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광종기자
  • 입력 2016.08.04 11:30
머리를 땋은 어린 사내의 모습을 그린 동양화다. 이렇게 땋아 뿔처럼 생긴 머리 모습을 두고 생긴 이름이 총각(總角)이다. 헤쳐 있는 것을 한 데 모아 종합적으로 그를 관리하는 일 또는 직함이 바로 총리(總理)다.

대한민국 총리 자리에 누가 오를지는 늘 관심거리다. 강력한 권력의 대통령 바로 밑에 있는 사람이어서, 흔히는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라고 하지만 실제 권한이 크질 않아 그저 ‘얼굴 마담’ 정도로 치부하는 경우도 많다. 그럼에도 정국의 주요 풍향을 가늠할 수 있는 인선인 셈이어서 사람들은 이에 주목한다.

총리는 내각의 제반 업무를 관리하는 사람이다. 따라서 비록 형식적이기는 할지라도 오래 비워둘 수만은 없다. 그러나 국회 청문회를 거치다가 중도에 낙마하는 경우가 많아 늘 누가 그런 바람 찬 총리 자리에 오를 것인가를 두고 관심이 모아진다.

총리(總理)라는 단어의 앞 글자인 總(총)은 실을 뜻하는 糸(멱 또는 사)에 悤(총)을 덧붙였다. 뒤의 悤(총)은 금문(金文) 등의 흔적을 따지면 머리를 다듬는 모습이라는 설명이 있다. 따라서 이 글자는 초기 쓰임에서 ‘머리를 매만져 실 등으로 묶다’는 뜻일 테다.

우리 쓰임새도 많은 총각(總角)이라는 단어가 좋은 예다. 머리카락을 잘 매만진 뒤 끈 등으로 묶어 올린 사람의 머리 모습을 가리킨다. 어린 시절을 보내고 성년(成年)으로 향하는 무렵의 소년이 머리를 단정히 말아(總) 동물의 뿔(角) 모양으로 올린 꼴이다. 따라서 총각(總角)은 성년, 또는 혼인을 이루기 전의 젊은 청년을 가리키는 단어였다.

總(총)은 그로써 ‘묶다’ ‘모으다’ ‘전체’ ‘모두’의 의미를 얻었다. 그러나 이 글자가 ‘총리(總理)급’으로 격상한 이유는 조금 엉뚱하다. 오래 전에 있었던 글자 조합은 아니다. 서양 제국의 동점(東漸), 그에 따른 동양사회의 대응이라는 긴박함 속에서 만들어진 단어다. 처음 출현은 중국이라고 볼 수 있다. 아편전쟁이라고 불리는 서양 제국의 혹독한 공격을 겪은 뒤 청나라가 주도적으로 만들었던 기관의 명칭이다.

총리아문(總理衙門), 또는 총리각국사무아문(總理各國事務衙門) 등 제법 긴 명칭의 관청 이름에서 나왔다. 총리(總理)는 모두(總)를 살피며 헤아린다(理)는 엮음이다. 아문(衙門)은 일반적으로 관청 자체를 일컫는 말이다. 따라서 총리아문(總理衙門)은 ‘모두를 이끄는 관청’, 뒤의 총리각국사무아문(總理各國事務衙門)은 각 나라(各國) 업무(事務)를 모두(總) 관리(理)하는 관청이다.

천하의 중심이라고 자부심만 내세웠던 청나라가 서양 제국의 ‘뜨거운 맛’을 보고 난 뒤 대외 업무의 필요성을 인식해 만든 관청이다. 요즘 맥락으로 따지자면 외교 업무를 모두 이끄는 관청, 즉 외교부에 해당할 것이다.

나중 들어 일본이 총리대신(總理大臣)이라는 직함을 만들었고, 그 맥락에 따라 지금까지 이어져 내각을 이끄는 총리라는 단어로 자리를 잡았다. 總(총)으로 조합을 이루는 글자는 제법 많다. 총괄(總括), 총무(總務), 총통(總統), 총론(總論), 총독(總督), 총량(總量) 등의 낱말이 그로써 만들어졌다.

대통령(大統領)은 글자 조합으로만 본다면 모두(統) 이끄는(領) 사람 중에서도 최고(大)다. 그러나 말뜻으로 볼 때 총리(總理)도 ‘모두 이끄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런지 대통령 밑의 총리는 잘못하면 ‘있으나 마나’한 자리로 전락하기 쉽다.

이 기회에 ‘총리’라는 직함 바꾸는 게 어떨까. 재상(宰相), 수상(首相)도 떠오르나 옛날 냄새 때문에 마땅치 않다. 내각총괄(內閣總括) 어떨까. 글자가 어렵다. 이래저래 후보 인선에 더해 직무(職務)와 직함(職銜) 깨끗이 규정하기가 어려운 자리가 대한민국 총리다.

 

<한자 풀이>

總 (다 총, 합할 총): 다. 모두. 내내. 늘. 언제나. 줄곧. 주요한. 총괄적인. 지도적인. 우두머리의. 합하다. 종합하다. 총괄하다. 거느리다. 모으다. 묶다. 매다.

理 (다스릴 리, 다스릴 이): 다스리다. 다스려지다. 깁다(떨어지거나 해어진 곳을 꿰매다) 수선하다. 깨닫다. 의뢰하다. 사리. 도리. 이치(理致). 매개. 거동. 나무결.

衙 (마을 아, 갈 어): 마을. 대궐, 궁궐. 관청, 관아. 소리의 형용. 모이다. 참알(參謁)하다. 가다 (어).

 

<중국어&성어>

总(總)而言之 zǒng ér yán zhī: “종합해서 말하자면~”에 해당하는 성어 식 표현이다. 옛 문장, 즉 문언(文言)에서 자주 쓰이는 표현이 현대 중국인 입말에 옮겨와 정착한 형태다. 자주 쓰는 말이다.

总(總)角之交 zǒng jiǎo zhī jiāo: 총각 시절 사귀었던 친구, 또는 그 우정. ‘총각’은 본문 풀이에서 소개했다. 어린 시절의 친구, 우리식 표현인 ‘죽마고우(竹馬故友)’와 거의 같은 뜻의 성어다.

总(總)理 zǒng lǐ : ‘중국 국무원 총리’를 줄인 호칭이다. ‘중국 총리’라고도 한다. 공산당 서열 2~3위급 인물이 주로 오르는 자리다. 지금의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당 서열 2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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