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10.04 11:41

한국 진출 2년 6개월 지나도록 6위 머물러…멜론·유튜브뮤직에 밀려

[뉴스웍스=정승양 대기자] 글로벌 음악 시장의 최강자인 세계 1위 음원 스트리밍업체 '스포티파이(Spotify)'의 국내 진출이 2년 6개월 지났지만, 찻잔 속 태풍처럼 힘을 못 쓰고 있다. 

스웨덴에서 2006년 첫발을 뗀 스포티파이는 '음원계의 넷플릭스'로 불리면서 전 세계 180여 국가에서 사업을 펼치고 있다. 국내에서는 2021년 2월 2일 첫 서비스를 시작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멜론과 유튜브뮤직이 국내 음원 스트리밍 시장의 양대 음원 앱으로 자리 잡고 있다. 7월 한 달간 코리안클릭의 음악 앱 이용 행태 분석에 따르면, 멜론 이용자 수가 506만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유튜브뮤직(422만), 지니뮤직(231만), FLO(222만), 네이버 바이브(115만) 순으로 집계됐다. 반면 세계 1위 스포티파이 국내 이용자 수는 52만명으로 6위에 머물렀다.

스포티파이는 국내 통신회사들로부터도 외면받고 있다. 스포티파이 국내 진입 초창기인 2021년 8월 ‘전 세계 7000만곡의 음원이 LG유플러스 모바일 서비스로 들어온다’고 홍보하며 자사 요금제 연계 서비스를 선보였던 LG유플러스는 지난 3월 15일자로 스포티파이 프리미엄 부가서비스를 종료했다. 

서비스 도입 당시 "그간 고착화된 국내 음원서비스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이라고 외쳤던 호기도 1년 6개월 만에 사라졌다. 이 같은 국내 상황은 글로벌 시장에서 보여주고 있는 스포티파이의 위상과 비교하면 크게 뒤떨어진다. 

미국 할리우드리포터에 따르면 스포티파이는 올해 6월 말 기준 월간 실사용자 숫자가 5억5100만명으로 집계돼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유료 구독자는 2억2000만명에 달한다. 

글로벌 시장의 스포티파이 유료 구독자는 2위 애플뮤직을 큰 격차로 앞서고 있다. IT 시장조사업체 미디어리서치(MIDiA)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스포티파이는 전 세계 음악 스트리밍 시장의 30%가량(구독자 1억8780만명)을 점유하며 애플뮤직 13.7%(8470만명)과 두 배 격차를 보였다. 이어 텐센트뮤직 13.4%, 아마존뮤직13.3%, 유튜브뮤직 8.9% 순이다. 

40억개가 넘는 플레이리스트(곡 재생목록)를 접할 수 있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매력 요인이다. 국내 음원 스트리밍업체들도 플레이리스트를 제공하지만, 추천 목록에 선정된 곡의 수나 장르 등은 스포티파이와 비교 불가능한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보유 음원은 1억곡이 넘는다. 

스포티파이는 미국 빌보드와 영국 UK차트에도 직접적인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국내 진출 전에는 국내에서 발표되지 않은 음악을 듣고자 하는 이용자 사이에서 큰 호응을 얻으며 인지도를 높여왔다.

이런 경쟁력을 갖고 있는 스포티파이의 한국 내 성적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 멜론(카카오), 벅스(NHN), 플로(SK텔레콤), 바이브(네이버), 지니뮤직(KT) 등 국내 대표 ICT 기업들이 운영하는 다수의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의 존재다. 이들은 각사 서비스와 연계해 할인 혜택을 제공, 소비자를 유인하고 있다. 

예를 들어 스포티파이와 결별한 LG유플러스는 곧바로 바이브를 통해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멜론이 국내 1위 업체로 떠오른 배경에 과거 멜론을 소유했던 SK텔레콤의 공격적인 가격 할인정책이 있었다는 분석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이는 스포티파이에 앞서 2016년 국내 진출한 세계 2위 애플뮤직이 국내에서 큰 두각을 드러내지 못한 사례와 연결된다. 글로벌 양강이 모두 국내 시장을 뚫지 못했다는 것이다.

음원 시장의 특수성도 거론된다. 음원 시장은 차별화가 어려운 특수한 분야라는 것이다. 모두가 비슷한 음원을 제공하는데 대다수 수요는 소수 음원에 몰리는 탓이다. 국내 음원 플랫폼 시장 경쟁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는 진단은 그래서 나온다.  

유튜브와 유튜브뮤직의 급성장도 스포티파이에 걸림돌이다. 구글은 독점적 시장 지배력을 활용해 유튜브 프리미엄 서비스와 묶은 유튜브뮤직으로 국내 음원 유통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고 있다.

2020년까지 국내 음원 스트리밍 시장에 큰 변화가 없었지만, 이 시장에 균열을 낸 게 유튜브뮤직이다. 2020년 9월부터 유튜브 프리미엄에 유튜브뮤직을 끼워 판 것이 주효했다. 소비자들은 월 8690원인 유튜브뮤직에 가입하는 대신 월 1만450원인 유튜브 프리미엄을 이용하면서 함께 제공되는 유튜브뮤직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스포티파이 본사가 글로벌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것도 패인으로 꼽힌다. 내부가 불안해지면서 보다 정교하게 국내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계획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출시 이후 지속적으로 적자를 기록 중인 스포티파이는 지난 1월 직원의 6%를 정리 해고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스포티파이의 전체 매출 중 70%가 음원저작자들에게 로열티로 지불되는데 스포티파이는 낮은 음원 수익을 극복하기 위해 팟캐스트·오디오북 등 부가사업에 과도한 투자를 진행해 재무가 흔들렸고, 결국 성장률 유지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경쟁 업체의 반사이익으로 돌아가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2019년 1800만명 수준이었던 글로벌 유튜브뮤직 유료 사용자는 지난해 8000만명으로 4배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애플 뮤직은 6800만명에서 1억800만명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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