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3.07.21 13:47

상반기 대중국·아세안 수출 20% 이상 급감…미국·EU 소폭 증가

한국은행 본관. (사진=뉴스웍스DB)
한국은행 본관. (사진=뉴스웍스DB)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우리나라 수출이 향후 IT 경기 부진이 완화되면서 점차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산업구조 및 경쟁력 변화 등 구조적 요인으로 인해 과거와 같이 큰 폭으로 반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이 21일 발간한 '최근 우리 수출의 특징 및 시사점'에 따르면 팬데믹 이후 대외 교역환경의 불확실성이 크게 증대된 가운데, 우리 수출은 그간 IT 중국 의존도가 높은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부진하다 올해 2분기 들어 완화되는 조짐을 보였다.

지난해 10월 이후 전년동기 대비 두 자릿수 대의 감소세를 지속했던 통관수출은 올해 6월 -6.0%로 감소폭이 축소됐고 수출물량도 올해 2분기 들어 다소 늘어나고 있지만 수출금액이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고 개선 속도도 더딘 상황이다.

품목별로 보면 반도체를 중심으로 IT 품목이 큰 폭의 감소세를 지속한 반면 자동차, 선박 등은 호조를 보이고 있으며 지역별로는 대중국·아세안 수출은 부진하지만 대미국·EU는 상대적으로 양호한 상황이다. 이전에는 수출이 품목별, 지역별로 비슷한 흐름을 보였으나 최근에는 차별화되는 모습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이날 '수출지역 담당관 회의'를 열어 올해 상반기 지역별 수출상황을 점검한 결과, 4대 수출시장 중 대중국(-26.0%)·아세안(-20.4%) 수출은 20% 이상 줄었고, 대미국(0.3%)·EU(5.7%)는 소폭 증가했다.

중국은 IT 업종을 중심으로 대세계 수출 부진이 중간재 수입수요 감소로 이어지면서 우리나라의 대중국 주요 수출품목인 반도체(-39.8%)·디스플레이(-47.9%)·석유화학(-23.9%) 수출이 큰 폭으로 줄었다.

우리 기업의 전자제품 글로벌 생산기지가 밀집한 베트남(대아세안 수출의 48.3%) 수출도 IT 업황 부진 영향으로 반도체(-29.1%)·디스플레이(-17.0%) 수출이 급감했다.

반면 미국·EU는 자동차 수출 호조세(미 54.2%, EU 55.6%)가 이어진 가운데 전기차·이차전지 등 첨단산업에 대한 투자 확대로 일반기계(4.1%, 8.7%)·양극재(28.6%, 92.3%) 수출도 양호한 흐름을 보였다.

한은에 따르면 최근 수출 부진은 글로벌 제조업 경기 위축에 따른 글로벌 공통 현상이지만 우리나라를 포함한 중국 및 IT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에서 두드러진 모습이다.

수출변동 요인을 설명하는 불변시장점유율(CMS)을 이용한 분석 결과, 대중 수출의 경우 중국 봉쇄조치 이후인 2022년 4~12월 대비 2023년 1~4월 중 수출 감소의 65%가 주로 중국 자체의 수요가 줄어든 데 따른 경기적 요인에 기인했다.

35%는 중국 내 점유율 하락과 관련한 경쟁력 요인에 기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대미 수출의 경우 경쟁력이 오히려 수출을 증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보고서는 "향후 IT 경기 부진이 완화되면서 수출이 점차 개선되고 품목별·지역별 차별화도 축소될 것"이라며 "우리의 수출구조를 고려할 때 글로벌 IT경기가 회복될 경우 IT 비중이 높은 대중국·아세안 수출의 개선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 수출은 대기수요 축소에도 불구하고 대미국·EU 수출을 중심으로 완만한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하반기 이후 IT 경기 부진이 완화되더라도 중국 경제의 구조적 변화로 인해 수출이 과거와 같이 큰 폭으로 반등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며 "최근 대미 수출이 늘어나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대한 효과적 대응 여부에 따라 구조적 요인의 영향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수출 구조 다변화, 기술 경쟁력 확보 등의 노력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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