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3.07.10 16:09

"구·시·군 선관위 직원 128명, 선관위 제공 경비로 해외·골프여행…청탁금지법 위반"

선관위의 투표권 관련 홍보물. (사진=중앙선관위 공식 페이스북 캡처)
선관위의 투표권 관련 홍보물. (사진=중앙선관위 공식 페이스북 캡처)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감사원이 제20대 대통령선거 당시 논란이 됐던 '코로나19 확진·격리자 사전투표 관리 부실' (일명, 소쿠리 투표) 논란에 대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자체 감사 결과를 존중하기로 했다.

감사원은 중앙선관위 정기감사보고서를 10일 공개하며 "중앙선관위의 자체 감사 결과를 검토한 결과 감사 내용이 주요 감사초점을 대부분 반영하고 있어 추가로 감사할 필요성이 낮다고 판단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감사원은 '소쿠리 투표' 논란에 대한 감사를 실시하며 선관위에 관련 자료를 요청했으나 선관위는 '선거관리는 자체 고유 업무'라는 이유를 들어 감사원의 요청을 거부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선관위의 입장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자체 점검 결과 외에 추가 자료는 받지 않았다"며 "향후 선거관리 업무 및 제도 개선 사항 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기로 했다"고 피력했다.

앞서 중앙선관위는 자체 특별감사를 진행해 사전투표 결과 관리부실은 ▲코로나19 확진자 투표 수요 예측 부실 ▲종전 임시기표소 투표방식 고수 ▲내부 의사결정 과정의 비합리성 ▲관계기관 협업 미흡 등으로 인해 발생했다고 결론 내렸다.

이에 따라 중앙선관위 전 간부 2명에게 각각 정직 2개월, 3개월의 징계를 의결했고 노정희 당시 선관위원장은 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아울러 감사원은 구·시·군 선거관리위원회 직원 128명이 소속 선거관리위원들이 제공한 경비로 해외·골프여행을 다녀온 사실을 적발해 해당 직원들의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 행위에 대해 과태료 재판 관할 법원에 통보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249개 구·시·군 선관위 중 146개 선관위에서 국고금 관리법을 위반해 위원회의 참석 수당(1인당 6만원)을 선거관리위원 개인의 계좌가 아닌 총무위원 1명의 계좌에 일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이 회의참석수당을 일괄지급하는 107개 구·시·군 선관위에 대해 조사한 결과, 선거관리위원들은 해외·골프여행을 갈 때 동행한 사무처 직원의 비용을 대납해주거나 전별금·간식비·명절축하금 등의 명목으로 금품을 전달한 사실이 적발됐다.

A선관위 소속 B직원의 경우 선거관리위원들로부터 경비를 지원받아 4박5일 필리핀 보라카이 여행, 2박 3일 골프 여행에 함께 간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경비는 선거관리위원들이 적립한 회의참석수당과 갹출한 것으로 필리핀 여행에서 149여 만원을, 제주도 여행에 139여 만원을 각각 제공받았다. 이 밖에 선관위 직원 89명이 전별금 명목으로 최소 10만원에서 50만원을, 29명이 명절기념금으로 최소 10만원에서 90만원을 받았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당시 중앙선관위는 공무원 신분이 아닌 선거관리위원은 공무수행 업무에 대해서만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이며 '상급 공직자'로서 사무처 직원들에 금품을 주는 건 문제가 없다고 유권해석했는데, 감사원은 이러한 판단이 잘못됐다고 봤다.

사인(私人)인 선거관리위원은 법에서 규정하는 '공직자'가 아니므로 '상급 공직자'에 해당하지 않으며, 선관위원들의 친목 또는 사교를 위한 해외·골프여행 등은 공무수행과 관련없기에 선관위 사무처 직원은 '직무관련성이 있는 사인'인 선거관리위원으로부터 금품 등을 받아선 안 된다는 것이다.

또한 감사원은 선관위법상 근거가 없는 비상임위원에 대한 월정액 수당(위원장 290만원, 기타 위원 215만원) 지급을 중지하도록 한 감사원 처분요구에도 불구하고, 선관위가 기획재정부에 예산을 신청한 후 월정액 수당을 부당 집행했다고 밝혔다.

또한 선관위는 전문공사업을 등록하지 않은 무자격업체 6곳과 10건(3억원 규모)의 공사계약을 체결하고 경력경쟁채용시험 서류전형에서 총 57명에 경력점수를 잘못 부여해 3명의 서류전형 합격자가 달라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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