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09.04 11:21

24년전 이전했지만 유명무실…내년 9월 웨스트 사옥 완공

KT 광화문지사 리모델링 조감도 (사진제공=KT)
KT 광화문지사 리모델링 조감도 (사진제공=KT)

[뉴스웍스=정승양 대기자]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206. KT 본사 주소다.

1999년 정부의 공기업 지방 이전 계획에 따라 본사를 이곳으로 옮긴 뒤 현재까지 24년간 유지되고 있는 곳이다. 300m 거리에 네이버 본사도 자리잡고 있다.

그런데 정작 KT는 본사 주소만 성남(분당)에 덩그러니 남겨둔 채 본사 핵심 조직들은 모두 서울의 한복판인 세종로 광화문이나 강남 요지로 이동시켜 놓아 정부가 추진해온 지방화 시대를 역행하는 상징적인 사례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KT는 2002년 민영화돼 정부의 직접적인 통제 대상에서 벗어나 있지만 국민연금이 최대주주로, 정부통제에서 자유롭지 않은 준 공기업이라는 사실을 최근 KT CEO 선임과정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KT는 2015년 1월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접한 옛 KT광화문지사(KT 웨스트 사옥) 뒷편에 신사옥(KT 이스트 사옥)을 신축, 본사 핵심 부서들을 이동시켜 이곳에서 실질적으로 KT그룹을 경영하고 있다.

KT는 이어 지난해 3월부터 옛 KT광화문지사, 즉 KT 웨스트 사옥에 대해 연면적과 건물 높이는 유지하는 형태의 전면적 리모델링 공사에 착수, 2년 6개월의 공기를 마치고 내년 9월 완공한다. 개축과정에서 당초 광화문에 있던 AI·DX, 엔터프라이즈 부문 등은 송파 KT사옥으로 옮겼다.

KT 광화문지사 리모델링 조감도는 웨스트사옥이 신사옥, 즉 KT 이스트사옥의 건물 디자인과 유사한 형태로 지어져 1년 뒤 이곳이 삼성그룹의 서울 강남역 사거리 삼성서초타운, LG그룹의 여의도 쌍둥이빌딩과 유사한 KT타운으로 탈바꿈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1986년 국제전신전화국 자리에 세워진 옛 KT광화문지사 사옥은 지하 3층, 지상 15층, 연면적 7만 3000㎡(2만 2000평)에 달하는 국내 통신역사의 상징적인 건물이다. 2013년까지 체신부와 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 청사가 입주해 국내 정보통신산업의 부흥을 이끌었다. 이 건물 12층~14층까지 3개 층이 정부 소유인 까닭이다. 

이 건물 뒷편 신사옥은 연면적 5만1120㎡(1만5460평)에 지상 25층, 지하 6층 규모로 기존 광화문지사의 동편에 위치했다는 의미로 KT광화문빌딩 이스트(East), 줄여서 KT이스트 사옥,  옛 광화문지사는 KT광화문빌딩 웨스트(West), 즉 KT 웨스트사옥으로 불리고 있다. 신사옥은 프랑스 파리의 퐁피두센터 설계자로 유명한 이탈리아의 거장 렌조 피아노가 설계를 맡아 전체 유리 커튼월로 건설돼 화제를 모은 바 있다.

KT는 이번 리모델링 작업을 통해 웨스트-이스트 사옥을 연결하고, 이를 다시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과 연결하는 복합플랫폼, 세종대로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KT는 현재 송파구 잠실에도 지상 28층 규모의 KT 송파사옥을 운영중이다. KT 송파사옥은 현재 엔터프라이즈부문 및 AI/DX융합사업부문 임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KT 헤드쿼터의 성남(분당) 이전과 서울 재 복귀는 몇단계를 거쳐 이뤄졌다. 

KT는 원래 세종로 광화문빌딩을 본사로 삼다가 1999년 정부의 공기업 지방 이전 계획에 따라 본사를 경기 성남(분당)으로 옮긴 뒤 옛 본사 빌딩은 광화문지사로 불러왔다.

KT의 서울 회귀가 시작된 것은 이석채 전 회장 시절로 올라간다. 이 회장은 다시 서울로 눈을 돌려 2010년 2월 서울 서초역 인근에 서초사옥을 마련, 회장 집무실·비서실 및 경영기획·재무·인사·사업기획 등 그룹의 핵심 인력을 이전해왔다.

이어 서울 서초사옥에서 근무하던 황창규 전 회장이 5년 후인 2015년 취임 1주년을 맞아 신축된 KT이스트사옥으로 이주함에 따라 KT는 사실상 본사 성남(분당) 지방이전 16년 만에 다시 서울 광화문 시대를 열었다.

이에 따라 현재 본사 주소가 있는 분당 사옥은 21층, 연면적 3만 7000여 평의 큰 스케일과 달리 네트워크부문과 인재개발교육장, 수도권 도매영업단, IT서비스 자회사인 KT ds 일부 조직, 콜센터 KT is, 협력회사인 다온플랜·경일알씨렌트카 등이 입주해 본사기능이 거의 상실된 상태다.

김영섭 KT 신임 CEO가 내정자 시절 "서울 광화문-송파 KT 사옥을 오가며 KT의 주요 사업과 관련된 현안을 보고받고 있다"는 뉴스가 자주 등장했던 배경이다. 17층에 CEO실이 있지만 거의 사용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대표가 지난달 30일 이곳에서 취임식을 가졌으나 일반적인 대강당 혹은 대회의실이 아닌 '타운홀 미팅' 방식으로 간소하게 치러졌던 이유기도 하다.

국내 통신산업 개척자 KT의 광화문 귀환은 환영할 일이다. 광화문은 지리적 위치가 주는 역사성이 매우 크다. 1885년 국내 통신산업 혹은 KT의 뿌리격인 한성전보총국이 개국한 장소. 세종문화회관 옆 세종공원이 한성전보총국의 옛터(서울 세종로 80의1)로 이곳에서 1885년 한성∼제물포간 전신(전보)이 처음 개통돼 타전됐다. 이곳에 과거 광화문전화국이 자리잡고 있던 이유다.

하지만 회사 본사의 서류주소만 지방에 둔채 실질적인 본사 역할은 서울의 한복판 광화문에서 이뤄지는 편법은 정부의 지방화정책에 반하는 것이라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특히 장거리도 아닌 수도권에 위치한 본사마저 박차고 서울로 올라온 상황과 결부시켜 결국 핵심 거점은 지방을 떠나 비즈니스 중심지인 서울에 존치해야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는 반(反) 지방화론의 또다른 상징적 사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되고 있다.

KT 분당 본사 사옥 인근의 한 주민은 "KT본사라고들 하는데 오고가는 사람들이 적고 을씨년스럽다"며 "강남에서 승용차로 불과 30분 거리에 있는 분당인데 그것도 못 버텨 서울로 돌아갔다는 사실이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KT의 서류상 본사가 경기도 성남시라는 점 때문에 수원시에 연고를 둔 프로야구단 kt wiz가 발족할 수 있는 명분이 됐었다는 점에서도 KT가 앞뒤가 맞지 않는 행보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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