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08.08 13:22

2대 주주 현대차그룹 목소리도 변수

김영섭 KT 대표 내정자, 유영상 SK텔레콤 대표,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왼쪽부터)
김영섭(왼쪽부터) KT 대표 내정자, 유영상 SK텔레콤 대표,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 (사진제공=각 사)

[뉴스웍스=정승양 대기자] LG그룹 계열사인 LG CNS의 김영섭 전 사장이 통신업계 공룡이자 맏형인 KT그룹을 이끌 최고경영자(CEO)로 발탁되면서 KT 그리고 경쟁관계에 있는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국내 통신 3사가 향후 전개될 ‘LG식 질서’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특히 이들 3사가 KT그룹(재계 서열 12위), SK그룹(재계 2위), LG그룹(재계 4위)의 핵심 계열사들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국내 5대그룹까지 확대된 복잡한 합종연횡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돼 통신 3사가 다양한 시나리오를 살펴보고 있다. 

8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를 비롯한 52개 계열사에 매출 25조원, 임직원 5만8000여 명의 KT 수장으로 향후 2년 7개월간 그룹을 이끌게 된 김 내정자를 바라보는 통신 3사의 시선은 복잡하다.

KT 신임 CEO를 보는 과거와 다른 가장 큰 관전 포인트는 김 사장이 지난해 LG를 떠나기 직전까지 30년간 LG그룹 내 요직을 거쳐와 LG그룹 내 뿌리가 깊고 인맥이 두터우며 LG식 경영에 깊은 이해도를 가진 인물이라는 점이다.

1959년생인 김 내정자는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84년 LG 전신인 럭키금성상사(현 LX인터내셔널)에 발을 들인 뒤 LG그룹에서만 LG그룹 재무전문가 혹은 통신계열 IT 전문가로 역량을 키워왔다.

LG그룹 회장실 감사팀장, LG그룹 구조조정본부 재무개선팀 상무, LG CNS 경영관리본부 부사장, LG유플러스 경영관리실장(부사장), LG CNS하이테크 사업본부장, 솔루션사업본부장, LG CNS 사장 등이 그가 걸어온 길이다.

LG CNS는 LG그룹 내 IT·전산업무를 관할하는 계열사로 출발한 회사이고, LG유플러스는 KT와 동일한 사업구조를 갖고 있는 통신회사다.

결국 통신사업을 강력하게 드라이브 해온 LG그룹이 김 사장에게 거는 유무형의 기대가 남다를 수 밖에 없다. 특히 3위 통신사업자이자 김 사장이 부사장으로 일했던 LG유플러스나, 김 사장이 지난해까지 7년간 사장으로 재직했던 LG CNS는 1위 사업자로 시장을 리드해온 KT와의 공조는 그야 말로 천군만마다.

특히 2021년 1월부터 LG유플러스를 이끌고 있는 황현식 사장(62년생)이 김사장보다 3살, 김사장 후임으로 지난해 11월 임명됐던 현신균 현 LG CNS 대표이사 부사장(65년생)이 6살 어리다는 점에서 ‘김-황-현’ 3각 공조도 자연스럽게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모든 IT기업들이 KT가 축적해온 막대한 시장 지배력과 노하우에 갈증을 갖고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에둘러 표현했다.

반면, 2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은 ‘1위 KT+3위 LG유플러스’ 공조구축에 경계감을 표시하고 있다.

SK텔레콤은 그동안 KT에 이어 꾸준히 2위 사업자 지위를 유지해는데 KT+LG유플러스 협력구도가 펼쳐질 경우 1위 KT, 2위 LG유플러스, 3위 SK텔레콤 구도로 통신 시장이 뒤바뀌는 지렛대가 될 수 있다고 경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김사장보다 11살 어린 유영상 SK텔레콤 사장(70년생)의 리더십과 분투도 관심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SK텔레콤 한 임원은 “매우 낯선 환경에 노출될 것은 사실”이라며 “LG유플러스, CNS는 물론 LG전자를 포함한 LG그룹까지 KT와 협력 관계에 들어간다면 전선은 SK그룹까지 확대되지 않겠냐”고 전망했다.

여기에 1대 국민연금에 이은 KT의 2대 주주로 7.79%의 지분(현대차·현대모비스)을 갖고 직접적인 이해관계에 있는 재계 서열 3위 현대차그룹의 공방도 꿈틀댈 것으로 보인다.

KT 내부도 아직 혼란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민영화된 2002년 이후 21년간 장관급 인사가 KT CEO에 낙하산으로 내려온 적은 있지만, SK나 LG그룹 등 직접적인 통신 경쟁관계 기업의 인사는 첫사례라는 점에서 민영화 6대 CEO 김영섭호가 어떤 자기색을 드러낼 지 주목하고 있다.

민영화 이후 KT CEO는 1대 이용경, 2대 남중수, 3대 이석채, 4대 황창규, 5대 구현모를 거쳤는데 이용경, 남중수, 구현모 CEO가 내부인사, 이석채, 황창규 CEO가 외부인사로 각각 분류된다.

이석채 전 회장은 정보통신부장관, 황창규 전 회장은 삼성반도체 부문 총괄사장, 삼성전자 기술총괄사장(CTO)을 거쳐 초대 국가기술전략단장(국가 CTO)을 역임 후 KT 대표이사에 입성한 전례가 있다. 그러나 두 사람은 모두 KT와 직접적인 경쟁 관계에 있던 인물은 아니었다는 설명이다.

KT의 한 내부 인사는 “김사장이 직접 경쟁 관계인 LG에서 곧바로 KT로 왔다는 점에서 KT가 또 가보지 않은 길에 들어섰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KT의 다른 인사는 “KT 내부는 새 대표 취임 후 누군가는 챙겨주고, 누군가는 자리를 내줘야 하는 현실도 경계하고 있다”며 “김영섭 호가 KT 내외부의 정서를 잘 아울러 KT 사사(社史)에 KT를 글로벌 빅테크기업으로 격상시킨 CEO로 기록될 수 있도록 해줄 것”을 주문했다.

김영섭 사장 내정자는 오는 30일 KT의 차기 대표이사로 선임돼 공식적인 일정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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