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3.06.19 15:07

국민의힘 "이재명, 이미 겹겹이 방탄조끼 입어"… 정의당 "만시지탄"

한동훈 법무부장관. (사진=법TV 캡처)
한동훈 법무부장관. (사진=법TV 캡처)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국회에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연설 말미에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한 것에 대해 여권과 법무부가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날 이에 대해 "좋은 이야기"라며 "다만 그걸 어떻게 실천할지를 잘 모르겠다"고 쏘아붙였다.

이날 국회 본회의에 참석한 한 장관은 이 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 직후 기자들과 만나 "구체적으로 체포동의안 불체포특권을 포기한다는 것을 어떤 의미로 말씀하셨는지 잘 모르겠다"며 "일단 적어도 대한민국 사법 시스템에 따라서, 그 절차 내에서 행동하겠다는 말씀은 기존에 하셨던 말씀보다는 좋은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중요한 건 대한민국의 다른 국민들과 똑같이 형사사법 시스템 내에서 자기방어를 하시면 되는 문제"라고 일축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도 이 대표를 정조준 해 "말로 할 것이 아니라 실천하면 좋을 것 같다"며 "이제 와서 그냥 지나간 버스를 세우겠다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이어 "어쨌든 (버스를) 세우겠다니까 환영할 일인데, 지금까지 불체포특권을 남용했던 민주당 사람들의 체포동의안을 국회에서 지금 다 다시 처리해야 하지 않겠나 싶다"고 지적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이 대표가 '불체포 권리를 포기하겠다'고 발언한 데 대해 "이미 겹겹이 방탄조끼를 입어놓고서 사과 한마디 없이 큰 결단이라도 하는 것처럼, 이제 와 구속영장이 오면 응하겠다는 모습은 5분 신상 발언을 보는 듯한 몰염치의 극치였다"고 날을 세웠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SNS를 통해 "이 대표가 불체포 권리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했다"며 "만시지탄"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돈 봉투 의혹 체포동의안 표결 이전에 이 선언이 나왔더라면, 진즉에 대선공약이 제대로 이행되었더라면 하는 생각을 떨굴 수 없다"며 "그러나 오늘 약속을 계기로 국회의원의 특권이 하나둘 사라지고, 우리 국회가 방탄 의혹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피력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19일 국회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델리민주 홈페이지 캡처)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19일 국회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델리민주 홈페이지 캡처)

이 대표는 앞서 이날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저에 대한 정치 수사에 대해 불체포 권리를 포기하겠다"며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제 발로 출석해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검찰의 무도함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불체포권리 포기 선언은 사전에 언론에 배포한 연설문에는 없던 내용으로 연설의 말미에 나왔다. 

그는 또 "국민들은 이미 간파하고 있다. 자신들의 무능과 비리는 숨기고 오직 상대에게만 '사정 칼날'을 휘두르며 방탄 프레임에 가두는 것이 집권여당의 유일한 전략"이라며 "(추가) 체포동의안으로 민주당의 갈등과 균열을 노리는데, 이제 그 빌미마저 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이 자신의 사법 리스크를 두고 여권은 물론 당내에서조차 '방탄 논란'이 지속되는 상황을 일거에 해결하겠다는 정치적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지도부 리더십 논란은 물론 당에 드리운 '도덕성 위기'에 대한 절박한 인식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조만간 닻을 올릴 민주당의 혁신기구에 힘을 실어주려는 포석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여권 일각에선 이재명 대표의 또 다른 꼼수라는 시각도 제기됐다.

여권의 한 핵심 관계자는 "의원 불체포특권이라는 게 이재명 대표가 스스로 포기선언을 한다고 해서 바로 포기되는 게 아니잖느냐"며 "불체포특권은 법률을 개정해야 하는 문제인데, 이 대표의 말이 진정성이 있으려면 지금이라도 당장에 의원 불체포특권을 규정한 법률을 언제까지 개정하도록 민주당이 법 개정에 나서겠다는 언급이 있어야 한다. 선언만 나온다면 그건 명백한 꼼수"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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