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차상근기자
  • 입력 2015.11.04 22:00

엔진 등 주요 부품 외산,미 FAA 인증도 난관.

중국의 첫 대형 여객기 C919

중국이 지난 2일 최초의 대형 여객기 C919를 선보임에 따라 중국의 항공산업 능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보잉과 EU의 에어버스사가 장악하고 있는 세계 여객기 시장은 그동안 적잖은 나라들이 도전장을 냈지만 번번히 실패한 전례가 있다.

중국은 지난 2013년 달 탐사에 성공한 데 이어 오는 2020년 화성탐사선을 보내는 계획을 최근 발표하는 등 우주과학 기술에서 미국추격에 심혈을 쏟고 있다. 2012년에는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유인 잠수정이 심해 7062m까지 탐사하는데 성공한 기록도 갖고 있다.

중국은 우주와 심해탐사기술에서 급속한 발전을 이루고 있지만 여객기 부문에서만큼은 그동안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항공굴기, 마침내 서양에 도전장

“와이셔츠 1억장을 만들어 외국에 팔아봐야 비행기 1대 사는 값도 안된다”

리커창 중국 총리가 한 공개석상에서 던진 푸념같은 암시다. 그만큼 중국은 여객기 자체 생산에 오래전부터 노심초사해왔다.

넓은 대륙을 신속하게 연결할 교통수단으로 항공산업은 절대 필요했고 다른 한편으로 엄청난 잠재 수요가 있는 여객기 산업을 미국과 유럽에만 맡겨둘 수 없었다.

중국은 1970년대말 문화혁명이 종료된 직후부터 상하이에 국영기업 중국항공공업그룹(AVIC)을 설립해 군용기 개발부터 나섰다. 현재 중국군의 주력 전투기인 젠 시리즈를 비롯 공중경보기, 폭격기, 운송기, 헬기 등 군용기들을 개발, 생산하고 있다.

중국은 1994년부터 1996년까지 한국의 한국항공우주과 한중 중형여객기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할 정도로 지속적으로 여객기 개발에 집착해왔다. 당시 사업은 중국이 최종조립공장을 자국에 유치하겠다고 고집하는 바람에 무산됐다.

중국의 첫 대형 여객기 C919 조종석에 앉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중국은 자국시장의 구매파워를 무기로 이미 에어버스의 180인승 규모 중형기 최종 조립공장을 천진에 유치해 월 4대씩 생산중이다. 지난달에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미중정상회담을 계기로 보잉사의 최종조립공장을 유치하기도 했다.

비록 내장설비 위주의 조립공장이지만 중국측으로서는 이를 통해 관련 산업인력을 확보하는 효과를 노리고 있다.

앞서 1990년대 말부터는 미국의 맥도널드 더글러스사의 120석 규모 여객기를 면허생산한 것을 바탕으로 70인승 ARJ21기를 생산했다. 하지만 미국 연방항공국(FAA)의 인증에 실패하는 바람에 명맥을 이어가는 데에 실패했다.

이후 코맥이 나서 2008년부터 독자 중대형 여객기 개발에 들어갔다. 이번에 선보인 C919기는 AVIC의 자회사인 중국상용항공기(COMAC)이 생산한 최대 190인승 중형 여객기다. 보잉 737이나 에어버스 A320기와 동급이다.

◆중국의 글로벌 여객기시장 진입이 가능할까

여객기 산업은 주요국들이 들인 공에 비해 소득을 못 본 분야다.

과거 냉전 시절 공산권 항공기 시장을 독식했던 러시아의 경우 현재는 '수호이'사가 100인승 이하 여객기를 생산하고 있을 뿐 대형기 시장에서는 퇴장했다.

2차대전 이전부터 제로센이란 명칭의 전투기를 생산했던 일본도 1962년 미쓰비시 등이 나서 200인승 YS11여객기를 생산했지만 판로 등의 문제로 사업을 접었다. 일본은 다시 미쓰비시항공이 주도하고 도요타 등 민관 합동팀이 총력을 기울여 올해 90인승 MRJ 중형 여객기를 개발해 2017년 본격 납품할 예정이지만 결과는 미지수다. 또 혼다제트가 1986년부터 근 30여년동안 공을 들여 비즈니스 제트기를 선보였지만 소형 항공기 수준이다.

일본 미쓰비시항공이 정부와 공동개발한 중형 여객기 MRJ기

이밖에 넓은 국토에 지리적 장벽이 큰 인도네시아와 브라질, 네덜란드 등에서도 여객기 개발사업을 추진했지만 완전 실패하거나 흐지부지된 상황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여객기 시장은 자본이나 기술력만으로 메이커가 되는 것이 아니다”며 “일본이나 러시아 등 주요국들이 여객기 시장 진입에 실패하는 원인이 여기에 있다”고 지적했다.

여객기 시장의 높은 진입장벽을 넘기 위해서는 고도의 기술력과 막대한 자본, 안전에 대한 확실한 담보능력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FAA인증이란 무형의 장벽도 중요한 시장진입 신청자의 관건이이라는 것이 항공산업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 이성일 전략기획팀 과장은 “러시아의 항공산업 기술은 군용중심이었지만 미국은 내수와 글로벌 수요를 놓고 산업을 다뤘다”며 “그러다 보니 미국업체들이 주요 기술력보다는 자본이나 여객기 설계 및 제작 체계에서 앞섰고 나아가 인증문제의 주도권을 쥐면서 현재와 같은 국제 항공산업 구조를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러시아가 최근 개발해 상용화를 서두르고 있는 수호이사의 중형 여객기

중국의 경우 동체기술력에서는 그다지 문제가 없다는 평가다. 현재도 보잉이나 에어버스에 납품중이다.

다만 현 시점에서 여객기 메이커가 되려면 자본동원부터 설계, 부품, 조립, 국제표준 인증까지 컨소시엄 형태로 진행되는 제작 과정에서 이를 아우르는 체계총합회사가 돼야 하는 만큼 그 정도 능력을 갖췄느냐가 관건이라는 것이 전문가 지적이다.

이번 C919 항공기는 가장 핵심인 엔진을 미국 제너럴 일렉트릭(GE)사 제품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전자 시스템은 미국 하니웰사 제품을 썼고 디스플레이, 비행기록 시스템 등은 GE 제품이다. 종합 통신 및 항법 장치, 감시 시스템 등은 미국 록웰콜린스의 제품이다. 독일산과 프랑스 핵심 부품도 다수 사용됐다. C919의 국산화율은 50%에도 못미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이처럼 주요 부품들이 외국산이어서 중국 자체개발이 아닌 조립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현재 여객기 메이커의 경우 시스템 총합회사를 지칭한다는 측면에서 코맥의 자체생산이라는 주장에 무리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이성일 과장은 “대당 10조원의 거액 투자가 필요한 현재 항공기 제작에서는 제작사가 비용의 절반을 대면서 설계부터 FAA인증까지 체계 총합 역할을 하고 핵심 부품은 장기 납품권을 갖는 계통사들이 투자금액의 절반을 부담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며 “코맥사도 C919 제작에 있어 체계총합 역할을 한 것으로 본다면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C919에 이어 300명 이상의 승객을 운송할 수 있는 대형 여객기 C929를 개발 중이다. 중국 민간 항공업계는 앞으로 20년 간 단복도형 3567대, 양복도형 1477대, 초대형 319대 등 총 5363대의 여객기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코맥이 여객기 제작사가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요소인 시장을 쥐고 있는 만큼 미국 FAA 인증이 향후 글로벌 시장의 진입 관건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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