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08.02 11:36
[뉴스웍스=문병도 기자] 삼국시대 각축전이 벌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전북 장수 침령산성이 국가지정문화재가 됐다.
문화재청은 산성 유적인 '장수 침령산성'을 사적으로 지정했다고 2일 발표했다.
침령산성은 전체 둘레가 497m로, 7세기 초 백제가 축조한 뒤 고려 초까지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남쪽 벽과 북벽, 동벽 일부 구간이 남아있다.
옛 문헌 등에 따르면 침령산성 일대는 낙동강 유역의 신라 세력과 금강 유역을 중심으로 한 백제 세력의 접경 지역에 위치한 전략적 요충지 역할을 했다.
침령산성은 고대 토목기술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유적이기도 하다. 2014년부터 2020년까지 총 5차례 진행한 발굴 조사 결과, 식수 등 물을 모으기 위해 만든 집수 시설과 건물터, 문이 있던 자리 등이 잇달아 발견됐다.
성벽 일부를 돌출시켜 적의 동태를 살피거나 공격하고, 성벽을 타고 오르는 적군을 측면에서 공격할 수 있는 시설인 치의 흔적도 확인됐다. 산성 내부에서는 총 3기의 집수 시설이 나왔는데, 이 중 한 시설은 직경이 12∼13m 내외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문화재청은 "산성 내부에서 발견된 3기의 집수 시설은 축조 기법이 정교하고 규모도 커 고대 집수 시설의 축조 기술을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종류의 유물도 나왔다.
집수 시설에서는 전북 동부 지역의 지배체제 변화 양상을 이해할 수 있는 항아리, 작은 단지, 청자 사발 조각 등 다양한 종류의 토기·자기 유물이 출토됐다. 이들 유물은 백제, 신라, 고려 등 시대도 다양해 연구 가치가 높다.
기와, 금속 열쇠, 글을 적은 목간 등도 다수 발견됐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삼국시대부터 고려 초까지 한반도 고대국가 간의 치열한 각축전이 일어난 역사적 장소이자 정치체의 지배 변화를 확인할 수 있어 가치가 크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