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상우 기자
  • 입력 2023.06.22 08:45

일반 시중 품귀에 이어 연쇄 반응…사재기 없다던 정부, 뒤늦은 대응에 부산

서울의 한 대형마트 소금매대에 천일염 품절 관련 안내문이 게시된 모습. (사진=뉴스1)
서울의 한 대형마트 소금매대에 천일염 품절 관련 안내문이 게시된 모습. (사진=뉴스1)

[뉴스웍스=김상우 기자]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앞두고 시중에서 '천일염 품절' 대란이 일어난 가운데, 단체급식·외식·식품제조 등 B2B(기업 간 거래) 업종도 천일염 수급 차질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국내 주요 식자재유통업체들은 고객사에게 최소 수량만 공급하며 사태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식자재유통업체인 CJ프레시웨이, 삼성웰스토리, 아워홈 등은 협력사를 통해 공급받던 천일염의 물량 확보가 최근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다. 대형마트 등 B2C(기업·소비자 간 거래) 시장에서 폭발적인 수요가 일어나자, B2B 물량까지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소금 제품의 30% 초반대 점유율(B2C 경로)을 확보한 대상과 20% 후반대인 CJ제일제당은 급등한 수요에 대책 마련이 분주하다. 대상 관계자는 “재고량이 크게 줄고 있으나, 내달 햇소금을 매입하면 사정이 나아질 것”이라며 “단기적 문제로 끝날지, 아니면 장기화할 것인지 상황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단체급식은 업체 규모에 따라 천일염 사용량이 상이하지만, 전체 소금 사용량은 매달 30~50톤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태가 장기화하면 천일염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해외 수급량을 늘리거나 국산 비중을 줄이는 등, 다각적인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한 대형 식자재유통업체 관계자는 “여러 협력사를 통해 천일염을 공급받고 있어 당장 물량이 동난 상황은 아니지만, 장기화하면 수요를 맞추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며 "일부 주문량을 수입으로 대체하는 등, 탄력적 조정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식업계도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부 베이커리 전문점은 천일염 대신 다른 소금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천일염 마케팅을 내세운 업체들도 가격 인상이 본격화하면 사용이 힘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외식 자영업자들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이번 사태의 원인을 사재기로 지목하면서 당국의 철저한 단속을 주문하고 있다. 한 자영업자는 “소금은 오래 보관할수록 쓴맛을 내는 간수가 빠져 품질이 더 좋아진다”며 “일본 오염수 이슈와 맞물려 대량 구매하면 이득을 볼 수 있다는 판단에 조직적인 사재기가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료=농림축산식품부 '2022 식품산업원료실태조사' 캡처)
(자료=농림축산식품부 '2022 식품산업원료실태조사' 캡처)

식품제조업체들은 기존에 구매한 천일염 물량을 최대한 활용하고, 다음 달까지 수급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 대책 마련에 나설 계획이다.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천일염을 이용한 주요 가공품은 ▲수산가공품(31.8%) ▲김치류 및 절임류(30.9%) ▲장류(18.8%) ▲조미식품(6.8%) ▲비식품류(6.0%) ▲빵류 또는 떡류(1.3%) 등이다. 이번 사태가 진정되지 않는다면 수산가공품과 김치, 장류 제품 등의 생산에 악영향을 끼치는 도미노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국산 천일염의 유통 소비 흐름은 중간도매 및 밴더업체가 35.5%로 비중이 가장 높고, 원재료 제조업체(12.1%)와 산지직구매(11.2%)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천일염 사용량 9만7294톤 규모에서 국산 사용량 비중은 54.7%, 수입 사용량 비중은 45.3%를 차지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산 천일염 대란은 과거 코로나 사태 초기의 마스크 대란과 비슷한 측면이 많다”며 “당시에도 폭리 목적의 마스크 사재기가 이뤄지다 잠잠해진 것처럼, 정부 당국의 엄정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천일염 사재기 징후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던 정부는 천일염 품귀현상이 심해지자, 모니터링 강화를 선언한 데 이어 업계 간담회를 통해 생산 물량을 늘려달라고 요청하는 등 부산한 대응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사재기 우려가 제기된 이달 초중순에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국민 우려를 키웠다는 점에서 다소 뒤늦은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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