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다혜 기자
  • 입력 2023.08.23 18:05

위스키 없는 하이볼 제품 상당수…소비자 혼란도

한 소비자가 편의점 매대에서 캔 타입의 RTD(Ready-to-Drink) 하이볼을 구매하고 있다. (사진제공=BGF리테일)
한 소비자가 편의점 매대에서 캔 타입의 RTD(Ready-to-Drink) 하이볼을 구매하고 있다. (사진제공=BGF리테일)

[뉴스웍스=김다혜 기자] 고물가로 지갑이 얇아진 2030세대를 중심으로 값비싼 위스키 대신 다른 음료를 섞어 마시는 '믹솔로지(Mixology)' 문화가 확산하면서 '하이볼(highball)' 수요가 급등하고 있다. 코로나19로 퍼진 '홈술' 문화에 위세를 떨친 와인의 자리를 위스키가 빠르게 대체하는 모습이다.

23일 관세청 수출입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위스키의 수입량은 총 1만6900톤으로 전년 동기(1만2000톤)보다 50.9% 급증했다. 이는 관련 통계를 시작한 2000년 이후 사상 최대치다.

반면 코로나19 기간 홈술·혼술이 트렌드로 자리잡으면서 증가했던 와인의 올해 상반기 수입량은 1만6120톤으로 같은 기간 20.8% 감소했다.

위스키 수입량을 끌어올린 건 하이볼 수요가 급증하면서다. 하이볼은 위스키, 진, 코냑, 보드카 등을 탄산수나 토닉 워터, 레몬, 라임 등과 섞어 마시는 술로 원주보다 쓴맛이 적은 것이 특징이다. 하이볼은 독하고 강한 맛의 기존 위스키보다 ‘맛있는 술’, ‘술 같지 않은 술’을 선호하는 2030세대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값비싼 위스키를 7000~8000원에 즐길 수 있다는 낮은 진입 장벽도 하이볼의 매력이다. 

이에 유통 업계는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캔 타입의 RTD(Ready-to-Drink) 하이볼을 선보이고 하이볼 축제와 팝업스토어를 여는 등, 다채로운 판매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1월 편의점 업계 최초로 RTD 하이볼을 출시한 CU는 현재까지 20종의 하이볼 제품을 선보였고, 연내 30종으로 제품군을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 6월에는 전통주를 혼합한 ‘안동 소주 하이볼’을, 지난달에는 캔 뚜껑 전체가 따지는 ‘원샷원컵 하이볼’을 출시했다.

GS25는 지난달 국내 위스키 주조 장인 김창수 대표, 주류 제조사 카브루와 손잡고 ‘김창수 하이볼’ 3종(오리지널·얼그레이·진저)를 선보였다. 김창수 하이볼은 김창수 대표가 스코틀랜드 숙성고에서 시음해 고른 스카치위스키를 블랜딩한 제품이다.

이마트24는 지난 6월 ‘칠 하이볼’ 2종(레몬·자몽)을 내놓으며 상품군을 넓혔다. 여기에 하이볼에 어울리는 페어링 안주 브랜드 ‘요즘돼세’도 함께 론칭했다. 또 편의점 업계 최초로 이마트24 R광안리센터점에 ‘짐빔 팝업스토어’를 열고 하이볼 알리기에 나섰다.

롯데백화점은 잠실 롯데월드몰에서 ‘제임슨’의 위스키 증류소를 재현한 ‘제임슨 디스틸러리 온 투어’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제임슨 팝업은 글로벌 투어로 진행되는 행사로 2020년 포르투갈 리스본을 시작으로 미국, 남아공 등을 거쳐 국내에서 여섯 번째로 진행됐다. 롯데백화점에서 2030세대가 소비한 위스키 매출은 2021년부터 3년간 해마다 두 배 이상 늘어나는 등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제약사도 하이볼 출시에 가세했다. 지난 17일 경남제약스퀘어는 주류 OEM 전문업체 부루구루와 협업, 캔 타입의 RTD 하이볼인 ‘레모나 하이볼’, ‘레모나 핑크 하이볼’ 2종을 선보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위스키를 사용하지 않은 하이볼에 대한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하이볼 중 상당수는 위스키 원액을 사용하지 않은 제품이다. 이들 제품은 비싼 위스키 원액을 사용하지 않아 생산 단가가 낮지만, 하이볼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혼란을 유발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하이볼 시장을 2030세대, 특히 여성층이 주도하고 있다"고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그는 "하이볼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없는 상황이어서 위스키 첨가 유무와 첨가 비율이 천차만별"이라며 "하이볼에 대한 소비자들의 혼란이 이어질 경우 자칫 '반짝 인기'로 끝날 수 있는 만큼, 제도적 기준 마련도 어느 정도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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