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문병도 기자
  • 입력 2023.06.20 16:19
문조비 신정왕후 왕세자빈책봉 죽책 (사진제공=라이엇게임즈)
문조비 신정왕후 왕세자빈책봉 죽책 (사진제공=라이엇게임즈)

[뉴스웍스=문병도 기자]  문화재청이 '조선왕조 어보·어책·교명'을 비롯해 '근묵', '아미타여래구존도', '순천 동화사 목조석가여래삼불좌상' 등 4건을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했다고 20일 발표했다. 

'조선왕조 어보·어책·교명'은 조선이 건국한 1392년부터 대한제국을 선포한 1897년 이후 일제에 강제로 병합된 1910년까지 조선왕조의 의례에 사용된 인장과 문서이다. 어보·어책·교명은 해당 인물 생전에는 궁궐에 보관하였고, 사후에는 신주와 함께 종묘에 모셔져 관리됐다. 

어보란 국왕·왕세자·왕세제·왕세손과 그 배우자를 해당 지위에 임명하는 책봉 때나 국왕·왕비·상왕·왕대비·대왕대비 등에게 존호, 시호, 묘호, 휘호 등을 올릴 때 제작한 의례용 인장이다. 어책은 어보와 함께 내려지는 것으로 의례에 대한 역사적 배경과 의미, 내용을 기록한다.

신분과 재질에 따라 어보는 금보·옥보·은인 등으로, 어책은 옥책·죽책·금책으로 구별했다. 교명은 왕비·왕세자·왕세자빈·왕세제·왕세제빈·왕세손·왕세손빈 등을 책봉할 때 내리는 훈유문서로 그 지위의 존귀함을 강조하며, 책임을 다할 것을 훈계하고 깨우쳐주는 내용으로 이뤄져 있다. 

'조선왕조 어보·어책·교명'은 종묘의 신실에 봉안되어 전승됐다.

종묘는 정전 19실과 영녕전 16실로 구성돼있다. 각 신실의 중앙에는 신주장을 두어 신주를 봉안하고 양쪽으로 보장과 책장을 두어 어보·어책·명 등을 봉안했다. '조선왕조 어보·어책·교명'은 어보 318과, 어책 290첩, 교명 29축 총 637점이다.

이중 '문조비 신정왕후 왕세자빈책봉 죽책'은 라이엇게임즈의 지원을 통해 고국의 품으로 돌아온 바 있다.

이 죽책은 신정왕후가 효명세자의 세자빈으로 책봉된 1819년에 제작된 것으로, 조선왕실의 전형적인 죽책 형식을 엿볼 수 있으며 공예품으로서 뛰어난 예술성을 지닌 왕실 의례 상징물이다. 이 죽책은 2017년 프랑스 파리 고미술 시장에 경매로 올라온 것이 발견됐다. 문화재청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 등 관련 기관의 노력과 라이엇 게임즈의 기부금 마련 및 각종 지원이 더해져 고국의 품으로 돌아왔다.

'조선왕조 어보·어책·교명'은 세계사적으로 그 유례가 없는 독특한 왕실문화를 상징하는 유물로서 500여 년간 거행된 조선 왕실 의례의 통시성과 역사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근묵'은 근대의 저명한 서예가이자 서화 감식가였던 오세창(1864~1953)이 1943년 80세의 나이에 엮은 서첩으로, 가문의 8대에 걸친 수집품의 토대 위에 오세창의 감식안이 더해진 결과물이다.

정몽주(1337~1392)에서 이도영(1884~1933)에 이르기까지 약 600여 년에 걸친 1136명의 필적 등 국내 최대 분량이 수록되어 있다. 첩장본의 서첩 34책과 선장본의 목록 1책으로 구성돼 있다. 서첩 34책은 필적의 크기에 따라 양면 또는 단면에 1점씩 수록하였고, 오른쪽 첨지에는 이를 쓴 사람의 이름, 생몰연대 등을 적어 놓았다.

'근묵'은 수록된 필적의 시대적 분포가 고려 말에서부터 일제강점기에 이르고, 쓴 사람의 신분도 국왕에서 중인, 승려 등에 이르며 그 범위가 폭넓다. 수록된 필적의 문체 및 내용 또한 한문학의 거의 모든 분야를 포괄하고 있으며 사회 경제적 상황을 잘 담고 있는 서간문의 비중이 압도적이어서 당시의 사회상·생활상 연구에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역대 명필들의 필적이 빠짐없이 수록되어 있어 각 시기에 유행하던 서풍 및 그 변천 양상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서예사 연구에 매우 귀중한 자료로 평가되고 있다.

'아미타여래구존도'는 1565년(명종 20)이라는 제작연대가 정확한 조선 전기 불화로, 화기에 조성연대와 화제, 시주질 등이 기록되어 있다.

조선 전기에 그려진 아미타여래구존도는 6점이 현존하는데, 국내에 있는 작품 중 유일하게 제작연도를 확실히 알 수 있는 채색 불화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삼베 바탕에 주존인 아미타여래를 중심으로 관음보살, 지장보살을 비롯한 팔대보살이 좌우 대칭된 모습으로 표현되는 고려 후기 불화의 요소가 남아 있다. 주존을 중심으로 보살을 에워싸는 배치, 여래와 보살의 형상과 묘사, 필선의 사용과 문양을 배제한 색 중심의 채색법에는 조선 전기 불화의 새로운 요소, 특히 16세기 불화의 특징이 잘 반영돼 있다.

'순천 동화사 목조석가여래삼불좌상'은 수조각승 계찬을 비롯해 인계, 영언 등 7명의 조각승들이 1657년(효종 8) 완성해 동화사 대웅전에 봉안한 삼불상이다.

세 불상의 복장에서 각각 발견된 조성 발원문을 통해 조성연대, 제작자 등을 확인할 수 있는데 불상 제작에 필요한 상세한 시주물목이 기록되어 있어 조각승 간의 협업과 분업, 불상 제작에 필요한 물목과 공정을 이해하는 데 많은 참고가 된다는 점에서 큰 학술적 가치를 지닌다.

문화재청은 보물로 지정된 '조선왕조 어보·어책·교명', '근묵', '아미타여래구존도', '순천 동화사 목조석가여래삼불좌상'을 해당 지방자치단체, 소유자등과 적극행정의 자세로 협조해 체계적으로 보존·활용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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