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3.09.07 17:00

"농안법 제37조 2항 폐지 또는 부분 개정해야…현 상태는 출하인·소비자 이익에 맞지 않아"

사단법인 한국시장도매인연합회 사무실은 서울 강서농산물 도매시장내에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사단법인 한국시장도매인연합회 사무실은 서울 강서농산물 도매시장내에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사단법인 한국시장도매인연합회 임성찬 회장은 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농안법' 제37조 2항은 폐지 또는 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도매인과 시장도매인 간의 거래를 전면 금지하는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화에 관한 법률'(농안법) 제 37조 2항은 급변하는 유통환경 속에서 출하인과 소비자 모두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시대의 변화에도 맞지 않는 악법"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농안법 제37조 2항을 폐지하거나 최소한 부분 개정해야 한다"면 "그렇게 해야만 출하인·소비자 모두의 이익에 부합하게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애초에 '농안법'은 1976년 12월 31일 제정돼 1977년 7월 1일부터 시행됐다. 이 법은 농수산물의 유통을 원활하게 하고 적정한 가격을 유지하게 함으로써 생산자와 소비자의 이익을 보호하고 국민생활의 안정에 이바지하게 하려는 취지로 제정됐다. 

하지만, 도매시장법인 제도는 경매절차를 통해 가격형성 기능을 통해 가격 탐색비용을 줄이고 다양한 농산물의 거래 가격기준을 제시하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당일 초과 수요·공급에 따른 가격의 단기 급·등락, 상품의 상하차·진열·이송에 관한 노력과 공간 제약 등의 단점도 노출됐다.

이에 따라 유통단계 축소와 유통비용의 절감, 농산물 가격안정, 생산자의 안정적 가격 수취 등을 목적으로 지난 2000년 1월 28일 법률 제6223호로 개정된 농안법을 통해 '시장도매인제도'가 도입됐다.

서울 강서농산물 도매시장. (사진=원성훈 기자)
서울 강서농산물 도매시장. (사진=원성훈 기자)

'도매시장법인'은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시장과 서울 강서 농산물 도매시장 등에 존재하는 거대 도매상인 법인이다. 이들은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산물 출하자'로부터 판매를 위탁받고 '경매'를 통해 '중도매인'에게 판매하는, 시장에서는 가장 규모가 큰 상인이다. 유통 전체를 '삼각형 구조'로 본다면 삼각형의 꼭지점에 위치한 상인들이라고 볼 수 있다. 

'중도매인'은 이 같은 '도매시장법인'으로부터 '경매'를 통해 매입한 상품을 소매상들에게 농산물을 판매하는 중간 상인이다. 

'도매시장법인' 및 '중도매인'과는 달리 다소 생경하게 느껴지는 게 바로 '시장도매인'의 존재다. 이들은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산물 출하자'로부터 판매를 위탁받는다는 점에서는 '도매시장법인'과 다를 바 없다. 다만, '농안법' 제37조 2항에 의해 '중도매인'에게 농산물을 판매할 수 없게 원천 차단돼 있다는 점만이 다를 뿐이다.

'시장도매인'은 '중도매인'에게 농산물을 팔지 않고 곧바로 '소매상'에게 농산물을 '바로 판매'하는 것만 법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도매시장법인'과 달리 유통단계를 한 단계 축소했으니 중간유통 마진이 줄어드니까 '도매시장법인'을 통한 유통때보다 생산자와 소매상은 보다 유리한 가격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럼에도 '시장도매인'은 현행 농안법에 대해 왜 불만을 터트리는 것이고 어째서 '농안법' 제37조 2항을 독소조항이라고 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이렇다. 강서 농산물 도매시장의 경우에는 '중도매인'은 3개의 법인회사에 179개 매장을 개별적으로 갖고 있다. 이들은 이들의 주요 고객인 대형마트나 가공업체 및 소매상인들로부터 주문받은 품목·수량을 '도매시장법인'으로부터 100%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이들은 자신의 고객인 대형유통업체와의 지속적 거래를 위해 부득이하게 주문받은 상품의 구색을 갖춰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지근거리에 있는 강서농산물 도매시장내의 '시장도매인'으로부터 물건을 공급받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 과정에서 현실적으로 '농안법' 제37조 2항을 위반할 소지가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얘기다.

그 누구도 자신의 이마에 '나는 중도매인이요'라고 써붙이고 다니지는 않는다. 현실적으로 누가 중도매인인지 확인할 수 있는 권한도 없거니와 새벽 1시부터 5시 사이에 주로 이뤄지는 분주한 거래 과정에서 현실적으로 신분을 확인하면서 판매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시장도매인'들의 설명이다. 중도매인인지 확인할 수도 없고 확인 권한도 없으며 식별장치도 부재한 상태에서 어쩌다가 중도매인에게 물건을 팔게되는 상황은 어쩔 수 없지 않느냐는 항변이다. 

'시장도매인'들이 강서시장 곳곳에 부착해놓은 '중도매인과는 일체 거래 금지' 등의 내용이 담긴 플래카드. (사진=원성훈 기자)
'시장도매인'들이 강서시장 곳곳에 부착해놓은 '중도매인과는 일체 거래 금지' 등의 내용이 담긴 플래카드. (사진=원성훈 기자)

다루는 상품이 농산물이다 보니 위탁농산물을 위탁 당일에 판매하지 않으면 신선도가 현저히 떨어져서 상품가치가 없어지므로 시장도매인으로서는 즉시 판매할 필요성이 있다. 그럼에도 '시장도매인'은 농안법 제37조 2항을 지키기 위한 자구 노력도 해왔다는 게 현장 시장도매인들의 목소리다. 강서시장 곳곳에는 실제로 '중도매인과는 일체 거래 금지' 등의 내용이 담긴 플래카드를 곳곳에 게시돼 있다. 시장도매인들은 "우리는 실제로 현행 법을 지키려 노력해왔다"고 주장했다. 

농안법 제37조 2항의 문제점은 '중도매인 식별의 어려움'을 비롯해 '신선도 유지 어려운 상품의 빠른 판매 필요성에 반(反)한다는 것'과 '직업수행의 자유·재산권 제한의 문제'도 걸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인근 시장을 두고도 원거리 시장서 물품 구매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이는 유통단계 축소·유통비용 절감·농산물 가격안정에도 저해 요소가 된다. 결국 출하자(생산자)의 안정적 생산 가격 보장 목적 실현이 불가능해진다는 얘기다. 

시장도매인들의 요구는 단순했다. 중도매인과 시장도매인 간의 시장도매인 제도의 본질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어느 정도의 거래를 허용해달라는 것이었다. 이들은 전년도 총 거래액 기준으로 했을 때 그것의 10% 정도의 거래만 허용해줘도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한편, 현실과는 동떨어진 제도적 모순 구조속에서 필연적으로 시장도매인들은 법적 쟁송에 시달리고 있는 상태다. 실제로 지난 2019년부터 2020년까지 중도매인들이 시장도매인들로부터 구매해 간 농산물은 637억원을 기록했했다. 이로 인해 시장도매인들은 2020년 12월 30일 시장개설권자인 서울시로부터 약 9400만원의 과징금 부과 받았다. 이들은 이 처분이 부당하다고 판단, 서울행정법원에 '과징금부과처분취소'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2023년 초 강서농산물도매시장 내 A도매법인은 위 시장도매인과 중도매인간의 거래의 불법성을 이유로 시장도매인 58개 법인을 농안법 제37조 제2항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동법 제 88조 제9호, 동법 제89조에 근거해 형사고발을 했고 이 사건은 현재 강서경찰서에서 보완수사 및 검찰에 송치돼 있는 중이다. 아울러 강서농산물도매시장 내 전체 3개 도매법인은 2023년 7월 초 시장도매인 58개 법인을 상대로 민사소송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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