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명수 기자
  • 입력 2023.06.19 09:10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사진=미 국부부 홈페이지 캡처)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사진=미 국부부 홈페이지 캡처)

[뉴스웍스=박명수 기자] 미국과 중국 외교장관이 베이징에서 만나 양국 간 경쟁 관계가 충돌로 비화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극적 돌파구는 마련하지 못했으나 ’상황 관리’에는 힘을 쏟기로 했다. 

19일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친강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전날 오후 2시 35분부터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서 회담과 업무 만찬을 포함해 총 8시간 가까운 마라톤 협의를 진행했다.

매튜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에 따르면 블링컨 장관은 회담에서 "미국은 미국민의 이익과 가치를 항상 옹호하고, 자유롭고 개방적이며 규범에 기반한 국제 질서를 유지하는 세상을 위한 비전을 진전시키기 위해 동맹 및 파트너와 계속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중국을 현 국제질서의 도전세력으로 간주하는 동시에 '경쟁'에 방점을 찍은 미중관계 인식을 재확인하고, 동맹국들을 규합해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을 견지할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친강 부장은 "현재 중미관계는 수교 이래 최저점에 놓여있다"며 미국 측에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이행할 것을 촉구하는 등 '핵심 이익'과 관련한 엄정한 입장을 밝히고,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반면 양측은 서로 표현은 조금씩 달랐지만 당국간 소통 채널을 열어두고, 민간 교류를 통해 양국 관계의 상황을 관리할 필요성에 뜻을 같이했다.

중국 외교부는 "미중 관계의 구체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양국 공동 워킹그룹 협의를 계속 추진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밀러 대변인은 "블링컨 장관은 오해와 오판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외교와 폭 넓은 현안에 대한 소통 채널을 열어두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또한 양측은 양국민의 인적 왕래를 포함한 교류 촉진에 뜻을 같이 했다. 또 상호 편리한 시기에 친강 부장의 미국 답방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번 회담에 대해 미국 측은 "솔직하고 실질적이며 건설적인 대화를 했다"고 평가했다. 중국 측도 "장시간 솔직하고 심층적이며 건설적인 의사소통을 했다"며 거의 비슷한 평가를 했다.

두 사람이 자국 외교부 수장직에 오른 이후, 대면 회담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쟁과 상호 견제에 방점 찍힌 현재의 미중관계에 변화를 가져올 돌파구는 이번 회담에서 마련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양측의 갈등이 무력 충돌로 비화하지 않도록 소통로를 열어두고, 민간 교류를 활성화하는 등 상황 관리에 뜻을 모으는 성과는 거둔 것으로 풀이된다.

블링컨 장관은 방중 마지막 날인 19일 중국 외교라인 1인자인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당 중앙 외사판공실 주임)과 만날 예정이다. 시진핑 국가주석을 예방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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