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3.08.26 07:00

중국 경기 침체로 성장률 하락 위험 커져…내년 2분기부터 인하 예상

이창용 한은 총재가 지난 24일 통화정책방향 관련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유튜브 캡처)
이창용 한은 총재가 지난 24일 통화정책방향 관련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유튜브 캡처)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당초 예상처럼 8월에도 동결됐다. 지난 2월 이후 반 년째 3.50%로 유지되면서 올해 두 번 남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동결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늘고 있다. 

지난 24일 열린 금통위 회의에서는 "물가상승률이 둔화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8월 이후 다시 3% 내외로 높아지는 등 상당기간 목표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되고 주요국의 통화정책 및 경기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아진 데다 가계부채 흐름도 유의해서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금통위원 만장일치로 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2020년 5월 역대 최저인 0.50%까지 낮아졌던 한은 기준금리는 2021년 8월부터 인상이 시작됐다. 2021년 8월과 11월 0.25%포인트씩 올라 1.0%가 된 기준금리는 2022년 한 해동안 무려 2.25%포인트 인상됐다. 8번의 금통위 회의에서 7번이나 올랐다. 7월과 10월에는 한은 최초의 빅스텝, 즉 0.50%포인트 인상이 단행됐다.

금리 인상은 올 초까지 이어졌다. 1월 3.25%에서 3.50%로 올랐다. 다만 이후 2월부터 4월, 5월, 7월, 8월에 걸쳐 기준금리는 동결됐다. 미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동결 후 인상' 기조를 보인 반면 한은은 꾸준히 '동결'을 지지 중이다.

물론 6명의 금통위원 전원이 '3.75%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며 금리 인상 가능성을 지속 시사하고 있으나 시장은 중국발 경기 하방위험과 물가 경계심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당분간 동결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해 기준금리 결정회의는 이제 10월과 11월 두 차례 남았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통화정책을 쉽게 예단할 수 없기에 3.75% 가능성을 계속 열어두고 있지만 지금의 가계부채 증가세가 금리 인상 전과 다른 특징을 보이고 있고 한은의 즉각적 대응이 불필요하다는 점을 확인했다. 예상보다 중국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진 점도 향후 성장 불확실성을 높인다"며 "연말까지 금리 동결 전망을 계속 유지한다"고 말했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연내 동결 전망 및 내년 인하 시점도 당초 시장의 기대보다는 늦은 2분기경이라는 전망을 유지한다"며 "금통위는 인상도, 인하도 어려운 처지일 뿐 아니라 총재에 따르면 굳이 금리를 조정해야만 하는 이유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긴축적 환경을 유지하면서 당분간 물가 안정을 좀 더 도모하기 위해 국내 기준금리는 상당기간 동결될 것"이라며 "시장의 우려와 기대는 반복되겠지만 결국 정책을 결정하는 것은 시장이 아니라 중앙은행이라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시장은 지속했던 연내 인하 기대를 이제야 접는 모습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24일 간담회에서 "지금은 오히려 인상 가능성에 대해 논의를 하고 초점을 두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인하에 대한 이야기는 시기상조"라며 인하 가능성을 재차 일축했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 (사진=Fed 홈페이지)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 (사진=Fed 홈페이지)

다만 미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여전함에 따라 한은 기준금리 3.75% 도달 가능성은 여전히 살아있다. 연준은 9월 19~20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5.25~5.50% 수준인 금리를 논의한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 툴에 따르면 25일 기준 9월 FOMC에서의 동결 가능성은 80.5%로 인상(19.5%)에 비해 우세하다. 다만 일주일 전인 18일에는 동결 확률이 88.0%였던 만큼 현 추세로는 동결을 예단할 수 없다.

25일(현지시간) 잭슨홀 미팅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긴축 연장을 시사하거나 9월 FOMC에서 점도표가 상향 조정되는 등의 변화가 관찰되면 한은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역대 최대인 2.0%포인트까지 벌어진 한미 금리 차이가 이르면 9월에 추가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최근 성장률 하방 리스크가 커지면서 한은이 당분간 금리를 조정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금리 정책 결정에 있어 중심축이 '물가'에서 '경기'로 넘어갔다는 판단이다.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5월과 같은 1.4%를 유지했다. 내년 성장률만 2.3%에서 2.2%로 낮췄다. 한은은 지정학적 리스크, 이상기후 등으로 원자재가격이 추가 상승해 주요국의 통화긴축이 강화되는 '부정적 시나리오'에서는 올해 성장률은 1.3%, 내년 성장률은 2.1%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봤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8월에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1.4%로 동결됐지만 중국 침체로 인해 국내 수출 경기 개선이 계속 지연될 경우 11월 전망 발표에서 성장률이 큰 폭으로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성장률은 한은 추정치와 비슷한 1% 중반을 유지할 수 있다고 보지만 내년에는 2%를 밑돌 가능성이 높다"며 "11월 한은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이 우리나라 잠재성장률 2% 수준을 하회하는 쪽으로 발표된다면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는 빠르게 통화 이완 쪽으로 옮겨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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