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상우 기자
  • 입력 2023.10.03 14:00
한국계 미국인 음식 블로거 사라 안이 자신의 어머니와 함께 현지 대형마트인 '트레이더조'에서 판매하는 냉동 김밥인 'KIMBAP'을 먹어본 영상이 조회수 1300만회를 돌파했다.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한국계 미국인 음식 블로거 사라 안이 자신의 어머니와 함께 현지 대형마트인 '트레이더조'에서 판매하는 냉동 김밥인 'KIMBAP'을 먹어본 영상이 조회수 1300만회를 돌파했다.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뉴스웍스=김상우 기자] 국내 중소 식품업체가 만든 ‘냉동 김밥’이 미국에서 ‘대박’을 터뜨리면서 김밥 프랜차이즈의 현지 진출이 주목받고 있다.

냉동 김밥이 폭발적인 반향을 일으킨 만큼, 김밥 프랜차이즈의 현지 성공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관련 업계는 식재료 공급망 확보와 비싼 가격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현지 진출이 쉽지 않다고 난색을 보이고 있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 내 560여 개 매장을 운영하는 대형마트 '트레이더 조'에서 지난달부터 판매를 개시한 냉동 김밥이 한 달도 안 돼 모두 팔려나갔다. 초도 수출 물량은 250톤으로 알려졌으며, 트레이더조는 수십만 개의 김밥이 순식간에 동나자 해당 업체에 추가 납품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제품은 경북 구미에 본사를 둔 식품업체 ‘올곧’이 제조했다. 올곧은 지난 2020년부터 사업을 시작한 신생 업체지만, 김밥을 영하 45도에서 급속 냉동하는 설비를 구축하며 미국 수출에 성공했다. 급속 냉동으로 맛과 품질을 최대한 보존하고 유통기한을 늘린 것이다. 미국에서 팔리는 냉동김밥의 가격은 개당 3.99달러(약 5300원)다.

공교롭게도 한인 교포의 영상 콘텐츠가 인기를 끌면서 판매에 날개를 달았다. 해당 영상은 냉동 김밥을 데워 먹는 내용으로, 조회 수 1300만회를 최근 돌파했다.

일각에서는 이런 예상 밖 인기에 국내 김밥 프랜차이즈들이 미국 진출에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냉동 김밥 인기를 발판으로 시장 개척에 나선다면, 선점 효과와 더불어 ‘K푸드’의 위상을 한층 높여줄 것이란 기대감이다.

다만 업계 안팎에서는 미국 시장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김밥 프랜차이즈의 단순 진출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시각을 보여 주목된다. 김밥의 주재료인 단무지와 우엉 등은 미국 현지에서 대량 구매가 어렵다. 설령 이를 구매할 수 있어도 국내보다 비싼 값을 내야 한다. 여기에 국내보다 높은 인건비 등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경북 구미에 본사를 둔 식품업체 ‘올곧’이 미국에 냉동김밥 초도 수출을 기념해 임직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올곧)
경북 구미에 본사를 둔 식품업체 ‘올곧’이 미국에 냉동김밥 초도 수출을 기념해 임직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올곧)

이준수 오투스페이스 대표는 “해외 매장을 낼 때 가장 큰 고민거리는 안정적인 식재료 공급망 확보”라며 “공급망을 확보하더라도 현지 식재료의 이질적인 맛으로 한식 메뉴 고유의 맛을 내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밥 주재료인 햄과 맛살만 해도 국산은 식감이 쫀득하지만, 해외 식재는 전혀 그렇지 않다”며 “다수 해외 한식당이 김밥 메뉴를 내놓지 않는 이유도 이러한 문제에 직면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관련 식재료의 대량 공급이 가능한 ‘규모의 경제’ 형성이 현지 진출의 필수 조건이라는 설명이다. 이와 달리 동북아시아와 동남아시아 국가는 미국과 유럽보다 김밥 식재료를 쉽게 구할 수 있고, 인건비도 상대적으로 저렴해 김밥 프랜차이즈 진출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또한 냉동 김밥 인기가 장기간 이어질지가 미지수라는 시각도 있다. 김밥에 포함된 여러 식재가 형형색색을 띠는 미적인 요소를 갖춰 미국인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는 평가다. 향후 냉동 김밥의 자동화 설비 업그레이드와 함께, 제품 다양화를 이뤄내야 현지 소비자들의 구매가 꾸준히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냉동 김밥 인기 전에도 미국 시장에서 김밥이 판매되고 있었지만, 양념도 안 된 밥에 속 재료도 한참 적은 투박한 김밥이었다”며 “한국식 오리지널 김밥의 풍부한 식감과 미적인 요소가 기존 김밥과 큰 차이를 보이면서 현지 소비자들을 매료시켰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밥 프랜차이즈가 미국 현지에 안착하려면 시장이 활성화된 중식용 식재를 통해 한국 김밥의 고유한 맛을 어떻게 구현할지 연구해 봐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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