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08.03 10:47

소규모 OTT 왓챠 거취도 관심

[뉴스웍스=정승양 대기자] 티빙, 웨이브, 왓챠 등 국내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들이 국내에서 독주 중인 넷플릭스의 압박에 맞서 대표이사 교체, 합병, 매각 등 다양한 비상카드를 꺼내들고 있지만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규모의 경제를 앞세운 넷플릭스의 높은 문턱이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말 기준 국내 OTT별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넷플릭스(1153만), 티빙(514만), 쿠팡플레이(431만), 웨이브(391만) 등의 순이다. 

3일 국내 OTT업계에 따르면, CJ그룹 소속 CJ ENM의 자회사이자 국내 OTT 2위 사업자인 티빙은 지난 6월 말 최주희 전 트렌비 비즈니스 총괄대표를 신임 대표로 선임해 반전을 꾀하고 있다. 

포항공대에서 산업공학 학사,  미국 하버드대에서 응용통계학 및 경제학 석사를 졸업한 82년생 젊은이(41)에게 티빙호의 조타실을 맡긴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사에 대해 지난해 10월 CJ ENM 구창근 대표 선임 이후 CJ그룹의 미디어 전략이 바뀌는 과정으로 풀이하고 있다. 티빙은 2020년 61억원, 2021년 761억원, 지난해에는 119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앞서 양지을 전 티빙 대표는 6월 초 사의를 표했다.

최 신임 대표는 보스턴컨설팅그룹을 거쳐 월트디즈니코리아에서 디즈니플러스의 국내 론칭 실무를 담당했고, 이어 온라인 패션 플랫폼 W컨셉의 최고전략책임자(CSO), 명품 이커머스 플랫폼 트렌비의 비즈니스 총괄 대표(CBO) 등을 맡았던 인물이다.  

대기업들이 운영하는 국내 토종 OTT를 합쳐 부풀린 몸집으로 넷플릭스에 대항해야 한다는 자강론도 힘을 얻고 있다.  

SK그룹 소속의 국내 4위 사업자인 콘텐츠웨이브와 티빙의 합병 논의가 그것이다. 지난해 7월 당시 4위에 불과했던 티빙은 6위였던 KT의 OTT '시즌'을 합병해 단숨에 시장 2위로 올라선 전례가 있다. 

콘텐츠웨이브의 최대주주인 SK스퀘어가 티빙 최대주주인 CJ ENM에게 합병을 제안했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콘텐츠웨이브도 지난해 1214억원 영업손실을 냈다. 

하지만 지배구조가 복잡한 두 회사의 특성상 주주들의 합의를 끌어내는 것이 관건이다.

웨이브는 SK텔레콤의 '옥수수'와 지상파 3사(KBS·MBC·SBS)의 '푹(pooq)'이 통합돼 설립된 회사로 현재 SK스퀘어가 지분 40%가량을 갖고 있다. 

티빙은 당초 CJ그룹의 케이블TV회사인 CJ헬로(현 LG헬로비전)의 사업부문으로 시작됐으나, 해당사업이 CJ ENM으로 이관됐다. 이어 2020년 10월에는 커지는 OTT 시장 대응을 위해 CJ ENM에서 물적분할형태로 떨어져 나와 독립법인으로 분사됐던 기업이다.

CJ ENM이 절반 가까이 지분을 갖고 있지만 JTBC의 스튜디오룰루랄라(SLL)와 KT스튜디오지니, 네이버도 각 10% 이상 보유하고 있다. 

소규모 OTT 서비스 사업자의 거취도 부침이 크다. 

LG유플러스와 매각협상이 결렬되면서 왓챠는 존폐를 걱정해야 하는 신세가 됐다. 왓챠는 지난해 영업손실 555억원을 기록했다.

OTT 부문을 강화하고 있는 LG유플러스는 지난해말부터 왓챠 인수합병(M&A)를 추진해왔으나, 최근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넷플릭스 등 경쟁업체가 출연하면서 투자 매력도가 낮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왓챠는 웨이브-티빙 합병설이 협상 테이블에서 어떻게 현실화될 것인지에 따라 행보가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토종OTT의 이런 분투가 글로벌 사업자 넷플릭스를 감당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지난달 19일(현지시간) 넷플릭스가 발표한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넷플릭스의 전 세계 가입자는 올해 2분기 말 기준 2억3839만명으로 집계됐다. 

게다가 넷플릭스는 넷플릭스 사상 최대 히트작인 '오징어 게임'을 비롯해 한국 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서 인기를 얻으면서 한국에 대한 투자도 급격히 늘리고 있다.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미 중 회동하며 한국 콘텐츠에 올해부터 4년간 25억달러(약 3조30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규모는 넷플릭스가 2016년 한국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투자한 금액의 두 배에 달한다.

국내 OTT업체 한 임원은 "OTT 경쟁력은 구독자를 잡아 둘 매력적인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가 핵심"이라며 "적자를 보고 있는 토종 OTT업체들이 항공모함에 비유되는 넷플릭스에 맞먹는 대규모 재투자를 만들어낼 수 있느냐가 토종 OTT 합종연횡을 추동하는 동력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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