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09.07 18:02

취임 후 첫 기자회견

김영섭 KT 대표가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GSMA M360 APAC 콘퍼런스에서 ‘통신사 주도 디지털 패러다임 전환’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KT)
김영섭 KT 대표가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GSMA M360 APAC 콘퍼런스에서 ‘통신사 주도 디지털 패러다임 전환’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KT)

[뉴스웍스=정승양 대기자]  "무조건적인 매출확대와 같은 회사의 외형을 키우는 전략이 아닌 시간이 걸리겠지만 내부에 성장에너지, 성장잠재력을 축적시키는 방향으로 KT를 끌고 가겠다"

7일 서울 르메르디앙 명동호텔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가진 KT 김영섭 신임 대표이사는 '재무통'이라는 평가에 맞게 앞으로 진두지휘해나갈 KT의 경영방향으로 기적의 급성장 대신 내부 안정을 꾀하면서 차근차근 KT그룹의 성장에너지를 축적하는데 방점을 둔 비전을 제시했다. 지난달 30일 취임한 후 8일만에 열린 기자회견이다.

김대표는 이날 "짦은 시간에 실적을 내는 것을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차곡차곡 근본적인 성장에너지를 쌓아나가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의 이런 기조는 기자간담회 내내 이어졌다. 그는 "주주들은 주가가 계속오르는 것을 최고의 가치로 평가하는데 주가상승은 외형적 매출성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주가는 원래 미래 성장잠재력이 커야 오르는 법"이라고 설명했다.  

김대표는 그간 일각에서 제기돼온 대규모 구조조정과 인력감축 혹은 개편에 대해서도 "적절한 시점에 하겠다"며 선을 그었다.

김대표는 "통상 수준의 인원 교체 내지 해임, 신규 채용이 있겠지만 옛날 CEO가 한 것처럼 몇천 명의 인위적 구조조정은 현재로서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대규모의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감행해야 하는 그런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규모 인력 개편은 연내에 실시하지 않고 업무를 파악한 뒤 내년 이후로 이월시켜 업무파악이 완벽해진 뒤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임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그는 연말 정기인사와 관련해서도 "여러가지 문제를 걷어내고 KT인들이 마음을 합쳐 함께 출발하는 시발점으로 잘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올해 통상의 인사, 통상의 구조조정만 하고 대규모 구조조정은 안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대표는 KT그룹의 경쟁력 강화방안으로 추진하게 될 M&A전략과 관련해서는 "마구잡이로 회사가 커지는 방향의 M&A는 하지 않을 것"이라며 "KT를 건실한 회사로 만드는 방향으로 M&A전략을 추진하겠다"는 전략을 공개했다.  그는 이와관련 "1+1=2와 같은 셈법이 아니라 (2*2와 같은) 곱셈식 시너지가 나는 방향으로 인수합병정책을 추진하겠다"고도 했다.

김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 앞서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막을 올린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 '모바일360 아시아태평양'(M360 APAC) 콘퍼런스 기조연설자로 참석해 국내 통신사업자들이 독점적인 서비스를 통한 수익에 만족하는 동안 "빅테크 기업들은 통신사업자(텔코)가 구축한 인프라에 메신저, OTT, 자율주행, 인터넷 금융 등 혁신 서비스를 내놔 디지털 생태계의 주인이 됐다"고 진단했다.

김 대표는 이런 상황의 극복방안으로 "클라우드, AI(인공지능), 자율주행 등 빅테크 기업들이 주도하는 영역에서 대등한 IT 역량을 축적하고, 아직 초기 단계인 스마트시티, 메타버스, 디지털 헬스케어, 에너지 등 영역에서 주도권 확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위해 통신망부터 준비하는 '인프라 퍼스트'의 접근이 아닌 고객 경험을 극대화하는 서비스를 선제적으로 발굴해 제시하는 '디지털 서비스 퍼스트'의 접근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M360이 국내에서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KT가 공식 후원사를 맡은 이 행사는 GSMA가 매년 모바일 산업 현안에 관해 유럽, 남미, 아프리카, 아시아 등 대륙별로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의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다.

김대표가 이날 제시한 통신사업자의 변신방향은 기자회견의 질문으로도 이어졌다. 김대표는 포스코가 신사업으로 선택한 2차전지와 같은 획기적인 신사업 구상이 있느냐는 질문에 "포스코 사례는 제조업체가 제조업을 신사업으로 확장한 것"이라며 "IT, CT, 소프트웨어가 강점인 KT는 텔코에 IT를 접목해 ICT영역 고도화에 집중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그는 이어 "그게 바로 그동안 KT가 추진해왔던 '디지코(디지털 플랫폼 기업)'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여 앞서 구현모 전 사장체제에서 채택돼 추진해왔던 ‘디지코’전략도 승계발전할 것임을 시사했다.

김대표가 제시한 조직 화합과 안정론은 사자성어 한문장으로 압축됐다. 한학에 조예가 깊다는 김대표에게 KT의 현재를 사자성어로 압축해 달라는 질문에 그는 '공제창해(共濟滄海)'를 제시하며 "함께 넓은 바다를 건너간다는 뜻"이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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