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다윗 기자
  • 입력 2023.06.25 14:00

업황 바닥 두고…반등론 vs 회의론 '분분'

삼성전자 반도체 제조 라인에서 작업자가 이동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 반도체 제조 라인에서 작업자가 이동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뉴스웍스=전다윗 기자] 올해 2분기에도 '반도체 혹한'이 이어질 전망이다. 국내 반도체 산업을 이끄는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과 SK하이닉스가 1분기에 이어 2분기도 동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해당 분기 양사 반도체 적자를 더하면 총 7조원에 육박할 것이란 암울한 전망도 나온다. 

25일 증권가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부문은 2분기 3조원 중후반에서 4조원 초반의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직전 분기(영업손실 4조5800억원)와 비교해 적자 폭이 다소 줄어들긴 했지만, 회사 전체 영업이익의 70% 이상을 담당했던 전년 동기(영업이익 9조9800억원)와 비교하면 충격적인 실적이다. 

앞서 지난 1분기 삼성전자 DS부문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2009년 1분기 이후 14년 만에 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2분기에도 영업손실을 본다면 삼성전자는 2개 분기 연속 반도체 부문에서 적자를 보게 된다.  

SK하이닉스 역시 2분기 적자를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올해 2분기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매출 5조8131억원, 영업손실 3조538억원이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7.91% 줄었고, 영업이익은 적자 전환했다. 2012년 SK그룹 편입 이후 발생한 분기 적자 중 가장 규모가 컸던 지난 1분기(3조4023억원)와 유사한 수준의 영업손실이다. 예상이 현실화할 경우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부터 3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게 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2분기 합산 7조원에 육박하는 적자를 앞두고 있는 건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메모리 반도체 업황 악화 영향이 크다. 경기 침체와 인플레이션, 금리 인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다양한 이슈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급감했고, 줄어든 메모리 반도체 수요는 재고 증가와 제품 가격 하락 등을 불러왔다. 

다만 최근 업계에서는 이르면 3분기부터 업황 반전이 시작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시황은 바닥을 지났다"며 "재고 정상화 이후 고객사들의 리스톡킹(Restocking) 수요 증가가 진행되고 있다. AI 투자 열기로 인해 고용량 D램 수요도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백길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의 감산 활동이 올해 3분기부터 본격화됨에 따라 재고 피크 아웃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특히 최근 지속 부각되고 있는 AI 서비스 고도화 트렌드는 HBM과 같은 고사양 메모리반도체 수요 증가를 수반하고 있다. 시장 지배력이 독보적인 국내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의 수혜가 집중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반면 반도체 업황 회복 속도가 예상을 밑돌 것이란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아직 기대만큼 수요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게 이유다.

최근 전경련이 개최한 2023년 하반기 산업 전망 세미나에서 반도체 부문 발표를 맡은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올해 하반기에도 반도체 수출 감소율이 두 자릿수(-12.8%)에 달할 것으로 관측했다. 글로벌 데이터센터 설비 교체, AI 수요 확대 등으로 상반기보다는 실적이 양호하겠지만,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할 것으로 봤다. 그는 글로벌 경기 둔화로 반도체 수요 산업인 PC와 스마트폰 시장이 여전히 부진한 것을 근거로 들었다. 

김 연구원은 "(반도체 업황이) 상반기가 최악이었다면 하반기에는 회복세라기보단 실적 부진을 유지하는 상황이 전개될 전망"이라며 "중국 리오프닝 효과와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어떻게 변화하는지가 올해 업황 개선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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