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웍스=김다혜 기자] 햄버거 1인당 평균 객단가가 1만원을 돌파했다. 2만원 이상 비중도 두 배 이상 늘어나면서 햄버거는 싸고, 빠르게 먹을 수 있는 음식에서 고급스러운 한 끼로 바뀔 태세다.

최근 한국소비자원이 올해 1월 이후 국내 프랜차이즈 햄버거 브랜드(노브랜드 버거, 롯데리아, 맘스터치, 맥도날드, 버거킹, KFC) 6개를 이용한 소비자 18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1인 평균 햄버거 주문 비용이 1만700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17년 조사와 비교할 때 크게 오른 액수다. 2만원 이상 주문한 비중은 3.0%에서 8.1%로 두 배 이상 증가했으며, 1만∼2만원 주문 비중은 40.3%에서 44.9%로 5.1%포인트 늘었다. 반면 1만원 미만 주문 비중은 약 10%포인트나 쪼그라들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버거 시장 규모는 2020년 2조9600억원에서 지난해 4조원 규모로 대폭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는 5조원 규모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햄버거 시장의 이러한 객단가 인상과 규모 증대는 프리미엄 버거 브랜드들의 앞다툰 시장 진출과 무관치 않다. 지난 6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3남인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은 미국 수제버거 브랜드 ‘파이브가이즈’를 1호점을 열었다. 오픈 이후 3개월이 다 돼가지만, 하루 평균 2000개의 햄버거가 판매될 정도로 성황을 이루고 있다. 인기에 힘입어 오는 10월 서울 여의도 더현대 서울에 2호점을 낼 예정이다. 

국내 프리미엄 버거 시장은 SPC의 ‘쉐이크쉑’이 2016년 첫선을 보이면서 경쟁이 본격화됐다. 쉐이크쉑은 진출 초기 비싼 가격 때문에 ‘반짝 인기’에 그칠 것이란 예상도 나왔지만, 프리미엄 버거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수요를 견인하며 연평균 25%의 매출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앞서 2025년까지 25개의 매장을 오픈한다는 계획은 7년 만에 조기 달성으로 이어졌다. 

쉐이크쉑의 성공에 bhc그룹은 지난해 말 ‘슈퍼두퍼’를 선보이며 프리미엄 버거 시장에 도전했다. 강남 1호점과 홍대 2호점 등 매장 확대가 순차적으로 이뤄지며 조기 안착에 성공했다. 최근에는 현대그린푸드도 미국 햄버거 브랜드 ‘재거스(Jaggers)’를 국내에 입점시킬 계획이라 밝혀 프리미엄 버거 경쟁자는 더 늘어날 조짐이다.

이들 프리미엄 버거는 평균 객단가가 1만원을 가볍게 넘긴다. 인기 메뉴를 기준으로 파이브가이즈의 버거 단품 가격은 9900~1만7400원이며, 세트로 주문할 경우 3만원 이상으로 껑충 뛰어오른다. 쉐이크쉑도 버거 단품 가격 6800~1만5400원, 세트로 구성을 바꾸면 2만원을 가뿐히 넘긴다.

프리미엄 버거의 영향에 기존 프랜차이즈 햄버거 브랜드도 객단가를 올리는 중이다. 버거킹은 지난달 100% 한우 패티를 내세운 ‘오리지널스 페퍼잭’을 출시했다. 오리지널스 페퍼잭 더블 버거 단품 가격은 1만4800원, 세트는 1만7500원을 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햄버거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수도권에 국한하지 않고 지방에서도 잘 팔릴 수 있게 가성비를 최우선으로 챙기는 가격 전략을 고수했다”며 “해외에서 건너온 프리미엄 햄버거 브랜드들이 시장 흥행성을 입증하면서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는 동시에 국내 햄버거 시장의 파이를 키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제물가 비교사이트 글로벌프로덕트프라이스닷컴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맥도날드 ‘빅맥’ 가격 순위는 34위(5.85달러)다. 1위는 스위스(15.64달러)로, 이는 프리미엄 버거 가격과 비슷한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