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3.08.03 14:22

"자는 학생 깨우면 수면권 침해, 음료수로 살찐다고 말하면 인격권 침해가 현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3일 서울 중구 컨퍼런스 하우스 달개비에서 개최한 '교육권 보장 현장 요구 전달 긴급 기자회견'에서 정성국 교총 회장을 비롯한 토론자들이 각자의 주장을 담은 손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3일 서울 중구 컨퍼런스 하우스 달개비에서 개최한 '교육권 보장 현장 요구 전달 긴급 기자회견'에서 정성국 교총 회장을 비롯한 토론자들이 각자의 주장을 담은 손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정성국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회장은 3일 "광화문 거리를 메운 교원들의 절박한 외침에 정부, 국회, 사회가 응답해야 할 때다. 교권 5대 정책 30대 과제의 즉각적인 실현에 모두 나서달라"고 호소했다. 

정 회장은 이날 서울 중구 컨퍼런스 하우스 달개비에서 열린 '교육권 보장 현장 요구 전달 긴급 기자회견'에서 "요즘처럼 가슴 아픈 일이 없다. 교직 2년 차 새내기 후배가 우리 곁을 영원히 떠날 때까지 지켜주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참담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폭염 속 뜨거운 광화문 광장에 3만 교원이 절규하는 목소리로 국민들에게 호소하고 있다. 추모의 열기를 이어가면서도 현장의 의견을 수렴해 체계화된 정책과 정리된 대안을 정부, 정치권, 국회에 제시하는 것이 교원단체의 역할이라고 봤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이 언급한 '교권 5대 정책'은 ▲수업 방해, 교권 침해 등 문제행동 학생 대책 ▲무분별한(무고성)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학생의 학습권 및 교원의 교권 보호 대책 ▲학부모에 의한 교권 침해 및 악성 민원 대책 ▲학교폭력예방법 조속 개정 ▲교권 보호 여건 및 학교 환경 마련이다.

이를 위한 '30대 과제'는 생활지도법 완성, 학교교권보호위원회의 기능을 지역교육청으로 이관하는 것을 비롯해 아동학대처벌법 개정과 교권침해 학부모 조치 강화 및 학생인권조례 개정 등이다. 

정 회장은 이날 '교권 상실의 현주소'에 대해 강도 높게 지적했다. 그는 "교원 3만3000명을 대상으로 교총에서 설문조사한 결과, 99%의 교원이 '문제행동 제지가 불가능하다'고 답했다"며 "이런 환경에서 대다수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호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마지막 기회라는 심정으로 지금 바꿔야 한다. 교총은 최대 교원단체로서 비장한 각오로 교육권 보장을 위한 5대 정책 30대 과제를 제시한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수업 방해 등 문제 행동 시 교실 퇴장, 별도 공간 이동, 반성문 부과 등 실질적 방안을 담은 교육부 고시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며 "교권침해 학생부 기재, 학교교권보호위원회 지역교육청 이관 등을 담은 교원지위법 개정안도 즉시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학생의 학습권과 교원의 교권을 보호하는 법‧제도 마련에 나서달라"며 "싸우는 학생 말렸다가, 수업방해 학생 훈계했다가 아동학대 신고당하는 게 교사들의 현실이다. 교사들은 신고를 당하면 직위 해제되고 아이들은 하루아침에 선생님을 잃게 된다"고 개탄했다.

그는 또 '악성 민원, 교권 침해를 한 학부모에 대한 대책 마련'도 촉구했다. 정 회장은 "폭언, 폭행, 협박을 하고 악성 민원을 제기해도 교권보호위원회가 학부모에게 할 수 있는 것은 사과 권고 뿐"이라며 "교권 침해 학부모에 대해 고발, 과태료 부과 등 엄중 조치할 수 있도록 교원지위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더해 "형사사건 수준의 교권 침해는 교육감이 고발하도록 이행력을 담보하고, 교사가 직접 민원에 시달리지 않도록 '민원창구 단일화 방안'을 반드시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

학교폭력예방법의 조속한 개정도 강력히 요구했다. 정 회장은 "학폭 지도와 사안 처리는 불만을 품은 학부모의 악성 민원과 아동학대 신고의 온상이 됐다"고 지적했다. 또한 "방과 후 학원에서, 동네 놀이터에서, 여행지에서 일어난 학생 간 싸움도 학폭"이라며 "학교는 사법기관도, 교사는 수사관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학교폭력예방법을 개정해 지나치게 광범위한 학폭 범위를 축소, 재정립하고 또한 교원이 학폭 지도와 사안 처리에서 고의 중과실이 없다면 민‧형사상 책임을 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정 회장은 교권 보호를 위한 전반적인 근무 여건 개선과 학교 환경 조성도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과도하게 권리만 부각한 학생인권조례가 교권 추락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며 "권리와 의무가 균형을 이루도록 전면 재검토와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성국(가운데)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회장을 비롯한 토론자들이 3일 서울 중구 컨퍼런스 하우스 달개비에서 열린 '교육권 보장 현장 요구 전달 긴급 기자회견'에서 먼저 세상을 떠나신 교육계 인사들을 위한 묵념을 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정성국(가운데)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회장을 비롯한 토론자들이 3일 서울 중구 컨퍼런스 하우스 달개비에서 열린 '교육권 보장 현장 요구 전달 긴급 기자회견'에서 먼저 세상을 떠나신 교육계 인사들을 위한 묵념을 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정 회장 발언 후 여난실 서울 영동중 교장(한국교총 부회장), 이대형 경인교대 교수(인천교총 회장), 주훈지 경기물류고 교장(경기교총 회장)이 현장 연대 발언에 나섰다. 

여난실 한국교총 부회장(서울 영동중 교장)은 "드러난 교권 침해 상황은 일부가 아닌 모든 선생님들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겪고 있는 문제"라며 "아동학대로 신고 당해 교육에 집중하지 못하는 선생님들이 도처에 널려 있다. 학부모로부터 신고하겠다고 협박을 받으면서 힘들어하는 선생님들이 많다. 학생들에게는 담임 선생님의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일당백을 하는 학생이나 학부모를 만나면 선생님들이 다른 학생들을 돌아볼 힘을 모두 뺏긴다. 수업 준비를 해가며 생활지도와 행정 업무를 맡아 하는 담임 선생님의 세심한 지도를 받을 수가 없는 상황이 된다"며 "이제라도 가정과 학교, 사회와 함께 학생 교육을 위해 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길 간곡히 소망한다"고 호소했다.

이대형 인천교총 회장(경인교대 교수)은 "학교는 지식만 가르치는 곳은 아니다. 학생들을 사회화시켜 성장시키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실상은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지도할 수 있는 여백이 없는 상태가 됐다. 학교의 기능을 되돌려 놓아야 한다"며 "모든 학생들이 학교에 와서 즐겁게 공부하고 그리고 점심시간에 즐겁게 밥 먹고 또 쉬는 시간을 즐겁게 뛰어놀 수 있는 행복한 학교가 빨리 자리 잡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주훈지 경기교총 회장(경기물류고 교장)은 "선생님들이 수업 중 자는 학생을 깨웠다고 수면권 침해라 아동 학대, 음료수 먹으면 살찐다고 말했다고 인격권 침해, 단둘이 불러 조용히 훈계해도 두려움을 느끼게 했다면서 아동학대로 신고 당하고 있다"며 "이와 같은 언행들이 진정 정서적 아동학대에 해당한다면 과연 자신의 자녀에게 아동학대를 하지 않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학부모는 과연 몇 명이나 되겠는가"라고 언급했다. 이어 "제2의 서이초 선생님의 죽음을 막기 위해 국가는 교권을 보호할 수 있는 강력한 법을 신속히 제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손덕제 울산 외솔중 교사(한국교총 부회장)는 지난 7월 25~26일에 거쳐 만 하루 동안 실시한 교원 설문조사와 최근 홈페이지를 통해 접수한 교권 침해 현장 실태를 발표했다. 접수된 교권 침해 실태 건은 1만3000여 건에 달했다. 내용은 폭언, 폭행, 명예훼손, 협박, 악성 민원,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 등이다.

특히 학생, 학부모에 의한 교권 침해 사례가 1만1627건 접수됐다. 학생에 의한 성희롱, 욕설, 폭행과 학부모의 협박, 악성 민원, 아동학대 신고까지 다양했다. 교권 침해는 학부모에 의한 사례(8344건)가 학생에 의한 사례(3284건)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학부모의 교권 침해 유형은 아동학대 신고‧협박이나 악성민원 사례가 6720건(57.8%)으로 압도적이었다. 이어 폭언‧욕설이 1346건(16.1%)을 차지했다.   

정성국 회장은 "학교 현장이 얼마나 절박한 상황인지를 보여준다"며 "이것이 교육입국을 이뤄낸 우리 교육의 현주소이고, 또한 해외에서도 국가건설자로 칭송받는 우리 교원들의 민낯이라는 현실 앞에서 참담한 심정"이라고 성토했다. 또한 "교원이 소신과 열정으로 학생을 가르치는 학교를 반드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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