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3.09.02 12:00

NH증권 "수출증가율 3분기 -11.5%·4분기 -1.5%" 전망
중국 경제 침체 우려…회복 강도에 대한 기대 낮출 필요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우리나라의 수출이 8월에도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의 월간 수출은 지난해 10월부터 11개월 연속 감소 중이다. 반도체 부진이 계속되면서 하반기에도 반등이 쉽지 않은 모습이다. 

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8월 수출은 518억7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8.4% 줄었다. 8월 수출 감소는 반도체 및 석유제품·석유화학 수출단가 하락, 역대 8월 기준 최고 실적을 기록한 작년 8월 수출(566억달러)의 역기저효과 등이 작용한 데 따른 것이다. 수출 감소율은 전달(-16.4%)보다는 크게 개선됐다.

품목별로 보면 자동차는 14개월 연속, 일반기계는 5개월 연속 수출이 증가했으나 반도체·석유화학·석유제품 등은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 유가 인하 등에 따른 유화·석유제품 단가 하락 등의 영향으로 감소했다.

무엇보다 수출 1위 품목인 반도체 부진이 계속됐다. 8월 반도체 수출액은 85억6000만달러로 집계됐다. 메모리 반도체 수출이 D램·낸드 등 제품 가격 하락으로 26.1% 줄면서 전체 반도체 수출도 1년 전에 비해 20.6% 감소했다. 13개월째 줄고 있다.  다만 8월 실적은 전월보다는 15% 증가한 수준이다.

반도체 수출은 올해 1, 2월에는 60억달러대로 떨어졌으나 향후 반도체 업황은 메모리 감산에 따른 공급초과율 하락, DDR5·HBM 등 고성능 제품 수요 확대 등에 따라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10월(92억달러)부터 100억달러 아래로 떨어졌고 8월 수출액이 86억달러인 것을 고려하면 이르면 올해 10월에는 반등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반도체 제조 라인에서 작업자가 이동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 반도체 제조 라인에서 작업자가 이동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반도체 업황이 단기간 내 빠른 회복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최근 반도체 불황은 반도체 신제품 개발 주기의 연장, 코로나19 이후의 수요 급감, 세계 경제 불안 등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타난 현상"이라며 "반도체 경기회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수요가 되살아나야 하는데 개인 소비심리 위축이 지속되고 기업 투자도 지연돼 단기간에 회복은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역별로 수출 현황에서도 중국 부진이 뼈아프다. 여기에서도 반도체 수출 감소가 주요 원인으로 작용 중이다. 

대중국 수출액은 8월 중 105억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9.9% 줄었다. 중국의 경기위축 우려에도 불구하고 전월(-25%)보다는 감소율이 둔화됐다. 이에 수출액도 100억달러대를 회복했지만 최근 부동산 위기 등에 따른 중국 경제 침체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는 점은 부담이다.

우리나라의 총수출에서 대중국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 정도다. 그간 25%대에서 꽤 낮아졌으나 여전히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반도체의 수출의존도는 절대적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발간한 '대중국 수출 감소가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ICT 수출의 대중국 수출 비중은 43.9%이며 이 가운데 반도체 수출 비중은 54.7%에 달한다. 중국의 수요 뒷받침 없이는 경기회복이 어려운 상황이다.

현대연은 "과거에 비해 중국 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진 것은 맞지만 올해 들어 대중국 수출감소율이 사상 최고 수준이기 때문에 한국 경제에 미치는 충격의 강도는 결코 적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료제공=관세청)
(자료제공=관세청)

수출 흐름상 3분기 수출 감소는 확정적이다. 7월(-16.4%)과 8월(-8.4%) 모두 수출이 줄었기 때문이다. 4분기에도 반등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여경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수출이 본격적으로 개선 사이클에 진입하려면 중국 스마트폰 소비가 회복되고 미국 데이터센터 투자 반등이 필요하다"며 한국 수출 증가율을 3분기 -11.5%, 4분기 -1.5%로 각각 예상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중국 경기 방향성은 우상향이나 회복 강도에 대한 기대는 다소 낮추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고려할 때 한국의 수출 역시 바닥을 다지면서 반등하지만 실적 개선 기울기는 완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8월 수입은 510억달러로 1년 전보다 22.8% 감소했다. 원유·가스 등 에너지 수입이 줄면서 전체 수입은 감소 추세다. 이에 8월 무역수지는 8억7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하계휴가 등 계절적 요인으로 8월에는 소폭의 적자가 예상됐으나 수출 개선 흐름과 에너지 수입 감소로 흑자기조를 지속했다. 수출 감소에도 불구하고 수입이 더 많이 줄면서 발생한 '불확형 흑자'라고 지적하지만 석 달 연속 흑자는 16개월 만의 희소식이다.

정부는 4분기 수출 반등을 기대하는 모습이다. 최상목 경제수석은 지난 1일 브리핑에서 "9월 위기설은 없다"며 "10월부터는 그간 지속된 수출 마이너스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도 "무역수지 흑자기조의 안정적 유지와 수출 조기 플러스 전환을 위해 총력 지원할 것"이라며 "범정부 차원의 수출 활성화를 위한 지원 방안을 9월 초 마련해 수출 품목·지역 다변화, 무역금융·수출마케팅·해외인증 등 수출지원기반 보강, 수출기업 현장애로 해소 등을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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