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08.16 10:52
정성이 이노션 고문 (사진제공=이노션)
정성이 고문 (사진제공=이노션)

[뉴스웍스=정승양 대기자] "빅 컴퍼니 현대자동차그룹이 뛰어들었는데 왜 관심이 안가겠나."

중후장대형 제조업체의 대명사인 재계서열 3위 현대자동차그룹이 K콘텐츠 시장의 다크호스로 부각되고 있다.

이를 주도하는 인물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장녀이자 현대차그룹 계열 광고회사인 이노션을 이끌고 있는 정성이 고문이다. 

정 고문 주변에 최고 미디어전문가가 배치됐고 본인이 최대주주이자 사내이사로 경영되고 있는 이노션은 예능과 드라마, 영화제작회사라는 소프트한 산업 리스트에 새로 이름을 올렸다. 미디어업계는 CJ그룹 이미경 부회장, 쇼박스를 이끌고 있는 오리온그룹 이화경 부회장에 이은 콘텐츠시장 3대 여걸 출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자산규모 270조원, 재계서열 3위 현대차그룹이 K콘텐츠 산업의 저변을 빠르게 넓혀가고 있다.  

정 고문의 남편이자 의사로 활약하고 있는 선두훈 영훈의료재단 이사장이 2000년 창업한 인공관절 전문 제조기업  '코렌텍'에 국내 미디업계 거물이었던 강석희 전 CJ ENM 대표가 대표이사로 영입돼 지난 3월부터 활약하고 있다. 정 고문은 코렌텍의 지분 7.43%를 가진 최대주주로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정성이-강석희' 콤비를 주목하는 이유는 강 대표의 인상적인 프로필과 이노션의 최근 행보가 겹쳐지기 때문이다. 

강 대표는 지난 1988년 제일제당에 입사해 CJ미디어 대표, CJ CGV 대표, CJ제일제당 제약사업부문 대표, CJ ENM 대표, CJ그룹 총괄부사장, HK이노엔(옛 CJ헬스케어) 대표 등 바이오와 콘텐츠부문을 오가며 경영능력을 입증했던 인물이다. 특히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을 보좌하면서 CJ미디어, CJ CGV, CJ ENM 등 CJ그룹 핵심 엔터테인먼트 계열사를 가파르게 성장시키며 미디어제국 CJ는 물론 국내 미디어산업에 족적을 깊게 남겼다. 

현대차 계열사이자 국내 광고업계의 투톱인 이노션은 콘텐츠제작회사 기반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이노션은 정성이 고문이 최대주주인 회사다. 대주주인데다 '최고경영자(CEO)와 같은 고문'이다.

이 때문에 CJ그룹이 미디어사업에서 얻은 성과와 교훈이 현대차그룹에  그대로 이식될 있는 여건이 무르익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노션은 이달초 콘텐츠 제작사인 스튜디오어빗(abit)을 설립, 기존 광고제작사업 외에 예능·드라마·영화 제작사업도 본격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노션은 장편제작(이매지너스)과 단편제작(이노션) 콘텐츠 전문기업의 결합을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스튜디오어빗은 이노션과 최진희 전 스튜디오드래곤 대표가 세운 제작사 이매지너스의 합작사 형태로 설립됐다.

이로써 삼성, SK, 현대차, LG, 포스코그룹 순으로 이어지는 국내 5대 재벌 가운데 3대 재벌이 K콘텐츠시장에서 각축을 벌이는 그림이 됐다. 통신회사를 갖고 있는 SK그룹과 LG그룹은 이미 그룹내에 계열사 혹은 내부사업부 형태로 콘텐츠제작회사를 안고 있다.

K콘텐츠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증가하고 K콘텐츠가 중동, 신남방국가 등 새로운 시장에서 성장세라는 점에서 이노션이 성공가도를 달려왔던 광고라는 안전선을 벗어나 광고와 콘텐츠사업을 융합한 새 영역에서 시너지를 내는 전략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노션은 앞서 콘텐츠제작회사라는 저변을 지속적으로 넓혀왔다. 지난해 5월에는 시각특수효과(VFX) 전문기업인 스튜디오레논의 지분47.5%를 290억원에 인수했다. VFX는 게임, 애니메이션, 영화, 드라마, 메타버스까지 제작가능한 핵심기술로 당시 스튜디오레논은 전문인력, 기술력 등에서 국내 최고 수준이라는 평을 듣던 기업이다. 

스튜디오 레논 인수가 종료된 한달 뒤인 그해 6월 이노션은 미래 사업전략 방향으로 키워드 'C(크리에이티브&콘텐츠)·D(디지털&데이터)·M(메타&모빌리티)'을 공표한 바 있다. 

이노션의 콘텐츠사업 확대행보는 C에 해당되고 이는 이노션의 미래사업 차원에서 발의돼 오래된 신념처럼 전개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미디어업계는 특히 이런 과정에 창업가문의 직계인 정성이 고문이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디어업계는 오랫동안 CJ그룹 이미경 부회장(56년생)과 오리온그룹 이화경 부회장(58년생)이라는 창업가문 여걸 2인의 활약상이 화제거리였다. 

CJ 이 부회장은 주지하다시피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자의 장손녀로 CJ그룹 주력 계열사 중 하나인 CJ E&M을 진두지휘하며 키워왔다. 오리온 이 부회장은 고 이양구 동양그룹 창업주의 둘째 딸로 메가박스(복합상영관)와 쇼박스(투자배급사), 온미디어(케이블채널) 등 오리온그룹의 엔터테인먼트사업을 총괄하며 미디어산업에서 이미경 부회장과 맞상대였다.

여기에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자의 장손녀인 정 고문(62년생)이 가세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 

물론 오리온 이 부회장이 메가박스와 온미디어를 매각 후 쇼박스 경영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점에서 창업가문 여걸들이 경쟁하는 콘텐츠시장 구도는 ‘이미경과 정성이’ 양강체제로 펼쳐질 수도 있다. 이 경우 옛 삼성과 현대의 경쟁구도가 콘텐츠시장에서 재연돼 펼쳐질 수 도 있다는 얘기가 호사가들의 입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미디어업계 관계자는 "K콘텐츠시장은 글로벌하게 전개되는 대전환점에 놓여있다"며 "현대차그룹이 걸어온 길을 볼 때 이노션이 확장속도를 높이면 국내 미디어산업 생태계에도 새 질서가 만들어 지지 않겠느냐"는 말로 현대차그룹의 행보에 기대감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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