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다혜 기자
  • 입력 2023.09.12 19:23
지난 11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 수산시장에는 수산물을 구입하려는 손님을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다. (사진=김다혜 기자)
지난 11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 수산시장에는 수산물을 구입하려는 손님을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다. (사진=김다혜 기자)

[뉴스웍스=김다혜 기자] “온누리 상품권 환급행사가 끝나니 그나마 오시던 손님들도 발길을 끊었어요. 이 정도면 추석 이후부터 심각해질 것 같습니다.”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가 원전에서 흘러나온지 2주가 흐른 지난 11일 오전, 서울 동작구에 소재한 노량진 수산시장에는 차분함만 가득했다.  추석을 불과 2주가량 앞둔 ‘대목’의 분위기를 느낄 수 없었다. 

오가는 손님 없이 한껏 가라앉은 분위기에서 그나마 시장의 활력을 돋우는 것은 낯선 외국어였다. 중국인 관광객을 비롯한 외국인 관광객들이 간간이 대게와 랍스터를 구매하고 있었다. 

노량진에서 20년 넘게 자리를 지킨 60대 상인 A씨는 방류 이후 수산물 시장 내 분위기를 묻자 “장사가 잘되는지 안되는지 물을 것도 없다”며 “지금 눈앞에 보이는 손님이 있느냐”고 되물었다. A씨는 “추석을 앞두고도 손님이 이 정도로 없는데 추석 이후가 더 걱정”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오염수 방류 직후인 지난달 24일부터 27일간 노량진 수산시장의 소매점 매출은 방류 이전보다 14.6% 늘었고, 노량진 식당 매출은 21.2% 증가했다. 오염수 방류 이후 오히려 수산물 판매가 늘어났다는 발표였다. 그러나 A씨는 ‘반짝 효과’에 불과하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는 “손님 대부분이 ‘온누리 상품권 환급행사’로 방문하거나 오염수 방출 전에 수산물을 미리 구매하려는 손님들”이라며 “환급행사가 끝나면 그나마 오던 손님들도 찾지 않을 것 같다”며 오염수로 인한 소비 위축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더욱이 손님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매일 방사능 검사를 실시하고, 원산지 표기를 잘 보이게 하려고 애를 쓰지만 역부족이라는 반응이다.

“아무리 과학적인 방법을 들고 안전을 얘기해봤자 소용없다”며 “서울시의 식용 수돗물 ‘아리수’도 마셔도 되는 깨끗한 물이라는 사실을 알아도 막상 식수로 먹는 사람이 몇이나 있겠냐”며 이미 소비자들의 마음 한 켠에는 불신이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서울 중구의 한 대형마트 수산물 코너 판매대 위에는 '국내 수산물은 안전하다'며 소비자들을 안심시키는 안내문을 볼 수 있었다. (사진=김다혜 기자)
지난 11일 서울 중구의 한 대형마트 수산물 코너 판매대 위에는 '국내 수산물은 안전하다'며 소비자들을 안심시키는 안내문을 볼 수 있었다. (사진=김다혜 기자)

대형마트도 예외는 아니었다. 서울 중구의 한 대형마트 수산물 코너에는 ‘건강한 수산물’을 판매한다는 안내 방송이 울려 퍼졌다. 안내 방송만으로는 부족하다 싶었는지 판매대 위에는 ‘일본산 수산물 미취급 안내’, ‘방사능 검사 체계 안내’, ‘사전 비축 수산물 판매 안내’, ‘수산물 방사능 검사 결과’ 등의 안내판이 가득 놓여있었다.

연신 방사능 검사 결과표를 확인하다 국내산 삼치를 내려놓은 50대 주부 B씨는 “집안에 어른들이 계셔서 육고기 대신 생선을 자주 구매해왔다”며 “방사능 검사 결과를 확인해도 혹시 모른다는 생각에 선뜻 손이 안 간다”고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또한 대형마트 직원들마다 기자의 취재에 경계의 눈빛을 숨기지 않았다. 수산물 판매 추이가 어떠냐는 물음에 정해진 매뉴얼로 입을 맞췄다는 듯 알쏭달쏭한 답변으로 일관했다. 행여나 수산물 판매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는 뉴스가 들불처럼 번지면 추석 대목을 통째로 날릴 수 있다는 우려다. 

이러한 현장 분위기와 달리 관련 업계는 오염수 방류 이후 수산물 매출이 오히려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홈플러스는 지난달 10일부터 31일까지 진행한 추석 선물 세트 예약판매에서 판매된 수산물 선물 세트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49%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마트의 수산물 선물 세트 매출도 같은 기간 약 11%, 롯데마트의 수산물 선물 세트 매출도 35% 각각 증가했다고 밝힌 바 있다. 수산물 할인 행사 등 정부와 민간이 합심한 판촉행사가 일시적인 효과를 낸 것으로 보인다.

지난 11일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의 한 수산물 가게에 굴비, 동태포, 대하 등이 진열되어 있다. (사진=김다혜 기자)
지난 11일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의 한 수산물 가게에 굴비, 동태포, 대하 등이 진열되어 있다. (사진=김다혜 기자)

전통시장이 가장 붐비는 오후 4시, 이번엔 발길을 돌려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을 찾았다. 추석 연휴를 2주 앞두고 시민들이 분주히 오갔다. 시장 곳곳에는 제사상에 올라갈 제수용품부터 한과와 과일, 밤 등이 즐비했다. 생선가게 매대에도 제사상에 올릴 굴비와 조기가 가득했지만, 손님들의 시선은 파란색 매직으로 투박하게 적은 원산지 표기로 향했다.

망원시장에서 3대째 36년 동안 생선 장사를 이어온 C씨는 “어제 엄마 손을 잡고 온 아이가 ’이제 우리 이런 거 먹으면 암 걸려, 저거 암 덩어리야’라고 말하더라”며 “우리가 사람 죽이는 장사를 하겠냐”며 속상한 마음을 토로했다.

매일 방사능 검사를 해도 손사래부터 치는 손님들의 반응은 비수처럼 날아든다. C씨는 “저번에는 젊은 딸과 함께 온 손님이 구매한 수산물을 환불해달라고 하더라“며 “최근 알고 지낸 도매 사장님 중에는 물건(수산물)을 크게 떼어 왔다가 판매 부진에 빚까지 크게 지자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들었다. 이런 말을 들으면 무력감을 넘어 우울감마저 느낀다“고 말했다.

안타깝게도 인터뷰를 진행하는 20분 동안 상인 C씨의 생선 가게를 찾는 손님들의 발걸음은 없었다. 오염수 방출 이후 수산물 소비가 늘어났다는 정부 발표가 나왔지만, 현장의 냉랭한 분위기는 이러한 통계와 거리감이 있다. 소비자들의 우려를 반전시키기 위한 후속 대책이 절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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