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3.08.14 13:34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 형 확정 석 달 만에 사면…사법부 무력화 시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8.15 광복절 특별사면 관련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KTV 유튜브 캡처)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8.15 광복절 특별사면 관련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KTV 유튜브 캡처)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정부가 8.15 광복절 특별사면 명단을 발표했다. 이중근 전 부영그룹 회장,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명예회장,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이장한 종근당 회장 등 재계 인사가 포함됐다.

또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 특별감찰반 비리 의혹을 폭로했다가 지난 5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돼 구청장직을 상실했던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이 석 달 만에 사면명단에 포함됨에 따라 야당이 일제히 반발하는 모습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14일 브리핑을 갖고 "8월 15일자로 총 2176명에 대해 특별사면을 단행한다"고 밝혔다.

특히 "경제 활성화를 통한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서 경제인 12명을 사면 대상에 포함했다"며 "주요 대상자는 이중근 전 부영그룹 회장,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명예회장 등"이라고 설명했다.

또 "정치, 사회적 갈등 해소를 위해서 범죄의 경중과 경위, 국가에 기여한 공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치인 등 4명, 전 고위 공직자 3명을 사면 대상에 포함했다"며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 정용선 전 경기남부지방경찰청장 등이 포함됐다"고 덧붙였다.

한 장관은 "정부의 이번 사면은 무엇보다 경기 침체 지속과 물가 상승으로 인해서 서민 경제의 어려움이 심각한 상황인 점을 고려해 경제 살리기에 중점을 뒀다"며 "정부는 이번 사면을 통해서 튼튼한 민생경제를 토대로 국가 경제 전반에 활력을 회복해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정치, 사회적 갈등을 해소해 국가적 화합을 이룰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야당은 반발했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윤석열 정부의 광복절 특별사면이 오늘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사면권의 남용인 동시에 사법부에 대한 대통령의 정면 도전"이라며 "정치적 갈등 해소라는 명목으로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을 원심 확정 3개월만에 사면 복권시켜줬다. 출마의 길을 활짝 열어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산업은행장 재직 당시 3조5000억원에 달하는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에 연루돼 유죄가 확정된 강만수 전 기재부 장관의 사면도 기가 찰 노릇"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경제인 사면으로 가면 할 말이 없을 지경"이라며 "황제 형집행정지의 원조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4300억원에 달하는 횡령을 저지른 이중근 전 부영그룹 회장, 130억원 규모 배임을 저지른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명예회장, 벌금만 30억원에 달하는 신영자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까지, 꼼꼼하기 그지없다"고 비판했다.

권 대변인은 "부패한 기업인들을 풀어주지 않으면 경제 활력을 도모할 수 없냐"고 반문하며 "대통령의 특별사면권은 대통령에게 주어진 권력이 아니라 사법행정이 보듬지 못한 국민을 보살필 책임이다. 이번 특별사면 어디에도 대통령의 그런 책임감은 보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정의당도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 사면을 두고 "민간업자로부터의 향응 접대, 건설업자 뇌물공여 수사 부당개입 시도, 과기정통부 특혜성 임용 시도 등 대법원이 확인한 비위행위만도 손가락으로 다 셀 수 없는데 이를 석 달 만에 사면해 대통령은 사법부를 무력화했다"고 평가했다.

반면 여당인 국민의힘은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헌법에 규정된 절차에 따라 마련되고 대통령의 고심 끝에 결정된 이번 사면안을 존중한다"며 "무엇보다 광복 78주년을 맞아 단행된 이번 특사가 국민통합과 경제회복에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광복절 특사에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많은 경제인, 중소기업인과 소상공인이 포함됐다"며 "이들이 이번 사면을 계기로 대한민국 경제 재도약에 더욱 매진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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