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3.08.08 12:38
잼버리 대회 영내 프로그램이 대부분 취소된 가운데, 스카우트 대원들을 위해 개최한 K팝 커버댄스 프로그램. 이 프로그램은 9일 저녁 7시 명동예술극장 앞에서 서울로 이동한 대원들과 함께 다시 펼쳐질 예정이다. (사진제공=잼버리 운영팀)
잼버리 대회 영내 프로그램이 대부분 취소된 가운데, 스카우트 대원들을 위해 개최한 K팝 커버댄스 프로그램. 이 프로그램은 9일 저녁 7시 명동예술극장 앞에서 서울로 이동한 대원들과 함께 다시 펼쳐질 예정이다. (사진제공=잼버리 운영팀)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준비 부실과 운영 미숙으로 참가대원들에게 상처를 입힌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행사가 뒤늦게 수습 국면을 맞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가 대책 마련을 공론화 한 후에야 비로소 출구를 찾은 양상이다.

8일부터 3만6000 대원 수도권 이동

그간 폭우와 폭염, 벌레, 화장실 등 문제점이 부각되는 와중에도 컨트롤타워는 작동하지 않았다. 준비 기간 6년에 1170억원의 예산이 들어간 대규모 행사라고 믿기 어려운 현실에 부끄럽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그 사이 가장 많은 스카우트대원을 보낸 영국과 미국은 새만금을 떠나버렸다. 

앞서 잼버리 조직위원회는 지난 5일 오후 "6일 야간에 개최하기로 계획됐던 K팝 공연 행사는 현재 계속되는 폭염으로 인한 온열환자 발생 및 안전 문제를 감안해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K팝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연기한다"고 밝혔다.

이에 더해 제6호 태풍 '카눈'이 북상함에 따라 전북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참가자 3만6000여명을 수도권으로 대피시키기로 7일 결정했다. 그리고 오늘부터 수도권으로의 엑소더스가 이어졌다. 156개국에서 참가한 잼버리가 준비 부족과 운영 미숙 논란만 남기며 예정된 기간의 중반부에 사실상 종료 수순을 밟게 됐다. 

◆숙박시설 확보에 발빠르게 나선 서울시

서울시가 발빠르게 움직였다. 각국 스카우트 대원 상당수가 수도권으로 이동할 것을 대비해 숙박시설 확보에 주력해 25개 각 자치구별 수용 가능한 숙소와 인원을 파악 중이다. 숙박시설 외 학교 기숙사나 기업의 연수시설, 구청이 관리하는 체육관 등도 대안으로 검토하고 있다. 총 수용 가능 인원은 1만5000명을 훨씬 웃돌 것이라고 서울시 관계자는 전했다.

주도적으로 수습해야 할 여가부와 잼버리 조직위원회는 콘트롤 타워로서의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폭염으로 온열병 환자가 발생한 이후 많은 영내외 활동이 취소됐지만, 그 대안은 마련하지 못했다. 대안이 없으니 참가 대원들은 영지에서만 머물며 지루한 시간을 보내야 했다. 특히 지난 6일로 예정됐던 K팝 콘서트마저 연기되면서 스카우트 대원들의 실망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때 구원투수로 문체부가 나섰다. 문체부는 6일 긴급히 전주월드컵경기장을 섭외했고 KBS에 새로운 K팝 공연을 요청했다. KBS 역시 기존의 뮤직뱅크를 확대해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진행하기로 결정하고 준비에 들어갔다.

그러나 태풍 카눈이 문제였다. 진로가 바뀌면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의 공연도 불가능해졌다. 이에 문체부는 지난 7일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으로 옮기기로 결정했고, 서울시에 긴급 협조 요청을 타전했다. KBS 역시 발빠르게 움직여 출연진 섭외에 들어갔고, 오늘부터 무대 설치를 시작하기로 했다. 정부 중앙부처와 방송사가 한팀이 되어 하루 만에 모든 것을 기획하고 협의하고 준비에 착수한 것이다. 

2023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행사에 참가한 네덜란드 대원들이 7일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을 찾아 관계자의 설명을 들으며 트럭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
2023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행사에 참가한 네덜란드 대원들이 7일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을 찾아 관계자의 설명을 들으며 트럭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

◆4만3000명 'K-컬처' 진수 만끽하고 떠나야

준비 부실과 운영 미숙 그리고 기상 이변으로 고통받아야 했던 전세계 참가대원들에게 마지막으로 무엇을 줄 수 있을까 고민의 시간이 다가왔다. 스카우트대원으로서 영내외 체험 활동도 중요하지만 철수를 결정한 마당에 이 같은 것은 기대할 수 없는 상황으로 읽혀진다. 

결론은 한국문화의 진수를 흠뻑 느끼고 충분히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란 지적이다. 앞서 퇴영한 영국의 스카우트 대원들은 오히려 서울 시티투어를 하며 야경을 즐기고 고궁에서 한복을 입고 사진을 찍는 등, 한국문화 체험을 이미 시작하고 있다. 잼버리 대원으로서 극한의 환경을 견디며 이제야 퇴영하는 대원에게도 같은 기회를 줘야 한다는 얘기다.

아울러 전 세계 대중음악의 정점으로 부상한 K팝 콘서트로 마무리해 4만3000명 대원들이 웃으면서 한국을 떠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제는 문체부와 KBS의 몫이다. 

◆'부산 엑스포 유치전' 반면교사 삼을 때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에 투입된 총예산은 약 1170억원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중 74%인 870억원이 조직위원회의 운영비 및 사업비로 잡혔고, 상하수도와 하수처리시설, 주차장, 덩굴터널 등 기반시설 조성에는 205억원이 편성되는 데 그쳤다. 천막 샤워장과 오물 변기 등으로 문제가 됐던 화장실과 샤워장, 급수대 등 숙영 편의시설 설치 등 시설비에는 130억원만이 집행됐다. 전체 예산의 11%에 불과했다.

주무 부처인 여성가족부와 전라북도 공무원들이 잼버리 준비 활동을 이유로 90여 건의 외유성 출장을 다녀온 사실도 밝혀졌다. 전북도청 관계자 5명은 2018년 5월 '잼버리 성공 개최 사례 조사' 명목으로 스위스와 이탈리아로 6박 8일 출장을 다녀왔다. 루체른, 밀라노, 베네치아 등 관광 명소가 포함됐다. 스위스와 이탈리아는 잼버리를 개최한 적이 없음에도 이 같은 일정이 잡혔던 것이다. 

대한민국 국격에 치명타를 가한 이번 잼버리는 부산엑스포 유치전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른 시간 내 무엇이 문제이고 어디서 오작동 했는지 밝혀 향후 국제 행사 유치와 진행에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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