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명수 기자
  • 입력 2023.10.01 12:20

매카시 하원의장 '예산 동결 양보'로 민주당 전폭적 지지 얻어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과 공화당 소속인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 (사진=조 바이든·케빈 매카시SNS 캡처)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과 공화당 소속인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 (사진=조 바이든·케빈 매카시SNS 캡처)

[뉴스웍스=박명수 기자]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 정지)'을 3시간 앞두고 미국 하원과 상원이 30일(현지시간) 45일짜리 임시예산안을 전격처리했다.  

오는 11월 17일까지 45일간 정부 지출을 현 수준으로 유지하되 공화당내 반대가 많은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은 빼고 조 바이든 대통령이 요구한 재난지원 예산 160억달러는 포함됐다.

극적으로 미국 연방의회 문턱을 넘어선 임시예산안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 오는 11월 17일까지 정부에 예산을 지원하게 된다.  

다만 45일 동안 2024회계연도 예산안이 처리되지 않을 경우 연방정부 공무원은 강제로 무급휴가에 들어가고 현역 및 예비역 군인들도 무보수로 일하게 되는 정부 폐쇄 위기가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AP통신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미 상원은 이날 오후 8시께부터 본회의를 열고 하원에서 넘어온 임시예산안에 대한 표결을 진행했다. 오후 9시를 조금 넘긴 시각에 찬성 88표, 반대 9표로 통과됐다.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상원의 트레이드마크였던 초당적 정신이 승리했다"며 "미국 국민들은 일단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에 앞서 미 하원은 이날 오후 2시50분쯤 다수당인 공화당 소속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제안한 임시예산안을 본회의에 상정해 찬성 335표, 반대 91표로 통과시켰다. 반대표는 민주당에서 1표, 공화당에서 90표가 나왔다. 민주당 의원의 99%인 209명이 찬성한 것이 주목됐다. 매카시 의장은 표결에 앞서 "우리는 우리의 일을 할 것이며 성숙하게 행동할 것"이라며 "연방정부는 계속 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초 예산안 처리를 놓고 민주당과 공화당간 입장차가 컸다. 공화당 내부에서의 이견도 좁혀지지 않았다. 

상원은 민주당과 공화당이 오는 11월 17일까지 정부 지출 규모를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며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 61억5000만 달러(약 8조3000억원)와 재난구호 예산 59억9000만 달러(약 8조1000억원)가 포함된 별도 임시예산안에 합의했다. 반면 매카시 하원 의장은 상원에서 해당 예산안이 넘어오더라도 상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미국 연방의회의사당 전경. (사진제공=픽사베이)
미국 연방의회의사당 전경. (사진제공=픽사베이)

이후 매카시 의장이 새 회계연도 예산안을 협상할 시간을 벌기 위해 지난 29일 추진했던 임시예산안은 민주당 전원과 공화당내 강경파 21명의 반대표로 부결되면서 연방정부 셧다운 위기감이 확산됐다. 부결된 임시예산안은 연방정부에 대한 예산 지원을 한달(10월 31일)간 연장하되 국방·보훈·국토 안보·재난 구호를 위한 자금을 제외한 정부 지출을 최대 30% 삭감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에 대해 백악관과 민주당은 지나치게 극단적이라며 반대했다.

이후 매카시 의장이 연방정부 기관 예산 대폭 삭감안을 삭제하고 11월 중순까지 연방정부 예산을 동결하는 절충안을 제시했다. 민주당의 지지를 얻어내기 위해 대폭 양보하는 대신 공화당 내부 총강경파 반대는 무릅쓴다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매카시 의장은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 제외에 대한 민주당 등의 우려에 대해 우크라이나는 이미 30억 달러를 갖고 있다는 이유로 임시예산안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금액을 포함시킬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른바 '매카시 안'은 이날 오후 하원 본회의에 상정됐고, 민주당의 전폭적인 협조 속에 통과됐다. 

임시예산안이 상원으로 송부된뒤 일부 의원들은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이 제외된 데 대한 우려를 제기하면서 표결이 계속 지연됐다. 결국 상원 민주당과 공화당 지도부는 각당 의원들에 대한 설득 작업 끝에 결국 오후 8시께 본회의를 열어 임시예산안에 대한 호명 투표를 진행했다.

다만 내년도 정식 예산안을 둘러싼 쟁점은 적지 않다. 우크라이나 지원과 국경 보안 등 민주당과 공화당간 입장차가 큰 항목들이 산적한데다 정부 지출 예산 규모와 처리 방식 등을 둘러싼 상원과 하원 간은 물론 공화당 내부 입장차도 크기 때문이다.

이번 임시예산안 처리의 주역인 매카시 의장의 하원의장직 유지 여부도 정식 예산안 처리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미 언론들은 매카시 의장이 비록 셧다운을 막는 리더십을 발휘했지만 민주당과 결탁했다는 이유로 공화당 초강경파가 불신임안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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