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3.07.03 15:52

이낙연, 공식적 쓴소리 했지만 '본격 이재명 비판' 해석엔 조심스런 분위기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지난 2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아 헌화 참배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지난 2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아 헌화 참배하고 있다. (사진=뉴스1)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친이재명계와 친이낙연계의 해묵은 갈등이 재연될지, 아니면 민주당이 화합으로 나가게 될지를 두고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이낙연 민주당 전 대표가 귀국한 지 일주일여 만에 이재명 대표 체제 민주당에 '쓴소리'를 하면서 더 증폭되고 있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전 대표의 이런 행보가 민주당 내 당권 다툼으로까지 이어질 경우, 당내 주류인 친이재명계와의 '결전의 시간'은 생각보다 빨리 불거질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전 대표는 지난 2일 광주를 찾아 "이런 때 제가 몸담은 민주당이 중요한 역할을 해줘야 할 텐데 국민의 기대에 많이 미흡하다"며 "혁신은 민주당의 눈높이가 아니라 국민의 눈높이에 맞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의 귀국 8일 만에 나온 이 같은 발언에 대해 일각에선 비록 완곡하지만 '이재명 체제'가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는 질책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애초 이 전 대표의 향후 행보에 대해선 민주당의 내홍을 우려해 당분간 윤석열 정부 비판에 집중하되 당에 대한 직접적인 발언은 삼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일각의 예측보다 이 전 대표가 이재명 비판의 포문을 좀 더 일찍 연 게 아니냐는 반응이다.

이 전 대표의 이 같은 행보에 친명계와 비이재명계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지도부는 일단 '이재명 비판'이라는 해석은 조심스러워하는 눈치다. 

민주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 전 대표의 발언은 이 대표에 대한 비판이라기보다는 당 전체에 대한 원론적인 쓴소리가 아니겠냐"라고 말했다. 

하지만 친이재명계나 친이낙연계 모두 서로를 '식구'라고 생각하지 않는 분위기가 존재한다는 전언이다. 특히 친이재명계는 이낙연 전 대표에 대해 대선 패배 후 1년 동안 당을 비워놓고 이제 와 마치 '구원 투수'인 양 구느냐는 의식이 팽배하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자꾸 분란의 소지가 있는 발언을 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며 "이낙연 전 대표가 무슨 '개선장군'은 아니지 않느냐"고 평가했다. 

이 전 대표의 행보에 따라서는 당내 갈등이 더 증폭될 가능성이 적잖아 보이는 대목이다. 이 전 대표도 이 같은 분위기를 감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이 전 대표는 앞으로도 비판 발언을 통해 선명성 부각에 나서되 '완급 조절'에도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친이낙연계의 한 인사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 전 대표가 귀국해서 보니 당 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하다고 느낀 것 같다"며 "이 전 대표가 국민이 체감할 수 있을 정도의 쇄신은 불가피하다고 느끼는 듯하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비이명계로 분류되는 황희 민주당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에 출연해 전날 이 전 대표 발언에 대해 "지도부에 대해 지도 역량이 있다, 없다보다는 민주당 전체가 변화와 혁신을 해야 한다는 강한 일침으로 봐야 한다"고 해석했다.

한편, 이 전 대표는 당분간 '민주당의 상징'에 대한 인사에 나선다. 금주 중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아 문재인 전 대통령을 만나고, 김해 봉하마을에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권양숙 여사를 예방한다.

또한 권노갑 김대중재단 이사장, 김원기·문희상 전 국회의장 및 '후임 국무총리'이자 지난 대선 경선에서 경쟁했던 정세균 전 총리 등 당 원로들과도 차례로 만날 계획이다.

이런 일정이 일단락되면 이 전 대표는 이르면 다음 주쯤에 이재명 대표와 만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전 대표가 먼저 견제구를 날린 만큼 두 사람의 만남에 더욱 관심이 쏠린다. 친이재명계와 비이재명계가 단합하는 양상을 띠게 될지 분열이 가속화될지는 회동에서의 분위기에 따라 갈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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