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3.09.13 17:27

약 2시간 확대·단독회담 이후 결과 비공개…크렘린궁 "양측 '공개하면 안 되는 민감한 영역'서 협력"

지난 9월 13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콤소몰스카야프라우다 캡처)
지난 9월 13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콤소몰스카야프라우다 캡처)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3일 러시아 아무르주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2019년 4월 이후 4년 5개월 만에 다시 만났다. 푸틴 대통령은 북한에 인공위성과 미사일 기술 제공 의사를 강력히 시사했고 김정은은 "반제·자주 전선에 러시아와 함께 있겠다"고 화답했다.   

북한은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에 재래무기를 지원하고 러시아는 첨단 군사기술을 건네는 거래에 합의한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과 러시아의 공개적인 군사 협력은 1991년 구 소련 붕괴이후 처음 재개되는 것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서 핵무기 개발에 앞장섰던 북한을 제재하는데 찬성했던 러시아가 우크라아나 전쟁 장기화로 어려움에 처하자 우군인 북한을 돕겠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 주목된다. 안보리 체제를 스스로 무너뜨리고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서 균열을 일으키려 한다는 비판을 받게 됐다.

리아노보스티와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은 김정은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우주기지 시찰 중 북한의 위성 개발을 도울 거냐는 현지 매체 기자 질문에 "그래서 우리가 이곳에 온 것"이라며 "북한 지도자는 로켓기술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고 우주 기술 개발을 시도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군사 기술 협력 논의 여부엔 "모든 의제를 다룰 것이다. 시간이 있다"며 말을 아꼈다.

두 정상은 이날 오후 1시경 만나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를 시찰한 뒤 오후 2시30분경부터 소유스-2 우주 로켓 단지 기술 사무소 1층 회의실에서 회담을 시작했다.

푸틴 대통령은 모두 발언에서 "이번 회담은 특별한 시기에 진행된다"며 "북한은 최근 북한 정권 수립 75주년, 전승절(정전협정일) 70주년, 북러 수교 75주년을 맞았다"고 덧붙였다. 특별히 전승절(정전협정일) 70주년과 관련해선 한국전쟁 당시 소련이 북한을 지원한 점을 언급했다. 

이어 "세계 최초로 북한 주권과 독립을 인정한 나라가 바로 우리라는 점을 상기하고 싶다"며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고 피력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러시아 영토에 도착하자마자 우리 대표단은 따뜻함과 환대를 느꼈다"며 "특별한 시기에 러시아를 방문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북한의 최우선 순위는 러시아와의 관계"라며 "북한 대표단은 우주 강국으로서 러시아의 현재와 미래를 직접 볼 수 있었다"고 추켜세웠다.

특히 "이번 회담이 양국 관계를 새로운 단계로 격상시킬 것으로 확신한다"며 "정치, 경제, 문화 등 발전시킬 과제가 많이 있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북한은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 정부가 취하는 모든 조치를 무조건 지지한다"며 "러시아는 자국 안보를 보호하기 위해 신성한 투쟁에 나섰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양국이 제국주의에 맞서고 주권 국가를 건설하기 위해 항상 함께 싸우길 바란다"고 피력했다. 

북러 정상의 회담은 9분간 공개된 뒤 비공개로 전환됐다. 푸틴 대통령이 통역을 포함해 3분30초 가량 발언했으며, 김 위원장이 5분30초 가량 말했다.

두 정상 모두 검은색 정장과 흰색 셔츠를 입었다. 푸틴 대통령은 버건디색, 김 위원장은 은백색 넥타이를 착용했다. 양국 국기를 배경으로 나란히 앉았으며, 사이 테이블은 밝은색 장미와 국화로 꾸며졌다.

김정은과 푸틴 대통령은 양측 대표단이 배석한 확대 회담을 약 1시간 30분 동안 진행한뒤 일대일 단독회담을 30분 가량 이어갔다. 양측은 이날 회담이후 성명서를 발표하거나 기자회견을 갖지 않았다. 구체적 내용도 공개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크렘린궁은 "양측은 '공개하면 안 되는 민감한 영역'에서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 대표단에는 박정천 당 군정지도부장, 최선희 외무상, 강순남 국방상, 오수용·박태성 중앙위원회 당비서 등이 포함됐다.

러시아 측에선 마라트 후스눌린 및 알렉세이 오베르추크 부총리와 데니스 만투로프 부총리 겸 산업통상부 장관,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장관,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 비탈리 사벨리예프 교통장관 등이 참석했다.

회담에 앞서 푸틴 대통령은 우주기지 시찰 중 군사 기술 협력도 논의되는지 질문에 "모든 의제를 놓고 논의할 예정"이라고 답변했다.  그는 회담이 열리는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를 가리키며 "(우주) 산업이 이곳에서 어떻게 발전하고 있는지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북한과의 정상회담 의제에 대해선 "경제 협력과 인도주의적 문제, 지역 정세에 관해 얘기할 필요가 있다"고 에둘러 말했다.

회담과 관련,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양국 정상이 양자 관계 및 협력, 무역·경제 관계, 문화 교류와 관련된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민감한 영역에 관해서도 논의할 수 있으며, 어떤 의제가 오갈지는 공개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영국 BBC는 12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긴밀한 관계를 통해 서로 이익을 기대하고 있지만 정확히 '브로맨스'는 아니라고 분석했다.

BBC는 "두 지도자는 공통점이 많고, 긴밀한 관계를 통해 서로 이익을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선 러시아로선 우크라이나 전쟁 중에 북한이 소중한 군수품 공급원이 될 수 있다.

보리스 옐친 전 러시아 대통령 시절 외무장관을 지낸 안드레이 코지레프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하고 개발이 덜 된 국가에 포함되는 북한에서 무기를 구한다면 러시아로선 굴욕"이라며 "강대국은 동맹이나 군수물자를 구하려 북한에 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으로서는 식량난 완화를 위해 러시아에 인도적 지원을 바라는 것은 거의 확실하고, 인공위성과 핵잠수함을 포함한 군사 목적 첨단 기술을 바란다는 추측이 나온다고 BBC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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