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09.22 14:12

국내 OTT콘텐츠 다 받는 '공동 플랫폼' 구축 방안 거론

원스토어 로고(사진제공=원스토어)
원스토어 로고(사진제공=원스토어)

[뉴스웍스=정승양 대기자]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 동영상서비스(OTT)의 공세에 맞서 난국에 빠진 국산 OTT 플랫폼들의 생존모델로  ‘원스토어’ 모델이 재부상하고 있다.

특히 한국 콘텐츠가 국내 시장과 아시아 시장을 넘어 전세계에서 수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에서는 경쟁하고 글로벌 시장에서는 단일창구로 힘을 모으는 ‘수출용 원스토어 방식’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앞서 구글의 구글플레이, 애플의 앱스토어가 국내 앱 시장을 장악해 들어오자 T스토어(SK텔레콤)·올레마켓(KT)·U+스토어(LG유플러스)등을 운영하던 통신3사는 2015년 6월 개별 앱마켓을 ‘원스토어’로 통합하는 승부수를 던진 전례가 있다. 

22일 OTT업계에 따르면 국내 OTT시장은 글로벌 1위 넷플릭스가 시장을 독주하는 가운데 2위 자리를 놓고 국내외 OTT 업체들의 각축 구조로 전개되고 있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와이즈앱)가 분석한 지난 5월 기준 국내 OTT 앱 설치자는 3301만명(중복 사용자 제외)에 달했다. 1위는 넷플릭스(1198만명)에 이어 쿠팡플레이(466만명), 티빙(417만명), 웨이브(301만명), 디즈니플러스(204만명), LG유플러스의  LGU+모바일TV(139만명), 왓챠(89만명), SK브로드밴드 모바일 BTV(63만명) 순이다. 

이들 8대 OTT 가운데 넷플릭스, 쿠팡플레이, 디즈니+를 외국계 3대 OTT로 분류할 수 있다. 반면 CJ그룹 계열 티빙, SK텔레콤과 지상파 3사가 합작한 웨이브, LGU+모바일TV 스타트업으로 출발한 왓챠, 모바일 BTV는 토종 5대 OTT로 구분될 수 있다.

각개전투로는 글로벌 공룡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불붙은 토종 OTT통합론은 지난 2020년 중순부터 본격화됐다. 당시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은 그해 8월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된 국내 OTT사와의 간담회 직후 낸 성명에서 “넷플릭스 등 해외 OTT의 성장이 가속화되는 시점에 가장 중요한 것은 국내 사업자 간 제휴와 협력”이라고 강조했다. 

토종 OTT들이 경쟁력있는 콘텐츠를 개별 플랫폼에 가두는 전략으로는 넷플릭스를 이길 수 없다는 얘기다. 

3년이 지났지만 토종 5대 OTT 가입자를 다 합해도 가입자 숫자는 1009만명에 불과하다. 반면 1위 넷플릭스는 국내에서 2위 쿠팡플레이의 약 2.5배 수준의 큰 격차로 앞서고 있다. 특히 올 1분기 기준 전세계 유료가입자는 2억3250만명으로 집계됐다. 

결국 더 큰 대형 딜의 필요성은 지속해서 나오고 있고 8년전 ‘원스토어’ 모델이 다시 소환되고 있는 것이다. 원스토어 출범 당시에도 앱마켓 글로벌 강자인 구글 플레이, 애플 앱스토어에 맞서는 'K-앱마켓'을 기치로 토종 앱마켓의 경쟁력을 키워내자는 통신3사 공감대가 있었다. 네이버까지 합류한 원스토어가 출범하기 전 국내 앱 장터 시장은 2014년 매출액 기준 구글플레이 52%, 애플 앱스토어 31%로, 국내 3사는 합쳐서 13%에 불과했다.

우리 뿐 아니라 해외 각국도 넷플릭스에 맞서 기존 OTT들이 서로 합치는 사례들을 내놓고 있다.

미국의 미디어그룹 WBD는 그동안 따로 운영해온 자사 OTT 서비스 ‘HBO맥스’(가입자 7400만명)와 ‘디스커버리플러스’(2000만명)를 통합해 지난 5월부터 거대 OTT ‘맥스’를 내놓으며 1억명 가입자 통합 OTT를 기반으로 넷플릭스를 추격하겠다고 나섰다. 

앞서 3월 일본 유선방송사업자 ‘유센’은 자사 OTT ‘U-NEXT’에 경쟁 OTT인 ‘파라비’를 흡수합병해 라인업을 강화했다. 

하지만 힘을 모으는 게 필요해도 인수·합병(M&A)을 통한 토종 통합론에 각종 변수들이 등장하고 있다. 복잡한 주주구성과 공정거래법상 지주사의 의무 지분 요건 등이 합병의 걸림돌들이다.

SK텔레콤 '옥수수'와 지상파 3사(KBS·MBC·SBS) '푹(pooq)'의 통합의 결과물로 탄생한 웨이브의 주주 구성은 SK스퀘어가 최대주주로 40.5%, KBS·MBC·SBS가 나머지 19.8%씩의 지분을 갖는 구조로 돼 있다. 티빙은 CJ ENM이 48.9%를 가진 최대주주지만 JTBC의 에스엘엘중앙(SLL중앙)과 KT스튜디오지니, 네이버도 각각 1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연합군 형태를 갖추고 있다.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라는 벽도 넘어야 된다. 게다가 SK그룹과 달리 미디어사업이 주력인 CJ그룹이 티빙을 포기하기란 어려운 선택이다. 

토종 OTT M&A는 ‘승자의 저주’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적자 기업끼리 합병해서 시너지가 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는 것이다. 

웨이브(2019년 –137억 원, 2020년 -169억 원, 2021년 –558억 원, 2022년 –1,217억 원)와 티빙(2020년 –61억 원, 2021년 –762억 원, 2022년 –1,192억 원)은 큰 폭의 마이너스 영업이익을 내왔고 올해도 반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통합 원스토어의 국내 앱 시장 점유율이 여전히 20% 미만에 머물러 있는 현실도 부담이다. 2021년 기준 구글플레이는 안드로이드 앱 마켓 시장에서 84.4%의 점유율을 기록한 것으로 추산된다. 애플 앱스토어는 앱 마켓 전체 비율로 보면 10%를 약간 상회하지만 iOS 앱 마켓 시장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 영향력은 점유율에 비해 더 크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국내 경쟁과 별개로 해외에 진출할 때만이라도 국내 OTT들을 묶은 단일 수출브랜드 플랫폼이 구축돼야 한다는 논리가 힘을 얻고 있다. 국내 OTT콘텐츠를 다 받는 하나의 공동 플랫폼을 구축해  해외 한류팬들을 한곳으로 불러내 묶어내자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수급된 콘텐츠를 전 세계 190개국, 2억명이 넘는 유료가입자에게 뿌리고 있다. 

하지만 이런 수출용 원스토어 모델도 성공여부는 불투명하다는 전망도 있다. 앱마켓에서 압도적 시장지배력을 가진 구글은 시장지배적 지위를 이용해 경쟁 앱 마켓을 견제해왔다.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결과 구글은 원스토어를 견제하기 위해 2016년 6월부터 2018년 4월까지 게임사들이 원스토어에 게임을 출시하지 못하도록 각종 조건을 내걸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구글플레이의 사례는 국내 통합 OTT에 대해 견제구를 날리게 될 넷플릭스의 데자뷔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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