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3.08.17 10:46

이준석 전 대표·유승민 전 의원 '겨냥'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이 지난 16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웃으며 걸어가고 있다. (사진제공=국민의힘)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이 지난 16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웃으며 걸어가고 있다. (사진제공=국민의힘)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내년 4월 총선이 8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친윤 핵심'으로 분류되는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이 당론에 배치되는 언행에 대해 주의를 당부했다. 오는 10월부터 당무감사가 시작될 예정이어서 현안에 대해 '입단속'을 요구한 것이란 해석이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사무총장은 전날 의원총회에서 "배를 침몰시키려는 승객을 어떻게 누가 태우려고 하겠나"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함께 항해하는데 멀쩡한 배에서 노를 거꾸로 젓고, 구멍이나 내는 승객은 승선할 수 없다"며 "본인 생각만 갖고 당 전체를 비하하거나 폄훼하는 경솔한 언행은 본인이나 당 조직에 도움이 안 된다"고 단언했다.

이 사무총장은 지난 16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의 부친인 고(故) 윤기중 연세대 응용통계학과 명예교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배를 침몰시키려고 하면 어떻게, 누가 (배에) 태우겠냐는 취지의 얘기는 있었다"고 인정했다.

그는 '공천을 염두에 둔 발언이냐'는 질문에는 "당원들이 일반 국민들의 얼굴 아닌가"라며 "언행에서 그런 걸 하지 말자, 언행을 조심하자, 이런 걸 다 함축한 의미가 담긴 것"이라고 에둘러 말했다. 

최근 국민의힘 내에서 여야 갈등 현안에 대해 당론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일이 잇따르면서 사무총장이 경고장을 날린 것이라는 분석이다. 여당 일각에서 당론과 다르게 새만금 잼버리의 파행 책임에 대해 전북도의 책임을 부정하고 정부의 책임을 강조한다거나, 수해 현장 실종자 수색 중 숨진 '채 상병 사건' 관련 수사 과정을 비판하는 일이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를 비판한 사례도 나왔다. 

이철규 사무총장이 비록 이름을 적시하지는 않았지만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 등을 겨냥한 발언으로 관측된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4일 하루에만 3건의 글을 잇달아 SNS에 올리며 집권 여당의 대응 방향에 대해 비판했다. 

이 전 대표는 이번 잼버리 파행 책임이 전임 문재인 정부와 전라북도에 있다는 국민의힘의 주장에 대해 "원인을 정확히 파악해야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는데, 전라도 탓으로 원인을 돌려버리면 문제는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번 잼버리 대회 예산과 관련해 총 사업비 1170억 원 중 조직위 예산은 870억원이고 전북도 예산은 260억원이었으며,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각각 783억원과 260억원을 사용한 점을 들어 "자료대로면 조직위가 최고 책임이고 예산의 80%는 현 정부 시기 지출"이라고 강조했다. 즉, 문 정권 시절에 잼버리 대회와 관련해서 거의 일을 진행하지 않은 것을 역으로 윤 정부의 실정으로 돌린 셈이다. 

윤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에 대해선 유승민 국민의힘 전 의원은 지난 15일 "안보와 경제에서 우리의 국익을 위해 일본과 협력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오늘은 다른 날도 아니고 광복절"이라며 "일제 강점기 35년 동안 일본이 저지른 국권 강탈, 탄압과 만행으로부터 우리 민족이 해방된 날"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우리 조상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시간을 겪었고 일제의 탄압이 얼마나 야만적이었는지 역사의 기억을 지우면 안 된다. 대통령은 광복절에 단 한마디도 역사를 말하지 않았다"며 "'광복절 경축사'라는 제목이 없었다면 대통령의 광복절 연설이 맞는지 도통 모를 연설이었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발언을 한 인물들에 대해 내년 총선에서 이런 행태를 멈추지 않고 주의하지 않으면 공천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경고를 날린 것으로 읽혀진다. 

민주당은 최근 '1특검 4국조' 추진을 공식화하면서 대여 공세를 펼치고 있는데 여기에 일조하는 행위를 하는 자를 '함께 항해하는데 멀쩡한 배에서 노를 거꾸로 젓고, 구멍이나 내는 승객'으로 취급하겠다는 선언인 셈이다. 민주당의 '1특검 4국조' 방침은 ▲채 상병 사망사건에 대한 특별검사 ▲김건희 여사 일가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 변경 특혜 의혹 국정조사 ▲방송통신위원회 KBS 이사장 해임 의결 관련 국정조사 ▲새만금 잼버리 부실 사태 국정조사 ▲집중호우 당시 오송 지하차도 참사 국정조사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이 사무총장은 내년 총선 공천 실무 작업을 총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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