐지 등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을 선호했다.

다음 연준의 기준금리 발표는 우리 시간으로 7월 27일에 이뤄진다. 한은 금통위는 7월 13일로 보름 가량 앞선다. 이후 연준 FOMC는 9월 21일에 열리며 앞뒤로 한은 금통위(8월 24일, 10월 19일)가 예정돼있다. 다음 금통위에서 7월 FOMC 결과를 확정적으로 판단할 수 없어 지켜봐도 대응할 시간은 있는 셈이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7월 인상에 대해 연준이 데이터 확인 후 결정하겠다고 한 만큼 당장 한은이 3.75% 반영에 나설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6월 FOMC 이후 달러화는 약세를 보였고 원달러 환율 상승을 크게 자극할 상황이 아니다. 대외 여건은 3.75% 가능성 열기를 지지하지만 실제 인상 여부는 분명 국내 성장과 물가 경로에 달렸다"며 "한은 역시 대외 불확실성에 민감했던 지난해 하반기와는 달라진 국내 성장과 물가 경로를 중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