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상우 기자
  • 입력 2023.07.21 06:00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뉴스웍스=김상우 기자] 닭고깃값이 최소 10월까지 오를 전망이다. 최근 중부와 남부지방을 강타한 집중호우에 약 74만마리의 닭이 폐사하면서 공급량이 크게 부족해진 탓이다. 이에 육계업계는 4분기까지 닭고기값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예상이지만, 최근 정부의 물가안정 대책과 맞물리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곤란한 처지에 놓였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육계업체들(하림‧동우팜투테이블‧참프레‧체리부로‧마니커‧올품 등)은 최근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육계 수급 대책을 논의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한 관계자는 “회의를 통해 최소 10월까지는 닭고깃값 안정이 어렵다는 잠정치를 도출했다”며 “정부가 최근 육계업체들을 대상으로 물가 안정화에 동참해주길 요구했지만, 이번 집중호우로 인한 대규모 폐사에 가격 안정 통제권이 업계를 떠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상황에 물가 안정화를 이유로 정부가 계속 가격을 억누른다면 업체마다 손해를 보면서 닭을 팔아야 한다”며 “정부가 마냥 가격 안정화만 주문할 것이 아닌, 실효성 있는 대책을 반드시 제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3일 10여 곳의 육계업체를 불러 닭고기 공급 확대를 위한 수급조절협의회를 열었다. 올해 초부터 육계 공급이 크게 부족해진 상황이지만, 닭고기 공급가격을 인상하지 말아달라는 당부였다. 닭고기 공급은 올해 초 전국적으로 발생한 조류인플루엔자(AI)에 515만마리의 닭과 종란이 살처분되는 등, 예년 공급량을 크게 밑돌았다. 여기에 이상기온으로 인한 생산성 저하와 사룟값 인상 등으로 양계농가마다 사육량을 크게 낮춘 터다. 이번 폭우로 인한 대량 폐사까지 더해지면서 공급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정부 간담회 이후 업계 1위인 하림은 다음 달 21일부터 미국 또는 유럽연합(EU)을 통해 240만개의 종란을 수입한다는 계획을 선제적으로 내놨다. 종란은 부화 공정을 통해 육계가 될 수 있는 수정란을 말한다. 다만 종란이 닭고기가 되기까지 두 달 정도가 필요해 당분간 닭고기 공급량이 제자리를 찾기 어렵다. 업체들마다 최소 10월까지 가격 안정화가 힘들다는 이유도 이러한 근거를 바탕으로 한다.

최근 남부지방 폭우로 닭이 73만8800마리 폐사한 가운데 닭고기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닭고기 1kg의 가격은 6356원으로 전년(5689원)보다 11.7% 올랐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대형마트 닭고기 코너의 모습. (사진=뉴스1)
최근 남부지방 폭우로 닭이 73만8800마리 폐사한 가운데 닭고기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닭고기 1kg의 가격은 6356원으로 전년(5689원)보다 11.7% 올랐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대형마트 닭고기 코너의 모습. (사진=뉴스1)

한편에서는 이번 대규모 폐사와 같이 예측 불가능한 환경에서 산업 전반의 대응력이 매우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닭고기는 단기사육과 빠른 증식의 특징을 보여 수급조절 셈법이 어느 축산업보다 복잡하다. 정부는 이를 해결하고자 1990년대 축산계열화 사업을 추진했고, 육계 가격변동을 계열화 사업자가 부담하게 했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낮은 닭고기 자조금과 지난해 불거진 공정거래위원회의 닭고깃값 담합 과징금 부과 등 육계산업을 둘러싼 정부 정책은 달라진 시장 환경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번과 같이 이상기온으로 인한 수급조절 어려움은 더욱 잦아질 수 있어 관련 법‧제도를 합리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의 닭고기값은 최종 공급을 담당하는 대형마트와 치킨 프랜차이즈 등이 가격결정력을 가지고 있어 육계 업계에만 부담을 떠넘기면 안 된다”며 “정부가 육계업계보다 핵심 유통채널에게 협조를 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닭고깃값 상승이 장기간 이어진다면 치킨값과 육계를 사용한 다양한 가공식품 가격도 오르는 도미노 현상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4월 교촌치킨을 운영하는 교촌에프앤비는 수익성 악화에 따라 치킨값 인상을 단행한 바 있다.

치킨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의 물가안정 정책도 있고 당장 가격 인상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다만 가격 인상 요인이 충분히 존재하는 만큼,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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