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3.06.20 16:02
원성훈 기자.
원성훈 기자.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 19일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을 스스로 포기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이후 '불체포특권'이 정치계의 핫이슈로 떠올랐다. 하지만 이같은 '선언'과 달리 '실행 가능성'에는 의문 부호가 찍힌다. 심하게 말하면 이 대표의 '정치적 꼼수'라는 시각도 적잖다. 

이 대표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19일 "말로 할 것이 아니라 실천하면 좋을 것 같다"며 "지금까지 불체포특권을 남용했던 민주당 사람들의 체포동의안을 국회에서 지금 다 다시 처리해야 하지 않겠나 싶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2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이재명 대표는 불체포특권 포기 약속을 어긴 것에 대해 대국민 사과부터 하라"고 쏘아붙였다. 

한동훈 법무부장관도 지난 19일 "좋은 이야기인데 다만 그걸 어떻게 실천할지를 잘 모르겠다"며 "일단 적어도 대한민국 사법 시스템에 따라서, 그 절차 내에서 행동하겠다는 말씀은 기존에 하셨던 말씀보다는 좋은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고 비꼬았다. 

여권의 기류는 한마디로 이 대표가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고 '선언'만 한 것일 뿐 정작 중요한 '실천 가능성은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런 판단의 근거에는 이 대표의 언행을 비롯한 여러 가지 근거가 있다.

일례로 민주당은 이 대표를 위한 방탄 국회라고 의심될 수밖에 없는 행보를 보였다. 공휴일인 3·1절에도 임시국회를 열어 단 하루라도 방탄국회에 구멍이 뚫리지 않도록 하려고 애쓴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이 대표 스스로도 불체포 특권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강하게 피력했다. 그는 지난 2월 23일 기자간담회에서 "강도·깡패가 날뛰는 무법천지가 되면 당연히 담장이 있어야 하고 대문을 닫아야 한다"며 자신을 향해 제기된 '불체포특권 포기 요구'를 일축했다. 윤석열 정부를 깡패정부라고 규정하면서 국회의원의 헌법상 권리인 불체포특권을 포기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랬던 이 대표가 왜 갑자기 입장을 바꿨을까. 이에 대해 여권과 민주당내 비이재명계는 다양한 해석을 내놨다.

돌연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한 배경엔 구속영장이 실제 발부될 가능성이 작다는 자신감이 깔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대표 측은 이미 재판에 넘겨진 대장동 및 성남FC 후원금 의혹 외에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쌍방울그룹의 대북 송금 의혹 등에선 승산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법원이 증거도 없이 영장을 인용할 가능성이 작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설령 이 대표가 불체포특권을 포기함으로써 국회로 체포동의안이 넘어오더라도 국회에서 가결되기도 쉽지 않거니와 가결됐다 해더라도 영장실질심사에서 도주 우려가 없고 증거인멸 우려도 없다는 이유로 구속되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본질적으로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은 누군가가 스스로 포기하겠다고 선언한다 해서 바로 체포하고 구속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 헌법 조항으로 명시된 사안이다.

헌법 44조 1항에는 '국회의원은 현행범인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 중 국회의 동의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돼 있고 같은 조 2항에선 '국회의원이 회기 전에 체포 또는 구금된 때에는 현행범인이 아닌 한 국회의 요구가 있으면 회기 중 석방된다'고 돼 있다. 따라서 개헌을 해야만 국회 회기가 아닌 때에 국회의원을 체포하거나 구금할 수 있다.

이 대표는 불체포특권을 내려놨다는 '선언'만 해놓은 상태라서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나는 특권을 모두 내려놨는데도 검경이 끊임없이 나와 관계된 압수수색을 하면서 괴롭히고 있다"고 언론플레이를 할 수 있다. 이른바 '피해자 코스프레'가 가능한 상태다. 

이에 더해 국회법 제26조 1항에는 '의원을 체포하거나 구금하기 위해 국회의 동의를 받으려고 할 때에는 관할법원의 판사는 영장을 발부하기 전에 체포동의 요구서를 정부에 제출해야 하며, 정부는 이를 수리(受理)한 후 지체 없이 그 사본을 첨부해 국회에 체포동의를 요청해야 한다'고 돼 있다.

아울러 국회법 제27조에는 '정부는 체포 또는 구금된 의원이 있을 때에는 지체 없이 의장에게 영장 사본을 첨부해 이를 통지해야 한다. 구속기간이 연장되었을 때에도 또한 같다'고 규정돼 있다.

이런 헌법과 국회법의 취지를 종합하면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이라는 특혜는 국회의원 개인의 '주장'이나 '선언'과는 무관한 법적 규정 사안이다. 따라서 현행법을 '개정'하지 않고는 아무리 어떤 국회의원이 나는 불체포특권을 포기한다고 '선언'을 했을지라도 일반인과 동일하게 체포나 구금을 하게되면 그 자체가 위법이 된다. 

이런 까닭에 김남국 민주당 의원도 지난 2월 17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법률가로서 제가 평가를 해보면 헌법에서 국회의원에게 부여한 불체포특권은 내가 포기하고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그런 권리가 아니다"라며 "내가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고 법원으로 가겠다고 해서 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아주는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한 바 있다. 

또 다른 유력한 분석은 민주당내 '비이재명계'를 향한 승부수라는 시각이다. 오는 24일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귀국하기에 앞서 이낙연 전 대표를 중심으로 비이재명계가 단결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자 이재명 대표가 이 전 대표가 귀국하기 전에 서둘러서 자신의 약한 고리를 스스로 끊어버리는 선택을 했다는 평가다.

즉, 자신과 관련된 사법리스크 때문에 방탄 논란과 내홍이 이어져왔는데 이낙연 전 대표가 귀국하기 전에 이 부분을 스스로 '정리'하고 넘어가기로 결심한 것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조만간 출범할 민주당 혁신기구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이 대표부터 특권 내려놓기에 나섰다는 해석도 나온다.

혁신기구 입장에서는 당 윤리규범 재정비 과정에서 이 대표의 방탄 논란이 큰 부담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고 이낙연 전 대표의 귀국 이후에는 바로 이것을 고리로 비이재명계의 공세가 거세게 이어질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포석을 깐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이재명 대표는 '불체포특권 포기'라는 정치적 승부수를 던졌다. 하지만 민주당 전체가 법제화에 나서지 않는 한 '찻잔속의 미풍'으로 그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