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3.07.15 08:00

2월부터 7월까지 연 3.50% 유지…8월에도 '동결' 가능성 높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3일 통화정책방향 관련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유튜브 캡처)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3일 통화정책방향 관련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유튜브 캡처)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반 년째 3.50%로 유지된 가운데, 시장은 다음 달에도 '동결'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3일 기준금리를 연 3.50%로 유지키로 결정했다. 한은 기준금리는 올해 1월 3.25%에서 3.50%로 오른 뒤 이후 연속된 4번의 회의에서 모두 동결됐다. 내외 금리차 추가 확대 및 금융불균형, 경기 하방 리스크 등 일부 우려도 불구하고 물가와 환율이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는데 따른 결정이다. 

다음 금통위는 8월 24일 예정돼 있다. 이보다 앞선 이번 달 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개최한다. 6월 동결된 미 금리가 이날 재차 0.25%포인트 인상돼 한미간 금리 격차는 역대 최대인 2.0%포인트로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연준이 7월 1번 인상이 아니라 연내 추가 인상을 시사하면 한은의 셈법이 복잡해진다. 

7월 금통위에서는 만장일치 동결이 이뤄졌다. 다만 금통위원 6명 전원은 3.75% 인상 가능성을 언급했다. 금통위원들은 연준의 추가 긴축 가능성 등 대외 요인과 물가·가계부채 움직임 등 내외 요인을 고려해 금리 상단을 열어뒀다. 

시장은 여전히 한은의 금리 인상이 종료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예상치 못한 물가 반등이 나타나지 않으면 한은 금리 동결기는 유지될 것"이라며 "미국 물가 안정에 따라 원달러 환율이 1270원 수준까지 떨어진 점을 고려하면 환율이 급등하지 않는 이상 추가 인상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이 총재가 우려를 표한 '증가세로 전환된 가계부채'가 금리 인상 요인이 될 수 있으나 이 또한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안 연구원은 "대외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과 국내 부동산 시장 연착륙이라는 목표를 고려하면 추가적인 긴축보다는 동결을 통한 고금리 정책을 유지하는 쪽을 택할 것"이라며 "금리 인상을 통해 경제 전반의 긴축적인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미국 물가가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한은의 긴축 부담은 줄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3.0% 상승했다. 시장 예상치를 하회했다. 이는 지난 2021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CPI가 둔화됨에 따라 7월 FOMC 이후 추가 인상 가능성은 낮아지는 모습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14일 기준 7월 FOMC에서 금리가 5.25~5.50%로 0.25%포인트 오를 가능성은 92.4%에 달한다. 9월 FOMC에서 금리가 5.25~5.50%로 동결될 확률은 82.2%로 나타났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추세라면 올해 4분기 미 물가 상승률은 3.5~3.6%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굳이 2번 올릴 필요는 없다"며 "7월 인상이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한은 기준금리 추이. (자료=한국은행 홈페이지 캡처)
한은 기준금리 추이. (자료=한국은행 홈페이지 캡처)

한편 한은의 연내 금리 인하를 전망하는 기관도 있다. 노무라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이 4분기 두 차례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내다봤다. 골드만삭스 등도 이르면 10월부터 한은이 금리를 내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이 총재는 여전히 연내 인하에는 부정적이다. 지난 14일 제주 해비치 호텔·리조트에서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주최 제46회 제주포럼 정책 강연에서도 "당분간 내린다고 이야기하기에는 상황이 어렵기 때문에 크게 기대하지 말라"고 언급했다.

현재 금통위원들 중에서도 인하를 논의하는 사람은 없는 상황이다. 금리 인하 논의는 근원물가 하락과 더불어 기대물가의 2%대 진입이 전제돼야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도 "물가목표인 2%로 물가가 충분히 수렴하고 있는 과정에 도달했다는 확신이 들 때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만약 연내 금리 인하 결정이 내려진다면 연준의 정책금리 인하, 주택가격의 급락이나 금융기관 부채의 연체율 상승, 수출 급감과 무역수지 적자 누적 때문일 것"이라며 "인플레이션 우려와 고금리의 폐해가 동시에 존재하는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한은이 인하 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3가지 이유 중 어느 하나라도 실제로 확인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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