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3.09.07 13:58

"중국 경기불안·국제유가 상승 '경기부진 완화 흐름' 제약할수도"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우리 경제에 대해 '수출 부진이 다소 완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 8월에는 '경기 부진이 점진적으로 완화되고 있다'며 긍정적인 분석을 내놨으나 9월 들어 완화 표현을 '수출'로 한정했다. 국제유가 상승과 중국 부동산 리스크 등 대외 불확실성이 날로 확대되면서 경기 회복 기대감이 한풀 꺾인 모습이다.

KDI는 7일 'KDI 경제동향 9월호'를 통해 "최근 우리 경제는 수출 부진이 다소 완화되고 있으나 중국 경기불안 등 대외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제조업생산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부진이 점차 완화되고 있고 서비스업생산도 완만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반도체수출 감소세는 둔화 중이다. 그 외 품목 수출도 부진이 완화되는 흐름이다. 우선 8월 수출은 518억7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8.4% 줄었다.

8월 수출 감소는 반도체 및 석유제품·석유화학 수출단가 하락, 역대 8월 기준 최고 실적을 기록한 작년 8월 수출(566억달러)의 역기저효과 등이 작용한 데 따른 것이다. 다만 수출 감소율은 전달(-16.4%)보다는 크게 개선됐다.

품목별로 보면 자동차는 14개월 연속, 일반기계는 5개월 연속 수출이 증가했다. 반면 반도체·석유화학·석유제품 등은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 유가 인하 등에 따른 유화·석유제품 단가 하락 등의 영향으로 줄었다.

특히 반도체 수출은 85억60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20.6% 감소했다. 전월 실적보다는 15% 증가한 수준이다. 반도체 수출은 올해 1, 2월 60억달러대로 떨어진 뒤 회복 중이다. 지난해 10월(92억달러)부터 100억달러 아래로 떨어졌고 8월 수출액이 86억달러인 것을 고려하면 조만간 반등할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 반도체 업황은 메모리 감산에 따른 공급초과율 하락, DDR5·HBM 등 고성능 제품 수요 확대 등에 따라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 회사 아람코의 시추 시설. (사진=아람코 홈페이지)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 회사 아람코의 시추 시설. (사진=아람코 홈페이지)

한편 KDI는 "중국의 경기불안 우려가 증대되고 국제유가 상승으로 물가 상방 압력이 확대되는 등 대내외 경기 불확실성이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현재 중국 경제는 부동산 기업의 금융불안, 부동산투자 부진 등 경기 하방 위험이 확대된 상태다. 중국 경기불안으로 기업심리도 하락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8월 전산업 업황BSI(기업경기실사지수)는 71로 전월보다 3포인트 떨어졌다.

제조업의 업황BSI는 67로 전월 대비 5포인트 하락했다. 제조업 체감경기가 나빠진 것은 반도체 회복 지연과 중국 철강 수요 부진 등에 따른 것이다. 8월 중 전자·영상·통신장비 업황BSI는 64로 8포인트, 1차금속은 53으로 12포인트 각각 내렸다.

국제유가는 연일 상승세다.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가 감산 조치를 연장키로 한 가운데 국제유가는 지난달 24일 이후 9거래일째 상승 중이다. 6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배럴당 87.54달러로 전날보다 85센트 올랐다. 지난해 11월 11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최근의 유가 상승과 올해 하반기 재고 감소 전망 등이 반영돼 주요 기관의 유가 전망치는 상향 조정되는 추세다. 일각에서는 배럴당 100달러를 상회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내놓는다.

골드만삭스는 보고서에서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의 움직임이 유가 강세 위험을 가져왔다"면서 "브렌트 오일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유가가 예상보다 더 오르게 되면 국내 물가 상승도 불가피하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9월과 10월까지 3%대 물가 상승률이 이어질 수 있지만 연말에는 재차 2%대 후반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나 국제유가가 현 수준에서 추가 상승하면 연말까지 3% 아래로 둔화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했다.

KDI는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해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확대되면서 경기 부진이 완화되는 흐름을 일부 제약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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