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상우 기자
  • 입력 2023.09.14 13:50

서울시, 자치구별 공공급식센터 '서울시친환경유통센터'로 연내 일원화

서울시는 내년 1월부터 공공급식 체계를 전면 개편한다. (사진제공=서울시)
서울시는 내년 1월부터 공공급식 체계를 전면 개편한다. (사진제공=서울시)

[뉴스웍스=김상우 기자] 식자재 유통업계가 정부의 공공급식 개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간 공공급식은 최저가 낙찰과 중간 유통업체가 입찰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수익성이 낮은 시장이었던게 사실. 그러나 정부 주도의 공공급식 개편이 탄력을 받고 있어 이전과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시는 자치구별로 운영한 공공급식센터를 서울시친환경유통센터 한곳으로 묶겠다고 발표했다. 올해 하반기까지 일원화 작업을 끝마쳐 내년부터 본격 운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시의 이번 개편 작업은 공공급식 예산의 효율적 집행을 목적으로 한다. 기존에는 12개 자치구마다 개별 공공급식센터를 통해 식자재를 공급받았다. 이러한 방식은 물류비와 인건비 중복 등 비효율적 지출을 발생시켰고, 더 나아가 식재 품목의 다양성 훼손과 품질 문제라는 악순환까지 불러왔다는 진단이다. 시는 공개적으로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 비영리법인 등이 1500여 곳 어린이집의 식재 공급을 독점하면서 중간유통업체가 폭리를 취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구종원 서울시 평생교육국장은 “민간단체를 통한 위탁운영과 사업비로 600억원이 넘는 예산이 들어갔음에도 품질‧가격‧안전성 문제가 지속 불거졌다”며 개편 작업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앞서 시는 ▲직거래 방식의 선순환 유통구조 확립 ▲유통비 절감에 따른 식재료의 적정한 가격 구매 ▲농가에게 안정적인 판로를 제공해 농촌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겠다는 취지로 지난 2017년부터 ‘도농상생 공공급식 지원사업’을 벌였다. 이러한 취지가 크게 퇴색되자 기존의 판을 갈아엎고 일원화 작업에 나선 것이다.

지난 7일 강원 춘천의 한 고등학교에서 급식 제품으로 납품된 햄 제품에 돼지 지혈제 성분이 나와 납품업체인 춘천먹거리통합지원센터에 넘기는 일이 발생했다. (사진=뉴스1)
지난 7일 강원 춘천의 한 고등학교에서 급식 제품으로 납품된 햄 제품에 돼지 지혈제 성분이 나와 납품업체인 춘천먹거리통합지원센터에 넘기는 일이 발생했다. (사진=뉴스1)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개편 작업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개편 작업이 마무리되고 실행에 들어간다면 국내 주요 식자재 유통업체들에게 상당한 기회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서울시의 일원화 작업은 표면적으로 공공급식의 예산 절감이라는 의미가 있지만, 핵심은 관련 예산을 온전히 급식 질 개선에 사용하겠다는 것”이라며 “가격경쟁력 확보와 상품 구색을 갖추기 위해선 식자재 유통업체들과 손발을 맞출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일원화 작업을 통해 공공급식 식자재 유통의 고질병으로 지목된 ‘최저가 입찰’과 중간유통업체를 낀 ‘간접 납품’까지 개선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주요 식자재 유통업체들은 학교급식 식자재 납품을 직접 못하고 대리점을 통한 간접 조달에 나서고 있다. 이는 학교급식에 지역농산물을 우선 구매하도록 장려하는 지방자치단체 조례(학교급식 조례 등)에 근거하기 때문이다.

즉 지방자치단체 조례에 부합하는 학교급식조달사업자가 농가를 비롯한 식자재 유통업체로부터 물품을 사들여 학교에 납품하는 방식이다. 이는 중간유통업체를 유통과정에 참여시키면서 발생 수익을 나눠 먹는 구조로 만들고 있다.

더욱이 식자재 유통업체들은 최저가 납품 조건을 맞추고자 학교급식 납품 제품은 일부 제품보다 품질을 낮추고 있다. 예컨대 학교급식에 햄을 납품한다면, 일반 햄보다 고기 함량이 적은 햄이 들어간다. 최저가 입찰과 중간 유통업체까지 낀 구조에서 이익을 남기기 위한 업체들의 불기피한 선택이다.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담당하고 있는 공공급식전자조달시스템. (사진=aT 홈페이지 캡처)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담당하고 있는 공공급식전자조달시스템. (사진=aT 홈페이지 캡처)

한편에서는 학교급식 조달시스템도 이번 기회에 개선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학교급식 조달은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운영 중인 ‘공공급식전자조달시스템’과 조달청의 ‘나라장터’ 두 군데가 맡고 있다. 이용이 가장 많은 aT의 공공급식전자조달시스템은 지난해 기준으로 3조8000억원대의 거래가 이뤄졌고, 이를 이용한 일선 학교는 1만곳 이상으로 알려졌다.

aT는 과거 국회 국정감사에서 학교와 업체 양측에게 받는 거래수수료 문제와 위장업체 부정입찰 등의 문제가 불거졌으며, 올해 4월 조달청 나라장터에서는 ‘유령업체’를 만들어 수년 동안 60억원 이상의 학교급식 식자재 입찰을 따낸 업체들이 법원으로부터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공공급식의 가용 예산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한다면 학교급식에도 랍스터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규모의 경제를 갖춘 식자재 유통업체들이 랍스터를 가장 싼 시기에 대량으로 구매, 이를 직거래 납품할 수 있다면 학교급식 공급이 충분히 가능할 것”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학교급식은 오랫동안 무상급식과 같은 정치적 이해타산의 도구로 변질돼 급식 질 개선이 요원했다”며 “군급식이 비슷한 문제를 이어오다 올해부터 군납 식자재 시장을 부분 개방한 것처럼, 공공급식 시장도 전면 개방이 이뤄지는 시장 논리가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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