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3.07.17 13:29

한은 "DSR 예외대상 축소·LTV 수준별 차등금리 적용으로 대출수요 조절 필요"

한국은행 본관. (사진=뉴스웍스DB)
한국은행 본관. (사진=뉴스웍스DB)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우리나라의 가계부채에 대한 '위험' 경고등이 켜졌다.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주요국 중 3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조사돼 이를 낮추기 위한 종합적인 정책체계 수립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17일 발간한 '장기구조적 관점에서 본 가계부채 증가의 원인과 영향 및 연착률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완만하게 하락한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가계부채 누증을 방지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 비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2010년 주요 43개국 중 14번째로 높은 수준을 보였던 우리나라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18~2020년 중 7번째로 올라간 데 이어 2022년 4분기 기준으로는 스위스(128.3%), 호주(111.8%)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수준(105.0%)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현황을 살펴보면 그동안 빠른 속도로 누적됐던 가계부채는 2022년 하반기부터 주택시장 둔화, 기준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증가세가 크게 둔화됐다.

가계가 금융기관으로부터 차입한 자금규모는 2010~2014년 중 평균 71조원에서 2015~2019년에는 연평균 115조원으로 큰 폭 증가했다. 2020~2021년 중에는 연평균 180조원까지 확대됐다. 이후 통화정책 정상화 등의 영향으로 2022년에는 가계의 차입자금 규모가 67조원에 그치며 2014년 이후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의 규모를 기록했다.

가계부채의 분포를 살펴보면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부채를 보유한 차주의 비중이 높다. 소득분위 1~5분위의 경우 해당 분위에 속하는 인구의 30% 미만이 대출을 보유한 반면 소득수준이 가장 높은 10분위의 경우 해당 분위의 신용활동인구 약 75%가 대출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채를 보유한 차주만을 대상으로 분석하면 부채 규모는 평균적으로 소득의 약 2.3배 수준으로 조사됐다. 다만 소득수준이 가장 낮은 1분위의 부채는 소득의 약 3.9배에 달해 다른 분위 차주에 비해 채무상환부담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장기구조적 관점에서 기업대출 대비 가계대출의 높은 수익성 및 안정성, 차주 단위 대출 규제 미비, 저금리 기조 장기화에 따른 자산수요 증가 등이 가계부채 누증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신용공급의 주체로서 금융기관은 안정적 대출 증가 방안으로, 자금수요 주체로서 가계는 주택 구입, 자산 투자 등을 위해 가계부채를 늘려왔으며 그 과정에서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조절하기 위한 규제가 조기에 도입되지 못한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특히 담보대출의 LTV(담보인정비율) 비율이 낮고 상환능력이 양호한 고소득차주의 비중이 높아 현재 높은 수준의 가계부채가 금융불안정으로 이어질 위험은 제한적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경제의 장기성장세 제약 및 자산불평등 확대 등 부정적인 외부효과를 초래하고 있다.

한은은 "앞으로 가계부채 규모가 경제성장과 금융안정을 저해하지 않는 수준에서 경제 및 금융발전 속도에 맞춰 변동할 수 있도록 종합적인 정책체계 수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거시건전성 정책 측면에서는 가계부문 경기대응완충자본 적립, 전세대출 보증한도 조정, 기업대출 유동화 지원 등을 통해 금융기관의 가계대출 취급유인을 조정하면서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예외대상 축소, LTV 수준별 차등금리 적용, 일시상환 방식에 대한 가산금리 적용 등을 통해 대출수요를 조절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또 "통화정책 측면에서는 완화적 통화정책이 가계의 과도한 레버리지 활용 및 위험자산 투자로 이어지지 않도록 금융안정을 적극 고려하고 가계가 미래의 금리변동 위험을 과소평가하지 않도록 커뮤니케이션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주요국 사례를 고려했을 때 가계부채를 GDP 수준 이내로 줄이는 데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00%를 상회했던 국가(총 7개국)들을 살펴보면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00% 미만으로 하락하기까지 노르웨이·아일랜드의 경우 약 5년, 덴마크·네덜란드는 약 18년이 소요됐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3일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작년 106%에서 올해 103%대로 낮아졌지만 앞으로 가계부채가 더 늘어나게 되면 문제가 될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는 80% 수준까지 내려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이어 "하루아침에 내려갈 수는 없다"며 "필요하면 금리정책도 해야겠지만 금리만 가지고 해결될 건 아니다. 부동산 담보제도의 변화라든지, 여러가지 방안을 정부와 함께 조정해가면서 수렴하는 과정을 거쳐야 된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