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상우 기자
  • 입력 2023.08.28 17:37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2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우리 수산물을 활용한 메뉴로 점심식사를 배식받고 있다. (사진제공=대통령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2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우리 수산물을 활용한 메뉴로 점심식사를 배식받고 있다. (사진제공=대통령실)

[뉴스웍스=김상우 기자] 정부가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류로 수산물 안전 우려가 커지자 식자재유통과 단체급식업체들을 활용해 국내산 수산물 사용을 확대하겠다는 움직임이다. 이에 관련 업계에서는 정부 방침이 업계 현실을 잘 모르는 단편적 대안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해양수산부와 ‘우리바다 지키기 검증 TF’ 위원장인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실 등은 오는 30일 국내 주요 단체급식 업체들을 불러 위탁급식에 국내산 수산물 사용 확대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간담회에는 국내 수산물 판매 총괄의 수협중앙회와 삼성웰스토리, 아워홈, 신세계푸드, CJ프레시웨이, 풀무원푸드머스 등 국내 5대 식자재유통‧단체급식 업체들이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수부는 해당 기업의 대표급 인사가 참석해주길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의 이러한 방침에 대다수 업체는 어리둥절한 반응이다. 정부당국이 간담회를 통해 업체들에게 국내산 수산물의 적극적인 사용을 요청할 것이 뻔하지만, 대부분의 업체가 급식 단가를 맞추기 위해 국내산 수산물보다 수입산 냉동 수산물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A업체 관계자는 “급식 단가 내에서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수입산 냉동 수산물 사용이 불가피하다”며 “그마저 생물보다 가공 제품(통조림 등)을 활용할 때가 많다”고 설명했다.

B업체 관계자는 “위탁업체들은 말 그대로 을에 불과한 입장”이라며 “정부가 구내식당에 국내산 수산물 사용을 장려하려면 운영사 측과 협상을 벌여 급식단가를 올리는 방안을 찾아봐야지 우리와는 직접적 상관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위탁업체에 국내산 수산물을 구입비용을 지원해준다면 모를까, 단순히 위탁업체가 알아서 하라는 것은 비용부담 전가인 동시에 업체를 대상으로 한 으름장밖에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특히 공공기관 구내식당을 운영하는 중소업체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정부가 국내산 수산물 확대의 우선 대상으로 공공기관 구내식당을 지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날 대통령실은 구내식당 메뉴에 국내산 수산물을 대거 포함시키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정부세종청사 구내식당을 운영하는 다수 중소업체는 정부 지원책이 명확히 제시되지 않는다면 국내산 수산물을 사용할 수 없다며 반발할 조짐이다.

중소급식업체 한 관계자는 “공공기관 단체급식은 일반 산업체 급식보다 단가가 낮아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며 “이러한 형편에 정부 지원 없이 국내산 수산물을 사용하라는 것은 손해 보고 장사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이 밖에 학교급식은 학부모 반대가 극심할 것으로 예상돼 국내산 수산물 납품 확대가 쉽지 않고, 교정급식은 단가가 가장 낮아 납품 확대가 언감생심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묘안을 짜낸다면 군급식이 유일한 해법이 될 것이란 진단이다. 정부는 올해부터 군납 식자재 경쟁입찰 비율을 50%로 시작해 2024년 70%, 2025년 100%까지 민간에 개방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다만 군급식에서 국내산 수산물은 여전히 수협의 영향력이 크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수협은 군급식 경쟁입찰의 전면 재검토를 국회에 요구할 정도로 민간개방을 적극 반대했다”며 “이번 오염수 이슈를 통해 군급식 시장의 영향력 재확대를 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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