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08.11 10:49

적자에도 대형투자, 쿠팡플레이의 반격

손정의 회장 (사진제공=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 (사진제공=소프트뱅크)

[뉴스웍스=정승양 대기자] 희대의 사업가이자 투자가인 손정의가 이끌고 있는 소프트뱅크 비전펀드가 최대주주인 회사,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사, 매출규모 26조원의 미국계 온라인 유통회사, 한국기업도 아니고 그렇다고 외국기업도 아니고..

이런 회사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만들면 무엇이 다를까. 단기적인 이익에 개의치 않는 인물로 정평이 나있는 손정의식 배짱경영과 운영방식이 대한민국 OTT시장에 새 화두를 던지고 있다.

11일 OTT업계에 따르면 손정의가 이끌고 있는 쿠팡이 인터넷쇼핑사업을 지원받기 위해 지난 2020년 12월 론칭한 OTT인 쿠팡플레이의 역습이 국내에서 매섭게 전개되고 있다.

쿠팡플레이는 단기적인 사고로 보면 완전히 적자사업이다. 국내에서 활약하는 OTT 빅4 가운데 1위 넷플릭스를 제외한 모든 회사가 적자다. CJ그룹 계열사인 티빙은 지난해 1192억원,  SK그룹 계열인 웨이브는 1214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면서 레드라인을 넘었다.

좋은 콘텐츠를 수급하기 위한 핵심은 ‘자본력’이다. 그런데 이게 적자폭을 늘리고 있다. 이런 구조 탓에 미디어융합이라는 화두로 OTT에 목마른 국내 통신사업자 맹주인 KT도 사업(‘시즌’)을 접었고, LG유플러스(LGU+)는 직접진출 대신 외부 OTT와 제휴하며 돌다리만 두드리고 있다.   

쿠팡플레이의 경우 독립법인이 아닌 쿠팡의 내부사업부문으로 운영되고 있어 구체적인 숫자는 공개되지 않지만 방송계는 티빙, 웨이브와 맞먹는 손실을 내고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쿠팡은 다른 OTT가 전략적 방향성이 모호해지고 있을 때 OTT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를 가속화해 시장에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티빙, 웨이브, KT, LG유플러스가 해내지 못한 일에 도전장을 들이밀고 있는 것이다.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은 9일(한국시간) 2분기 실적 보고서와 관련된 컨퍼런스콜에서 “대만 사업과 쿠팡플레이, 배달플랫폼 쿠팡이츠 등 신사업에 올 한 해 4억달러(4000억원 규모)를 투자하겠다”고 선언해 쿠팡플레이에 대한 제2탄, 제3탄의 투자를 예고했다. 김의장이 언급한 대만 등 동남아에서 트래픽을 가장 많이 흡수하는 콘텐츠가 K-콘텐츠다.

쿠팡의 뒷심 매출로 국내 OTT시장에 지속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지난해 쿠팡은 연결기준 매출액 26조3560억원을 일궈냈다.

공격적 투자로 쿠팡플레이가 OTT 신흥강자로 자리잡으면서 쿠팡플레이도 쿠팡의 전략사업으로 자리잡고 있다.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7월 1~23일 쿠팡플레이 MAU(월간활성화지수)는 519만명을 기록, 국내 3위다.

부동의 1위 넷플릭스(1174만명)와 두배이상 차이가 나지만 2위 티빙(522만명)과 4위 웨이브(400만명) 사이에 안착해 전업OTT들과 벌이는 주도권경쟁의 기세를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덩치가 커진 구글플레이는 쿠팡의 근간이 되는 쿠팡 서비스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쿠팡플레이를 통해 쿠팡그룹 전체의 경제권을 넓혀 경제권 전체에서 쿠팡플레이의 손실을 회수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구축돼가고 있다.    

현재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가장 격전이 벌어지고 있는 곳은 유료멤버십. 이커머스는 플랫폼 특성상 충성고객이 적다. 대부분 가격을 기준으로 온라인몰을 옮겨 다니는 경우가 많아 충성고객잡는 방법으로 떠오른게 유료멤버십이다. 유료 멤버십에 가입하면 가입비가 아까워 이동이 어렵다.

쿠팡은 지난해 말 기준 ‘와우멤버십’이라는 이름으로 1100만명의 유료멤버십을 보유, 온라인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중이다. 쿠팡에 이커머스 시장 1위 자리를 뺏긴 네이버는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회원 수를 800만명까지 늘렸다. 신세계그룹은 SSG닷컴과 지마켓글로벌 멤버십을 합해 300만명 확보해 쫓아오고 있다.

이 가운데 직접 OTT를 운영 중인 곳은 쿠팡뿐. 쿠팡은 OTT를 합친 전략으로 이커머스 플랫폼경쟁력을 한껏 끌어올리고 있다. 월 4990원을 내고 쿠팡의 와우멤버십에 가입한 회원은 쿠팡플레이를 무료로 이용케해 매력을 높였다.

쿠팡플레이는 티빙과 웨이브가 드라마나 영화에 무게를 둘 때 스포츠콘텐츠 중계권 확보로 차별화했다. 스트리밍 대중화로 무뎌진 OTT 위력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이다.

손흥민, 이강인, 황의조, 김민재 등 해외파의 경기 중계권만 선별적으로 구매하고 있고, 2025년까지 K리그 온라인 독점 중계권까지 확보한 상태다. 해외 축구클럽을 한국으로 초청하는 '쿠팡플레이시리즈'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 재미를 보고 있다.

쿠팡은 통신 3사의 과점 체제를 깨기위해 정부가 도입중인 제4이통사업 유력후보자로도 거론되고 있다. 통신3사가 모두 OTT와 제휴해 OTT요금+통신요금이라는 팩키지 상품으로 가입자들을 모으고 있는데 쿠팡은 쿠팡플레이를 활용해 각종 OTT-통신 결합 요금제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고 있다.

쿠팡과 쿠팡플레이의 끌고 미는 전략은 어떻게 진행될까. 쿠팡이 벤치마킹 모델로 삼고 있는 미국 아마존(Amazon)의 OTT인 아마존프라임비디오의 케이스를 봐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2021년 미국에서 주도적인 유료 OTT 서비스는 넷플릭스(42.3%). 이어 아마존프라임비디오(29.1%), 훌루(25.6%), 디즈니플러스(22.8%) 순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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