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상우 기자
  • 입력 2023.09.07 17:00
LG생활건강은 지난달 30일 중국 상하이에서 행사를 열고 13년 만에 리뉴얼을 단행한 궁중 화장품 브랜드 '더후'의 '천기단'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사진제공=LG생활건강)
LG생활건강은 지난달 30일 중국 상하이에서 행사를 열고 13년 만에 리뉴얼을 단행한 궁중 화장품 브랜드 '더후'의 '천기단'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사진제공=LG생활건강)

[뉴스웍스=김상우 기자] 국내 뷰티 산업의 양대산맥인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이 중국 시장 재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 엔데믹 전환을 필두로 최근의 일본 오염수 방출에 따른 불매운동 등 중국 시장의 급박한 정세에 올라타면서 재도약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LG생활건강은 고급 화장품 브랜드 ‘더 히스토리 오브 후(더후)’의 대표 제품 ‘천기단’을 리뉴얼해 중국 시장에서 가장 먼저 출시한다고 밝혔다. LG생활건강이 천기단 리뉴얼에 나선 것은 2010년 제품 출시 이후 약 13년 만이다. 지난달 30일에는 중국 상하이에서 ‘천기단 아트 페어 인 상하이’를 개최하며 2019년 이후 약 4년 만에 현지 오프라인 행사를 열었다.

올해 상반기 LG생활건강의 중국 매출은 3822억원을 기록해 전년 같은 기간보다 9.1% 떨어졌다. 중국은 LG생활건강의 해외 매출에서 약 37%의 압도적 비중을 차지한다. 이는 중국 시장의 판매 실적에 따라 전체 화장품 실적이 좌우되는 구조로 직결, 미국과 일본 등 다른 국가로 판매 다각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시장 진단을 불러오고 있다.

그럼에도 LG생활건강은 이번 천기단 리뉴얼 제품의 첫 출시 지역으로 중국을 택해 ‘탈중국’ 전략을 불식시켰다. 향후 주요 브랜드 제품의 리뉴얼을 순차적으로 단행하는 전면 개편도 이뤄질 전망이다. 궁중 화장품 콘셉트를 내세운 ‘후’는 중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2018년 국내 화장품 브랜드 중 처음으로 매출 2조원을 돌파한 바 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이 지난 4일 창립 78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전하고 있다. (사진제공=아모레퍼시픽그룹)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이 지난 4일 창립 78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전하고 있다. (사진제공=아모레퍼시픽그룹)

아모레퍼시픽도 중국 시장 재정비에 분주하다. 최근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은 창립 78주년 기념행사에서 “여전히 중국 시장은 우리에게 중요하고, 재도약을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아모레퍼시픽은 ‘마몽드’ 매장 철수 등 지난해부터 중국 현지 오프라인 매장을 빠르게 축소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을 두고 중국 의존도를 줄이는 해외 다각화 전략의 출발선으로 해석했다. 그러나 서 회장이 중국 시장의 재도약을 강조하고 나서면서 오프라인 매장 축소가 중국 시장의 재정비라는 의미로 바뀌고 있다.

지난 2분기 아모레퍼시픽은 195억원의 영업손실로 적자전환했다. 중국에서 400억원대에 이르는 영업손실을 내 전체 실적에 악영향을 끼쳤다. 특히 올해 상반기 대표 브랜드인 ‘설화수’를 전면 리뉴얼하면서 하반기부터 대단위 마케팅 공세가 이뤄지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양사의 이러한 움직임을 두고 최근 중국 화장품 시장의 변화를 주된 요인으로 꼽고 있다. 지난달부터 중국에서는 일본 오염수 방류에 따른 반일 정서에 화장품을 중심으로 ‘노 재팬’이 확산되고 있다. 불매운동이 심화하면 한국 화장품으로 소비가 몰릴 것이란 기대감이다. 일본 화장품은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중국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코트라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8년까지 중국의 한국 화장품 수입 증가율은 60배 이상(6233%)을 기록했다. 해당 기간 중국 전체 화장품 수입 증가율 926%를 훌쩍 뛰어넘는다. 이러한 성장세에 한국 화장품은 2016~2018년까지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자료제공=코트라)
(자료제공=코트라)

하지만 2019년부터 일본과 프랑스에 밀리면서 현재 3위까지 내려앉았다. 지난해 기준 업체 매출 순위에서도 아모레퍼시픽은 11위, LG생활건강은 13위에 자리해 순위가 매년 낮아지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중국 내 일본 화장품 불매운동이 한국 화장품의 반사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지만, 시장 재건이 이뤄지려면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과거에는 가성비 측면에서 경쟁률이 높았지만, 지금은 고급화와 가성비 모두 놓친 샌드위치 신세라는 지적이다. 

가기경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 글로벌사업센터 수석연구원은 “중국에서 한국 화장품의 판매 부진은 코로나와 같은 통제 불가능한 외부요인도 작용하지만, 전략 부재와 시장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누적된 내부요인도 영향을 미친다”며 “진출 지역의 특성을 파악한 제품 개발 및 선정, 오프라인에서 벗어난 다양한 유통채널 구축, 꾸준한 브랜딩 마케팅이 이뤄진다면 ‘K뷰티’ 성공 신화를 다시 쓸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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