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3.06.22 13:38

법무부 "추후 상세 설명자료 배포 예정"…삼성전자·삼성물산 "별도 입장 없어"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 21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의총에서 피켓팅을 하면서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민주당 홈페이지 캡처)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 21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의총에서 피켓팅을 하면서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민주당 홈페이지 캡처)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우리 정부와 미국의 헤지펀드 엘리엇 간의 갈등이 확산되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도 이 문제에 참전하면서 정부를 향해 맹공을 퍼부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1일 국제투자 분쟁해결센터 중재재판부가 한국 정부에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에 대해 약 690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린 것에 대해 "피해를 끼친 자들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건 당연하다"며 "배상액은 국민 세금이 아닌 책임자들이 부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원내 지도부는 22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이같이 밝혔다. 

김성주 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정부가 엘리엇에 물어줘야 할 금액은 690억원, 이자까지 합하면 130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이 돈을 국민 세금으로 지불한다는 건 납득할 수 없다"고 질타했다.

김 부의장은 또 "이번 배상판정의 의미는 박근혜 정부가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간섭해서 주주인 엘리엇에 손해를 끼친 것을 인정한 것"이라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은 삼성 경영권 승계를 위해 필요한 것으로 두 회사의 합병 비율을 이재용 측에는 유리하게, 국민연금에는 불리하게 만든 것이 바로 국정농단 사태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과정서 박근혜 청와대와 문형표 복지부장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이 압력을 행사하고 개입한 것이 드러나 유죄판결을 받았다"며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 도입한 게 바로 스튜어드십 코드다. 국민연금이 기금에 손해를 끼친 삼성의 합병에 찬성표 던지는 사태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윤석열 정부는 박근혜 정부의 전철을 밟지 않길 바란다"며 "정경유착은 기업의 이익을 위해 정부를 동원하고 서로 이익을 취하는, 청산돼야 할 유물이다. 윤석열 정부는 국민연금 기금에 개입하려는 유혹을 버려야 한다"고 쏘아붙였다. 아울러 "왜 이득을 본 자는 항상 빠져나가고 손해는 항상 국민의 몫이어야 하나. 피해 끼친 자들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건 당연하다"며 "삼성 합병사태 당시 수사 검사였던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어떻게 할지 지켜보겠다"고 별렀다.

이용우 민주당 원내부대표는 "이번 판결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될 것들이 몇 가지 있다. 이 제도에 의해서 외국인 투자자는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국내 투자자는 배상받지 못하고 있다. 이 부분의 해결책이 필요하다"며 "정부 정책은 시장 참여자에게 중립적으로 행사돼야 하고 적법 절차가 지켜져야 한다는 뜻이다. 만일 그게 지켜지지 않아 투자자에게 손실을 입힌다면 책임이 따른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런 정책 결정을 하고 부당한 개입한 사람은 누군가. 그 사람들이 책임자다. 그런데 우리는 배상금 690억원과 법률비용, 소송비용 포함 1300억원을 우리 국민의 세금으로 낸다고 한다"며 "이 문제에 대해 명확하게 해줘야 할 것이다. 법무부는 어제까지 대응 방안을 제출한다고 했는데 아직 나오고 있지 않다"고 개탄했다.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가 지난 20일 대한민국 관련 국제민사재판 결과를 공개하며 한국정부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에게 원금 기준으로 약 690억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정을 내린 바 있다. 

이는 배상원금에 붙는 이자와 법률비용을 제외한 것으로 이것까지 포함하면 정부가 지급해야 하는 돈은 1300억원을 넘길 것으로 관측된다. 엘리엇이 한국 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규정한 의무를 위반했다며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에 중재를 신청한 지 5년 만이다. 

이런 가운데, 법무부는 이날 PCA의 엘리엇 사건 중재판정부가 엘리엇 측 주장 일부를 인용해 우리 정부에 5358만6931달러(약 690억원·달러당 1288원 기준) 및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정한 사실을 공개했다.

엘리엇이 청구한 손해배상금은 총 7억7000만달러(약 9917억원)였는데 이중에서 약 7%가 '인용'된 것이다. 중재판정부는 이에 더해 2015년 7월16일부터 판정일까지 5% 연복리의 이자를 지급할 것을 명했다. 

이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엘리엇이 "지난 2015년 삼성그룹 오너 일가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 과정에서 당시 청와대, 복지부가 국민연금에 찬성 투표를 하도록 압력을 행사해 손해를 봤다"며 2018년 7월 국제투자분쟁 해결절차(ISDS)를 통해 국제중재를 제기했다.

ISDS는 해외 투자자가 투자국의 법령이나 정책 등으로 피해를 봤을 때 중재를 통해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당시 엘리엇은 삼성물산 지분의 7.12%를 보유하고 있었다. 엘리엇은 삼성물산 1주당 제일모직 0.35주로 제시된 합병비율이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불합리하다며 합병을 반대했다. 그럼에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합병됐고 이에따라 엘리엇이 손해를 봤다는 게 핵심이다. 

엘리엇은 21일 입장문을 내고 "중재판정부의 결론은 사실에 비춰 타당한 결론"이라며 "삼성물산 투자 관련 사실관계는 한국의 법원 및 검찰에 의해서도 지난 수년간 입증됐다"고 주장했다.

엘리엇은 또 한국에 배상 명령 이행을 촉구하면서 "판정에 불복해 근거 없는 법적 절차를 계속 밟아나가는 것은 추가 소송 비용 및 이자를 발생시켜 국민 부담만 가중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엘리엇은 한국 정부가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계속 부패와 싸워나가기를 기대한다"며 "대한민국이 보다 투명하고 믿을 만한 외국인 투자처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사태를 고리로 해 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장관에 대해 '삼성 합병 사태' 당시에 수사 검사였다는 이유로 정치공세에 나섰지만, 법무부는 지난 20일 "판정문 분석결과 및 향후 계획 등에 대해선 추후 상세 설명자료를 배포할 예정"이라며 "국익에 부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은 법무부와 엘리엇 간의 소송에 대해 "별도 입장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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