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3.06.19 23:25

'고창읍성' 올라 조상들의 호국정신 함양… '동곡요'에선 도자기 빚으며 도예장인 숨결 느껴

고창읍성. (사진=원성훈 기자)
고창읍성. (사진=원성훈 기자)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수박과 복분자와 동학 농민운동의 지도자 전봉준 선생의 생가가 있는 곳으로 유명한, '먹거리'와 '역사의 고장'으로만 알고 있었던 전북 고창군이었다. 하지만 이번 6월 15일부터 16일 동안의 여행을 통해 고창군은 내게 완전히 새로운 곳으로 다가왔다.

고창에는 람사르 천연습지와 세계 최대의 고인돌이 있었고, 가슴이 확 트이는 모레 갯벌속에는 살아 숨쉬고 있는 조개와 갯지렁이, 게 등의 생명이 있었고 무엇보다도 빠알갛게 처연한 아름다움이 번지는 구시포 해변가의 낙조가 있었다. 

운곡 람사르 습지. (사진=원성훈 기자)
운곡 람사르 습지. (사진=원성훈 기자)

어디 이뿐이랴. 왜구들의 침략을 방비하기 위해 견고하게 쌓은 고창읍성과 고창읍성에서 이어지는 성곽길을 걷다보면 우리 조상들의 호국정신이 저절로 몸에 배는 듯 하다. 아울러 가업을 이어가며 도자기를 생산해 온 '동곡요'의 계승자인 류춘봉 도예장인도 만날 수 있었다.

고창 '동곡요'의 계승자인 류춘봉 도예장인이 도자기의 역사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고창 '동곡요'의 계승자인 류춘봉 도예장인이 도자기의 역사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류춘봉 도예장인은 도자기 전체 역사를 비롯해 고창 지역에서 분청사기가 발달하게 된 이유를 아주 맛깔나게 요약해서 설명해줬다. 아울러 아주 질 좋은 점토를 뚝뚝 잘라 주고 체험자들에게 직접 자신만의 도자기를 만들게 도와줬다. 이렇게 만들어진 도자기는 그늘에 말리고 유약을 바른 후 불가마에 넣어 구워진 후 완성된 제품을 약 한달쯤 후에 도예체험자 각자의 집으로 배송해준다고 했다. 도예체험자들은 자신들만의 도자기를 갖게되는 것에 신이 났는지 아주 즐거워하며 자신만의 그릇을 빚었다. 

◆갯벌·고인돌에서 판소리·농악까지 유네스코가 지정한 고창의 보물들

지난 1972년부터 유네스코는 고창군의 갯벌과 고인돌을 인류 전체를 위해 보호해야 할 보편적 가치가 있는 세계 유산으로 인정했다. 판소리와 농악은 2011년부터 유네스코가 소멸 위기에 처한 문화유산의 보존과 재생을 위해 구전 및 무형 유산을 확인·보호·증진할 목적으로 선정한 가치있고 독창적인 구전 및 무형유산으로 지정했다. 

아울러 고창군이 자랑하는 세계기록 유산에는 동학농민혁명 기록물인 무장포고문, 취의록, 거의록이 있다. 

세계 최대의 고인돌. 오른쪽 아래의 관람객이 아주 작아 보일 정도로 고인돌이 크다. (사진=원성훈 기자)
세계 최대의 고인돌. 오른쪽 아래의 관람객이 아주 작아 보일 정도로 고인돌이 크다. (사진=원성훈 기자)

고창군 전 지역은 또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돼있다. 고창군에서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된 곳은 천마봉, 도솔암 마애불, 진흥굴, 소요산 용암돔, 병바위, 운곡 습지 및 고인돌 유적, 명매기샘, 송계리 시생대 편마암, 구시포, 명사십리, 대죽도, 쉐니어 등이 있다. 

고창군은 올해 처음으로 시도됐던 '제1회 고창벚꽃축제'가 대박을 냈고 청보리밭 축제, 바지락 축제, 아태마스터스 대회가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향후 7월에는 한여름밤의 물축제 8월 새만금 세계잼버리대회, 9월 해풍고추축제에 이어 10월엔 제50주년 모양성제/고인돌 미디어아트 등이 준비되고 있다. 

우리가 무공해 전기차를 타고 찾아간 '운곡 습지'는 산지형 저층 습지로 자연환경이 제대로 잘 보존돼 있었고 거기에서 바로 이웃한 고인돌은 여느 고인돌과는 달리 상판에 해당하는 돌이 아주 크고 받침대에 해당되는 부분이 작으면서도 땅속에 깊게 뿌리박혀있는 특이한 형태였다. 불과 30미터 정도 떨어져 있는 곳에서는 그다지 커보이지 않아서 '뭐, 저것을 갖고 세계 최대의 고인돌이라고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가까이 가보니 정말 거대함을 느낄 수 있었다. 뭔가 신령스러운 느낌이 들어 저절로 고인돌을 빙 둘러 돌아보기까지 했는데 고인돌의 곳곳에 세월의 두께가 켜켜이 쌓여있어 온몸으로 그 기운이 엄습하는 듯 했다. 

◆보라빛 라벤더꽃 향기속에 소년·소녀로 되돌아가는 '시간여행'

고창의 '청농원'은 어디를 둘러봐도 보라색이 가득하다. 보라색 대문을 지나 약간 경사진 길을 내려가다보면 4살짜리 하얀 개 두마리가 보라색 개집속에서 뛰어나와 관광객들을 반긴다. 두마리의 개들은 늠름하지만 순하디 순해보였다. 개의 주인은 젊은 여성이었는데 개들에게 밥도 주고 물도 줬다. 햇볕이 따갑게 내리쬐는 속에서 개들은 마냥 행복해 보였다.

고창 '청농원'의 라벤더 꽃밭. (사진=원성훈 기자)
고창 '청농원'의 라벤더 꽃밭. (사진=원성훈 기자)

라벤더 꽃밭이 아주 넓게 펼쳐져 있고 그런 라벤더 꽃밭의 한 가운데에는 두 명 정도가 타면 딱 좋을만한 크기의 흔들리는 그네 벤치가 놓여져 있다. 더욱더 기분이 좋았던 것은 꿀벌들이었다. 공기 좋고 물 맑은 시골에 간다해도 좀처럼 보기 어려운 멸종위기에 처한 꿀벌이 '청농원'에서만큼은 아주 많았다. 누가봐도 이곳은 꿀벌이 살기 좋은 자연환경으로 보였다. 꿀벌과 라벤더꽃을 배경으로 동영상을 찍어두었다. 

고창 청농원 라벤더 꽃발 옆의 게스트하우스가 마치 동화속 그림처럼 보인다. (사진=원성훈 기자)
고창 청농원 라벤더 꽃발 옆의 게스트하우스가 마치 동화속 그림처럼 보인다. (사진=원성훈 기자)

아울러 이곳에서 무엇보다도 시선을 끄는 것은 그림엽서속에 나오는 건물처럼 지어놓은 아름다운 한옥 형태의 게스트 하우스와 마치 헨젤과 그레텔이라는 동화속에서나 봄직한 노릇노릇한 빵같은 색상의 벽돌로 지어진 카페다. 이 카페에서는 어린시절 만화영화속에서 봤던 '알프스 소녀 하이디' 내지는 '플란다스의 개'에서 나오는 넬로의 여자친구 알로아가 쓰면 딱 어울릴듯한 연한 보라색 띠가 둘러진 모자를 그다지 비싸지 않은 가격에 살 수 있는 것이 참 좋았다. 또한 이것은 하나의 관광 포인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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