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3.07.22 08:00

한미 금리 격차 '2.0%p'에도 8월 한은 금통위 '동결' 가능성 높아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 (사진=Fed 홈페이지 캡처)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 (사진=Fed 홈페이지 캡처)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우리 시간으로 오는 26~27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연 5.0~5.25%인 정책금리를 논의한다. 27일 새벽 결과가 발표되는데, 시장은 0.25%포인트 인상을 확실시하고 있다.

연준 금리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2020년 3월 0.0~0.25%, 제로금리 수준으로 낮아진 뒤 동결되다가 2022년 3월부터 오르기 시작했다. 작년 3월부터 올해 5월까지 10번의 연속된 회의에서 무려 5.0%포인트가 인상됐다. 특히 지난해 6월과 7월, 9월, 11월까지 4차례나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인상)이 단행됐다.

가파르게 오르던 연준 금리는 지난 6월 동결됐다. 금리 인상 종료에 대한 기대감이 퍼졌지만 일단 7월 인상은 예고된 수순이다. 이에 7월 이후 '연내 추가 인상'이 이뤄질 지 여부가 시장의 관심사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21일 기준 7월 FOMC에서의 인상 확률은 99.6%에 달한다. 시장 참가자들은 0.25%포인트 인상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후에도 동결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현재 상황에서는 동결 확률이 9월(83.6%), 11월(67.6%), 12월(61.9%)까지 인하나 인상보다 우위에 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관건은 추가금리 여부 혹은 인하 시점에 대한 언급인데 연준은 이에 대한 힌트를 주지 않고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은 열려있다' 정도의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며 "금융 시장은 연내 동결, 내년 인하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의 물가가 안정세를 보인 것도 두 차례 인상 가능성을 낮추는 요소다. 김준영 DS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97% 상승했고 근원물가는 전월 대비 0.158% 올랐는데 매우 고무적"이라며 "디스인플레를 확인했다고 단언하기 힘들었던 이유 중 하나가 근원물가 상승률이었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이번 물가는 7월 인상이 마지막일 가능성을 높여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장 매파적인 위원으로 분류되는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마저 '7월 인상은 논의할 필요도 없지만 9월 인상은 두 번의 물가 상승률을 확인하고 결정할 수 있는 만큼 데이터를 확인하고 결정하겠다'고 언급하면서 멈출 줄 모르던 매파성에 제동을 걸었다"고 덧붙였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3일 통화정책방향 관련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유튜브 캡처)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3일 통화정책방향 관련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유튜브 캡처)

한편 연준이 이번에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경우 한미 간 금리 격차는 상단에서 2.0%포인트로 벌어진다. 한미 금리 차가 2.0%포인트가 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한국은행이 8월 24일로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어떻게 대응할지도 주목된다.

일단 연준의 금리 인상 예고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의 채권 자금이 유입되는 등 금리 격차 확대에 따른 자금시장의 이상징후는 확인되지 않는다. 한은도 외국인 자금 유출 및 원달러 환율을 결정하는 것이 '금리 차이'만은 아니라고 설명하고 있다.

앞서 지난 7월 금통위는 만장일치로 연 3.50%의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지난 1월 3.25%에서 3.50%로 인상된 뒤 2월과 4월, 5월, 7월까지 연속된 4번의 회의에서 모두 동결됐다. 

4연속 동결에도 불구하고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리 인상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 총재는 지난 13일 기자간담회에서 시장의 인하 기대에 대해 "물가목표인 2%로 물가가 충분히 수렴하고 있는 과정에 도달했다는 확신이 들 때 논의할 수 있다. 아직 금통위원 중 인하를 논의한 분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인상 불가론에는 "이론적으로는 금리를 올릴 수 있는 근거가 사라진 것이 아니냐고 하는데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반박했다. 7월 회의에서도 6인의 금통위원 모두 '3.75%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며 인상 여지를 남겨놨다. 

다만 시장에서는 연내 동결을 확실시하며 내심 인하까지 바라보고 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4회 연속 동결에 나서면서 사실상 우리나라의 추가 인상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하반기에는 물가보다는 경기로 초점이 바뀔 것으로 예상한다. 이를 고려할 때 여전히 한은의 연말 인하 가능성 높다"고 판단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지난 21일 발간한 '금융시장 브리프'에서 "한은은 8월 금통위에서 그간의 금리 인상 파급효과,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 금융안정 리스크 등을 고려해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7월 금통위 직후 발간된 6개의 국제 투자은행(IB) 보고서를 종합하면 한은이 가계부채 등을 우려해 매파적인 입장을 표명하고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인상 사이클이 종료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며 "금리 인하 시기를 두고 골드만삭스, JP모건 등 5개 IB는 내년 상반기로, 씨티는 올해 11월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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